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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장이 작성한 사건일지
서 교장이 작성한 사건일지 ⓒ 심규상
기간제 여교사 성차별 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목숨을 끊은 충남 예산 보성초 서승목 교장이 기록한 13일간의 '일지' 형식의 사건 메모(3월 21일-4월 2일. 4쪽)를 일부 언론이 전교조의 극렬한 공격과 죽음으로 몰고 간' 단서로 단정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7일자 기사를 통해 '자살 서승목교장, 전교조에 공격받은 '충격의 메모'라는 기사를 통해 "전교조 관계자들의 극렬한 공격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가 그 근거로 예시한 주요 근거는 3월 '22일 오전 11시30분경. 전교조 충남지부장과 사무처장 ○○○, 초등위원장 ○○○로부터 전화.'
"묻는 말에 똑바로 답하라. 허위로 밝혀질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 말은 법정에 가서 하라…우리가 곧 갈 것이다."(공갈협박)

31일자 메모 '오후 2시경 교무실에서 전교조 최모 여교사가 교감의 책상을 치며 대들고 있음. 교감을 고충처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협박)'라고 적고 있다' 등이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 방식을 차치하더라도 이같은 기록을 '전교조의 극렬한 공격'과 '죽음으로 몰고 간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

우선 전교조 충남지부 이 모 처장은 3월 22일 서 교장과의 통화와 관련, "이날 전화한 사람은 자신 뿐"이라며 "사실 확인 차원에서 통화했고 명령조로 기록이 돼 있지만 존칭을 사용, 예의를 최대한 갖췄다"고 말했다.

이후 서 교장은 기록내용 처럼 3월 24일과 25일, 26일 잇달아 전교조 충남지부와 군 교육청 장학사, 진 교사 등을 만나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다. 이를 통해 3월 26일에는 진 교사, 장학사, 전교조 사무처장 등을 만나 전교조 측이 제시한 진 교사 원상복귀, 교장-교감 연명 사과문 요구와 관련 '하겠다고 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기록은 전교조충남지부가 26일 면담에서 서 교장이 서면사과 등을 모두 약속했다는 주장과도 일치한다.

이어 3월 27일에는 '진○○과 통화, 보성초로 오겠다고 함' 28일에는 '진○○과 만나 서류 받아옴' 등으로 진 교사와의 약속이행에 나선다.

서 교장 자살사건을 다룬 7일자 동아일보 기사.
서 교장 자살사건을 다룬 7일자 동아일보 기사.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전교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서 교장은 28일에도 전교조충남지부에 들러 서면 사과를 약속하고 문구를 협의했다고 한다.

전교조 충남지부가 제시한 문구내용은 대략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하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선이었고 서 교장도 동의했다는 것.

이 학교 정 모 교사는 지난 달 28일 오후 서 교장이 같은 학교 최 모 교사와 자신을 교장실로 불러 "자신은 사과하려고 하는데 교감이 사과하지 않겠다고 해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서 교장은 이후 기록에서는 3월 29일 '진○○ 임명장 우편으로 발송함' 3월 30일 진○○ 선생님과 통화 4월 1일부터 출근하겠다고 함' 4월 '지방지에 나옴(기사)'이라고 쓰고 있다.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서 교장은 4월 2일 오후 초중등 교장단회의에 참석하고 4월 3일에도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31일자 메모 '오후 2시경 교무실에서 전교조 최 모 여교사가 교감의 책상을 치며 대들고 있음. 교감을 고충처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협박)'와 관련해서는 당시 언급된 최 모 교사 등이 진 교사 건과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최 모 교사는 "이날 일은 월말이라 자녀 학원비와 공과금을 내기 위해 교감에게 조퇴를 건의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아 항의하며 조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고충처리위원회에 물어 보겠다"고 말한 것이라는 것.

따라서 이같은 메모가 사건에 대한 서 교장의 인식과 일지 기록이긴 하지만 '죽음으로 몰고 간' 단서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보성초 정 모 교사는 "이번 일과 관련 교장선생님께 '저희가 도와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며 "어떤 경위에서 이같은 메모를 남겼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마치 자살의 동기를 설명한 유서와 동일시하고 전교조와 소속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다음은 <동아일보>의 관련기사 전문이다.

교권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항의와 서면사과를 요구받아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58) 교장이 사건전말을 기록해놓은 다이어리가 6일 발견됐다.

서 교장은 이 다이어리에 진모 교사(28·여)의 ‘차 시중’ 논란과 관련된 전교조 관계자들의 극렬한 공격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가로 18㎝, 세로 25㎝의 이 다이어리에는 3월 21일부터 자살(4일) 직전까지의 주요 상황이 꼼꼼히 적혀 있다.

2003.3.21 오전 10시경. 전교조 예산지회장 래교. 진 교사에 대해 질문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22일 오전 11시30분경.전교조 충남지부장과 사무처장 ○○○, 초등위원장 ○○○로부터 전화.’

“묻는 말에 똑바라 답하라. 허위로 밝혀질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 말은 법정에 가서 하라…우리가 곧 갈 것이다.”

서 교장은 이 같은 전교조 간부의 발언을 ‘공갈 협박’이라고 썼다.
‘26일 오후 3시경.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장학사, 보성교장(본인), 진 교사, 전 교조 사무처장 ○○○이 만남.’

서 교장은 이때 전교조 사무처장으로부터 원상복귀와 함께 “사과문을 써라, 교장 교감 연서명으로”라는 말을 들었다고 메모했다.

이후 서 교장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사태 수습에 나선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27일 진 교사에게 전화로 복직의사를 물었고, 28일에는 직접 진 교사를 찾아가 복직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왔다’고 썼다.

서 교장은 29일 ‘진 교사의 (재임용)임명장을 우편으로 발송’했고 30일자 메모에는 ‘진○○선생님과 통화. 출근하겠다고 함’이라며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4월1일 진 교사는 서 교장과 면담한 뒤 3학년 학급을 맡았다.

31일자 메모에는 ‘오후 2시경 교무실에서 전교조 최모 여교사가 교감의 책상을 치며 대들고 있음. 교감을 고충처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협박)’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서 교장의 메모는 ‘4월. 지방지에 나옴(기사)’이라는 내용으로 끝났다. 유일하게 날짜가 적히지 않아 망연자실한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진 교사의 복직이 확정된 뒤인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이 다이어리는 서 교장이 목숨을 끊은 4일 오후 10시반 경 보성초등학교 교장실 옷장에서 서 교장의 동생인 서승직씨(인하대 건축학부 교수)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 진 교사와 관련해 적어놓은 4쪽의 메모에는 빨간 띠지가 붙어 있어 서 교장이 고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성초 학부모, `전교조 교사 안된다' 자녀 수업거부

ⓒ 심규상
한편 보성초 학부모가 자녀 등교를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충남교총이 성명을 밝히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 되고 있다. 보성초 학부모들은 7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없다며 자녀들의 수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들 학부모는 이날 오전 학교에서 학부모회의를 열고 "기간제 여 교사와 전교조에 가입한 2명의 여 교사들이 근무하는 한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결의한 뒤 1교시 수업을 받고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했다.

충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이 지역 시.군 교총 회장단 협의회를 가진 뒤 성명을 통해 "특정 집단의 부당한 협박에 못이긴 서 교장의 죽음에 형언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이날 "이번 사건은 서 교장의 진의가 왜곡, 와전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살 동기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법에 따른 연루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서 교장의 아내인 김 모(53)씨가 전교조 관계자 등 5명을 고소한 데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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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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