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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이 허용됐지만 교문을 넘을 수 없는 박승진 교사.
ⓒ 나영준
"국가에서 출근하라고 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글쎄 안 됩니다."


28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동일여고 앞에서는 출근을 하려는 선생님과 이를 막는 경비원들 사이에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급식비 유용 등 재단비리를 폭로했던 음영소(48)·박승진(48) 두 교사는 지난 11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유선규, 아래 소청위)에서 열린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을 통고받았다.

만족할 순 없었지만, 학교에서 일방적인 직위해제를 통고 받은지 1년 6개월, 지난 6월 28일 파면 통고를 받은지 3개월여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갈 길이 열리게 된 것.

그러나 학교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더 이상 연락을 기다릴 수 없던 두 교사는 파면 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인 이날, 오전 출근하기 위해 동일여고를 찾았다. 교문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서 박승진 교사는 감회가 새로운 듯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학교 경비원들이 음영소·박승진 교사를 막아서고 있다.
ⓒ 나영준
"이제 그만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그런 행동이야말로 재단이 원하는, 옳지 않은 일이지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진실이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재단의 통보가 없어 출근시킬 수 없다?

▲ 음영소 교사가 소청위 심사자료와 환영 꽃다발을 바라보고 있다.
ⓒ 나영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긴장되는 발걸음 옆에서, 시험기간인지라 일찍 학교로 가던 학생들이 반가운 인사를 전해왔다. 그리고 도착한 학교 앞. 하지만 이들은 또다시 교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경비원들은 "어쨌거나 학교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통과시킬 수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선생님들은 소청위 자료를 보여주며 "교육부에서 내린 명령이 있는데 왜 학교로 들어갈 수 없느냐"며 교장 면담을 요청했다.

잠시 후 나온 교감은 "출근 통지를 해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다시 긴 기다림 끝에, 학교에 남아있는 전교조 교사들이 어렵게 교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며, 아직 재단에서 통보받은 게 없으니 필요한 절차가 있으면 공문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서 "선생님 축하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해도 기대에 찼던 두 교사는 결국 한 시간여 만에 고개를 숙인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날 그 자리엔 소청위 심사에서 해임을 통고받은 조연희(42) 교사도 함께했다. 조 교사는 학교 측이 문제 삼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 제보에 해당한다고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빌미가 돼 학교로 돌아갈 길이 막힌 상태.

▲ 안타까운 듯 교정을 바라보는 두 교사.
ⓒ 나영준
"교육관료 집단의 보수성과 폐쇄성 실감했다"

조연희 교사는 "행정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학교로 돌아갈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 뒤 "법적 요건은 충분한데도 교육청이 결단하지 않아 임시이사를 파견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투명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를 위한 행동이었음을 소청위조차 인정했으면서도 방법을 문제 삼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교육관료 집단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실감했습니다. 너무나 두꺼운 벽을 느낍니다. 그래도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분회 사무실로 힘없이 돌아오는 발길.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막상 학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두 교사는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예상은 했지만…. 문제는 사립학교가 교육청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거죠. 그걸 믿고 저러는 것 같습니다. 고쳐야 합니다. 이것이 나쁜 선례가 되어 전국의 사립학교에 퍼져 나가지 않도록 싸워나가야죠."(음영소 교사)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좋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겠습니다."(박승진 교사)

세 교사 모두 분회 사무실 한 구석에 내려놓은 꽃다발을 지그시 내려다 보고 있었다.

▲ 결국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박승진 교사.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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