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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여고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중집회 현장.
ⓒ 나영준

ⓒ 나영준
"지금은 선생님들이 약해보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꼭 학교에 돌아가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단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기다려 주겠니?" 조연희(42·전 동일여고 교사)

5일 오후 6시, 서울 시흥동의 동일여고 앞.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파면조치를 받은 조연희(42), 박승진(48), 음영소(48)씨의 복귀를 원하는 200여 명의 전교조 교사들과 지역주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3년 전인 지난 2003년 학교의 재단 비리를 폭로했다.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고 이들이 제기한 학교급식비·동창회비·장학기금 유용 혹은 횡령 의혹은 대개가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학교는 직영급식을 하는 지난 2년 간 10억원의 금액을 전용했다. 그 밖에도 동창회비 문제 등 수많은 잘못이 드러나 학교는 61건의 행정 조치와 74건의 신분 조치를 받았다. 때문에 이들 세 교사는 지난해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수여하는 투명사회상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학교와 시교육청은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학교는 지난 1년 4개월간 이들을 직위해제해왔으며, 결국 지난달 말에는 이들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 100만원을 문제삼아 파면조치 했다.

그 과정에는 시교육청의 방조도 한 몫 했다. 시교육청은 동일학원에 대해 2003년 8월 시정조처를 요구했지만 이후 시정요구가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 그 사이 세 교사는 학교 쪽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로 파면조치를 맞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답변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시교육청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렵게 통화가 이루어진 감사팀 담당자도 "감사만을 담당할 뿐 학교의 인사권과는 관련이 없다"며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사는 학생이 전제되어야 하는 직업, 힘들지만 외롭진 않다

집회 현장의 3인은 다소 힘들어 보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 음영소 교사는 무엇보다 사외이사 파견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해왔다.

▲ 교사는 학생이 전제되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음영소(48) 교사.
ⓒ 나영준
-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정상화 될 가능성은 있는가.
"지난 수십 년간 학교의 회계비리가 저질러져 온 결과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구조상 교사들은 그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지만 아직도 지적받은 것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임시 이사 파견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2001년만 해도 지난 과거는 용서하고 화합하자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남은 선택은 임시 이사 파견이다."

- 시교육청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현재 동일학원의 비리는 시교육청과의 합작품이다. 그간 비리임이 밝혀진 것도 오히려 수범사례라고 칭찬까지 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행하지 않는 감사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서로 봐주고 묵인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 주변에서 많은 힘을 보태 주는가.
"1년 4개월 직위해제 기간 동안 우리를 알던 재학생은 졸업을 했다. 현재 학생들은 거리 수업을 하며 가까워졌다. 힘내시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많은 힘이 된다. 교사라는 단어는 학생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마음으로라도 함께 한다는 걸 믿기에 힘들지만 외롭진 않다."

- 지켜보는 학부모들께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부 학부모들께서는 이렇게 되면 학교가 소란스러우니까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시기도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진실로 아이들이 신명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아주 잠시의 기간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조금만 참아 주셨으면 한다. 회계비리는 곧 교육 부실을 불러온다.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중범죄다. 곧 정상화되리라 믿는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돌아갈 거라 믿고 있다

▲ 조연희(42) 교사가 집회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 나영준
일주일에 세 번 거리학교를 열며 인터넷 상으로도(http://dong1.net/)아이들과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조연희 교사 역시 곧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왔다.

- 학교 쪽이나 시교육청에서 연락은 있는가.
"전혀 없다. 조금의 반성도 없고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말한다. 학교 쪽에서 수없는 보복징계를 하고 있지만 시교육청 또한 반응이 없다. 그런 미온적인 태도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고 재단 쪽의 '간'을 키워준 꼴이 됐다."

- 평소 1인시위와 거리 수업을 한다고 들었다.
"평소에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고 일주일에 세 번씩 길거리 수업을 열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길거리 수업에 많은 학생이 성원을 보내주고 지역에 계신 주민 여러분도 학교가 너무하다며 힘을 보태주신다. 감사드린다."

-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이들의 눈에 우리가 비리를 저지른 이들에 의해 쫓겨나가는 비정상적인 모습이겠지만 우리사회는 결코 그렇게 흘러갈 수 없다. 언젠가 다시 학교에 돌아가면 이전보다 더 좋은 환경 속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연사로 나선 이들은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 이전에는 결코 울지 말자고, 모든 눈물은 그때 가서 흘리자고 외쳤다. 하지만 때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 그녀는 간간히 눈가에서 무언가를 찍어내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해가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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