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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13일부터 4월말까지 대학 20여 곳을 포함한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감사원 앞에서는 사학단체 관계자들과 교사 교수 등이 감사원의 제대로 된 감사를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기간 동안 <감사원 특별감사에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이들 1인 시위에 참여한 사학단체 관계자 등이 투고하는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22일 감사원 앞 일인시위에 나선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 이장희 부의장
ⓒ 강영욱
2005년 3월, 대구보건대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가 실시되었다. 감사 결과 교비 횡령 등 36억여 원의 교비 부당 사용이 지적되었고 이사장이 대구지검에 고발되는 등 대구보건대는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운동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비리사학으로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학에 대한 감사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던 교수협의회가 2006년 2월 한 달간 감사원 앞에서 '교육부에 대한 직무감사'와 대구보건대에 대한 특감'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펼치는 등 사학비리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감사 뒤에도 해결 기미 안 보여

이에 대해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 이태호 의장은 한 마디로 "교육부가 감사를 벌인 후 학교 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졌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교육부와 대구보건대와의 오랜 유착관계를 설명했다.

"대구보건대학은 교육부 감사와 인연이 깊은 대학이다. 교육부에서 1996년 대구보건대학을 감사하면서 봐주기 감사를 통해 학교법인에 면죄부를 준 사실이 있고, 또 그때의 감사반장 K씨가 1998년 대구대학교 구 재단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청탁감사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구속된 사실, 그리고 대구보건대 재단에서는 그 K씨를 부교수로 채용한 사실, 전 교육부 차관 K씨가 대학정책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조카를 대구보건대 직원으로 채용시킨 사례 등 대구보건대와 교육부는 오랫동안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라고 꼬집었다.

또 "그러한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지난해 이루어진 대구보건대 교육부 감사는 아니나 다를까 부실한 정도를 넘어 노골적인 재단 봐주기 감사였으며, 결국 교수협의회에서는 지난해 9월 교수 및 학생 3060명의 연명으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도 했으나 '감사원에서 사학재단을 감사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감사가 실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올해 1월, 감사원에서 사학비리에 대해 칼을 빼들고 성역없이 감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에서는 지난 2월 다시 한 번 3128명의 학생과 교수들의 연명을 받아 감사원의 국민감사를 요청한 것을 비롯해 교육부의 부실감사에 대한 '교육부 직무감사'를 청구했고, 지난 2월은 한 달 내내 감사원 앞에서 대구보건대 감사원 특감을 요구하는 일인 시위를 벌였으나 아직 감사원의 특감실시 의지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구·경북대학민주화공동대책위원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유병제 교수(대구대학교)는 "이번에 실시되는 감사원의 사학 특감이 대구·경북지역이 '비리사학의 온상'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있으며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뿐 아니라 대구·경북지역 80여 개의 각종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대구보건대에 대한 감사원 특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대학민주화공동대책위원회와 대구시민사회단체,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실제로 지난 3월 6일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와 함께 감사원 앞에서 대구보건대학에 대한 감사원 특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기도 했다.

"대구 경북지역 80여 시민단체 감사원 특감 요구"

한편 대구보건대 교수협의회 최병진 교수(공동의장)는 교육부의 부실감사 내용에 대하여 묻자 한참 동안 목청을 높였으며, 그 내용을 압축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허위이사회를 교육부가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 최근 4년간 개최된 총 74회의 이사회 중 19회만 허위이사회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나머지 55회의 이사회 역시 허위이사회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대부분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이사가 마치 참석하여 발언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교육부는 "해당 이사가 참석하지 않았고 또 회의록도 잘못 작성된 것은 인정되지만 이사회 자체는 개최되었다"고 판단함으로써 재단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것이다.

둘째, 교비 횡령의 몸통인 학장의 징계를 사학재단 이사회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직접 해임하고 형사 고발해야 마땅한 사안이었지만 학장에게 내린 징계조치가 애매하기 짝이 없는 '재단에서 알아서 중징계하라'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것도 학장에 대한 징계권자가 교비 횡령의 공범이자 남편인 재단이사장이었기 때문에 결국 학장은 엉터리 징계위원회(징계위원들은 학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를 거쳐 정직 1개월로 면죄부를 얻었다는 것이다.

셋째, 2005년 3월 대구보건대와 동시에 교육부 감사를 받은 경북과학대의 감사결과 조치를 비교해 볼 때 비리의 내용과 규모가 거의 흡사함에도 경북과학대의 경우 임시이사가 2명 파견되었으나 대구보건대에는 파견되지 않았으며, 교육부 감사에 있어서 징계의 양정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넷째, 교육부 감사 시 교수협의회 의장, 부의장의 출석부와 학생 시험답안지를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등 내부고발자에 대한 표적 감사가 이루어졌으며, 교육부 감사결과 발표가 나기 2개월 전부터 재단에서는 감사결과를 미리 알고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는 등 교육부의 사학 편들기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감사가 끝난 후 교수협의회 두 부의장을 해임(현재 교육부 소청심사 중에 있음)시키고 교수협의회 회원을 재임용 탈락시키는 등 교수협의회에 대한 보복이 저질러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정관이나 학칙, 각종 규정들이 유신시대를 방불케 하는 조문으로 개악되고 있어 교육부 감사 이전보다 교육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한다.

여섯째, 학장은 감사 결과 건축비 횡령으로 지적된 남편 소유의 건설사에 또 다시 기숙사 신축공사를 발주하여 현재 건설 중에 있어 교육부의 사학 감사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 후 지속적인 감시·감독 필요

대구보건대를 비롯한 비리사학의 백태를 관찰해 볼 때, 앞으로 교육부의 사학 감사방향이 크게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현재까지의 교육부 감사방향은 재단과 대학이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그 비리에 대해 횡령한 교비를 환수케 하거나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 징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징계 위주의 감사정책에서 탈피하여 좀 더 선진적인 예방적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학교가 경영될 수 있도록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교육부에서 의무적으로 감시 감독해야 한다. 감사 후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반드시 임시이사를 파견함으로써 비리의 재발을 억제하거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을 방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 비리가 그러하듯이 사학들이 비리에 한번 길들면 그 유혹을 좀처럼 버리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앞으로 비리 사학에 대해서는 일회성 감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행정적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일단 한번 감사를 받고 나면 일정 기간 동안 다시 감사하지 않는다는 관행이 있어 일부 사학에서는 한번 감사를 받고 난 후 안심하고 다시 비리를 저지르는 일도 흔히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끝으로 대구보건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부의 부실감사가 결국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재단의 보복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부에서 비리사학을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 한, 정직하고 용감한 내부고발자를 통한 우리나라 교육계의 투명성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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