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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부패가 일어나면 가장 안 될 곳, 그러나 부패가 가장 심한 곳. 우리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곳, 그러나 가장 봉건적인 곳.

그것이 법으로 제도화되어 보장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사립학교'이다.

이러한 학교 회계의 불투명한 운영 및 각종 회계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학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패박테리아가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빌미를 마련해준 현행 사립학교법과 그 번식 제어의 소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무능 및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번 감사원 감사로 일선 학교의 지도감독 기관의 무능함과 사학재단의 비리 불감증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까? 아울러 각종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학교법인 동일학원 문제는 가닥을 잡아가게 될 것인가? 아니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인가?

▲ 13일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필자
ⓒ 조연희

수업 한 번 잘해보려다 수업 빼앗긴 동일여고 교사들

나는 서울 소재 동일여고 교사이다. 그러나 나는 수업을 빼앗긴 교사이다. 학교의 비리를 시정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각종 공익제보 활동을 한 이유로 재단에서 보복성 징계를 받아 다른 두 명의 교사와 함께 1년 넘게 직위해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한 것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조명은 언제나 밝은 교실과 맛있는 급식, 풍부한 수업 자료, 더 많은 동아리방, 학생 인격 존중, 그 속에서 밝은 눈동자 빛내며 열심히 공부하고 신나게 활동하는 학생들과 함께 참교육을 하며 살아가는 일이었다.

사립학교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교 회계의 투명한 운영과 내부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운영 체계가 갖추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회계가 불투명하고, 비민주적 체계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직접 교육비보다는 각종 공사 및 물품구입비 과다 지출, 과다한 이월금, 반강제로 징수하는 각종 잡부금 등으로 교사와 학생들 간의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갔다.

사립학교법의 부패 양성 시스템과 교육청의 계속되는 면죄부 감사로 인하여 비리에 무감각해진 동일학원은 각종 회계 비리와 불법 운영이 심각한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교사, 학부모, 졸업생, 지역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2002년부터 재단의 각종 비리를 규탄하고 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공동 대응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03년 5월에 서울교육청 특별감사가 나오게 되었고, 감사 결과 '종합비리선물세트'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회계 부정이 사실로 드러났고, 16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을 보전, 환수 조치시켰고 관련자에 대한 중·경징계를 요구하였다.

대규모 비리 적발하고도 재단 눈치 보는 서울교육청

이때 드러난 비리의 일부분만 언급하면, ▲이사장 수당 불법 지급 ▲매점의 총체적 부실 운영(유령이사회 등 총체적인 불법 운영) ▲학교재산 임대료 개인 취득 ▲각종 시설공사 비리 ▲학교 물품 수의계약 ▲학교회계 부당 지출 ▲이사장과 가족들의 비업무용 차량 유지비 수천만 원 지출 ▲동창회비 불법 징수 및 지출 ▲학교급식비 불법 적립 및 학교 회계 미편입 ▲위탁업체기부금 비리 ▲방과 후 교육활동비 부적절한 집행 ▲국유재산 변상금을 학교회계에서 부당지출 ▲이사회나 교육청승인 없이 법인 토지 불법 점유하여 빌딩건축 등이 있다. 그 외 학생식당 건축비 학교회계 전용 12억 원은 위 16억 원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비리에도 서울교육청에서는 임시이사를 파견하지 않았고, 학교 비리의 주인공들은 견책이나 경고 정도의 면죄부를 받고 여전히 이전과 같은 직책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적반하장격으로 이들이 오히려 공익제보를 하였던 교사들에게 각종 보복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수십 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지 못하게 되었으며, 교사들의 가정으로 각종 협박성 문건을 보내와 가정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여섯 명의 교사들이 학교 측에서 형사 고발을 당하였고, 세 명 교사의 직위해제, 두 번에 걸친 징계 요구서, 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 압박 등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동일학원의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고 있다. 비리의 시정과 반성보다는 괘씸죄를 물어 몇 년 동안 교사들을 탄압하고 있는 동일재단에 대하여 시정 요구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사들이 제출한 민원인 명단을 동일학원 이사장에게 보내 각종 보복행위의 빌미를 제공하기까지 하였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투명화되었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여기까지이다.

서울교육청 감사 아홉 달 내버려둔 감사원

결국 민원인들이 불법행위 문제를 제기해도 서울교육청이 계속해서 재단에 면죄부를 부여하자, 2005년 6월 21일 민원인 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서 서울교육청과 동일학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감사원에서는 감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서울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에서는 2006년 2월 16일, 감사원에 동일학원에 대한 새로운 비리 의혹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추가 민원을 제출하였다.

다행히 최근 감사원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사립학교의 엄청난 비리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잘못된 법이 가지고 있는 악영향을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실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각종 비리를 자행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교사들에 대한 보복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일학원 재단, 지도 감독 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서울교육청, 이들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하여 동일학원이 정상화되고, 교육청의 역할이 바로 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감사원에 강력히 요청한다.

만약 감사원에서도 동일학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보루인 감사원마저도 그러한 역량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교육청이 그러했듯이 그렇게 또 다시 면죄부를 부여한다면?

우리나라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조연희 기자는 동일여고에서 사학의 비리와 비민주적 운영을 지적하였다고 1년째 직위해제 상태에 있으면서 하루빨리 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수업하기를 꿈꾸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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