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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승목 교장의 영결식장
고 서승목 교장의 영결식장 ⓒ 오마이뉴스 심규상
8일 열린 예산 B초등학교 고 서승목 교장의 영결식장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비난이 1시간 여 동안 쏟아져 나와 전교조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에 따라 영결식장은 식이 끝날 때까지 고인에 대한 추도의 흐느낌과 함께 성토의 목소리가 내내 교차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기가 게양된 가운데 본교 운동장에서 치러진 영결식은 시작부터 '전교조는 인격살인 중단하라', '한 평생 교육행정 참교육 자살강요', '교육자가 노동자면 교육은 무엇인가', '인민재판 강요하는 전교조 해체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수십 개의 만장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이날 영결식은 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등과 전국 초등학교 교장단 등 각계에서 1300여명이 참석해 국민 의례와 묵념, 고인에 대한 약력소개, 조사, 애도사, 참석 인사들의 헌화와 분향, 유족대표 인사 등의 순으로 1시간 여 가량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오마이뉴스 심규상
첫 조사에서 이 학교 홍승만 교감은 "자나깨나 학교교육에 헌신해온 분의 마음을 누가 할퀴고 비틀어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가게 했느냐"며 "자존심을 짓밟혀 이승을 하직했다"고 말했다.

홍 교감은 "고인이 누명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가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흐느꼈다.

두 번째 조사에 나선 강복환 충남도교육감은 "고인의 부인께서 학교와 집, 학교와 어린이 밖에 모르는 내 남편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며 통곡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못다 이룬 꿈을 저승에서 다 이루라"고 애도했다.

이날 영결식은 이군현 한국교총 대표의 애도사를 시작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대표는 "무엇이 고인을 죽음과 맞바꾸게 했냐"고 묻고 "전교조 월권행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교조의 월권행위에 대한 자숙과 사죄,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정부의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또 교육당국에 대해서는 "사고대책본부 구성과 소송비 지원, 진상파악 및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한국교총을 대신해 교단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유할 협의기구를 만들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뒤이어 학부모대표를 대신해 읽은 백운모씨의 애도사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보다 커졌다.

백씨는 "고인은 교단의 원칙보다는 이기와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에 맞서 가시밭길을 가신 것이며 고귀한 순교의 걸음"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눈물을 닦으며 요구한다"며 "고인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간 3명의 교사가 교단에서 내려오는 그날까지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이어 "교육청은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지도감독 등 교육정상화를 위해 나서라"며 "불의와 집단이기주의 없는 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로 끝맺었다.

이 학교 박민수 학생대표는 "저 세상에서 서로 미워하지 않고 서로 아끼며 사는 하늘 나라의 교장선생님이 되시기를 빕니다"고 추도하며 흐느꼈다.

뒤이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고진광 상임대표의 추도사는 전교조에 대한 거센 규탄으로 이어졌다.

고 대표는 미리 준비한 글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선택은 한국 교육의 부조리와 부도덕 무책임에 대한 항변이고 고발"이라며 "과거에는 교육을 파괴하는 주범이 군사독재권력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변질된 교원노조세력과 이를 방관하는 교육행정"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오마이뉴스 심규상
고 대표는 "천안초 축구부 참사가 있던 다음날 관내 전교조 교사들은 빈소를 찾기는커녕 연가투쟁을 벌였고 서울시내 1천여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로 입원할 때도 거리투쟁에 나섰다"며 "그들의 안중에는 교육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대표는 전교조를 향해 "참교육을 빙자한 교단파괴 행위를 중단하라"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교조 추방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족을 대표해 나온 고 서 교장의 동생 서승직씨도 "고인은 짓밟힌 교육 현장에 눈물과 죽음으로 항변했다"며 "억울한 교육자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명예회복을 시켜주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날 조문객들은 영결식이 끝난 직후 고 서승목 교장의 운구차를 따라 삽교읍, 예산읍내, 예산공설운동장까지 20km를 50여대가 차량행렬을 이뤄 행진한 후 예산 신양 선영으로 향했다. 조문객들은 또 예산읍내 전교조충남지부 앞 도로에서 멈춰선 후 경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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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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