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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학원에서 파면된 세 교사들. 음영소, 박승진, 조연희 교사(왼쪽부터)
ⓒ 최상진
동일학원에서 파면된 교사 3명이 주축인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가 주최한 '동일 희망제'가 14일 서울 시흥동 금빛공원에서 열렸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진 행사에는 동일학원 선생님들을 비롯해 재학생, 졸업생, 전교조 관계자, 시민 등 수백 명이 참여했다.

동일학원 역사를 다룬 VTR 시청, 파면 선생님들을 다룬 뉴스 영상 시청, 동일학원 선생님의 노래, 선생님과 졸업생들의 수화공연, 조연희 선생님의 시 낭송, 동일여고와 이웃학교 학생들의 춤 공연 등이 이어졌다.

▲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
ⓒ 최상진
이날 제자들은 선생님들께 음료수도 가져다 드리고, 사는 이야기도 하며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쉬움을 달랬다.

그 중 동일여고 김아무개양은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선생님들이 안쓰러워 음료수를 하나 갖다 드리는 것에도 학교에서는 벌점을 매긴다. 이런 이유로 선생님을 지나칠 때면 죄송해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며 학교에 아직도 잘못된 점이 많다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이 학교 박아무개양은 "이런 시위가 냄비처럼 식어버릴지, 아니면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힘을 내 지금의 역경이 복직의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런 시위가 1인 시위든, 아니면 이렇게 축제 같은 시위든 계속 이어져야 선생님들이 돌아오실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졸업생들 또한 재학생들 못지않게 선생님들의 복직을 바라고 있었다. 유호연(20)씨는 "우리가 재학 중이던 시기에도 학교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은 담임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많이 외로워하셨는데, 파면소식까지 들으니 너무 안타깝다"며 "선생님의 현재 모습이 안쓰러워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미림(20)씨는 "이제 학생들이 섣불리 얘기할 수 없었던 진실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으니 선생님들이 학교로 돌아오실 순서다, 우리 후배들 또한 세 선생님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수업을 하시고 마음이 따듯한 분인지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 온 금천구 주민들도 오랜만에 좋은 문화행사를 봤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흥동에서 20년째 살아오고 있다는 이아무개씨는 "이런 행사가 얼마 만에 열린지 모른다, 이런 주민축제를 통해 사제간 정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 뭉클하다며 "앞으로 선생님들이 복직하실 때까지 주기적으로 이런 행사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밤 9시 50분 무렵, 구청 관계자가 '10시에 집회를 끝내기로 해놓고,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무대 전원을 꺼버리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대다수 시민들은 일어나 '불켜라'를 외쳤고, 일부는 무대까지 내려와 구청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구청 측은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전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 이 행사에는 수백명의 주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 최상진


길거리 수업은 계속된다
[인터뷰]동일학원 파면교사 조연희 선생님

▲ 조연희 교사
- 길거리 교실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 막으려고 하는데도 학생들이 동참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학생들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장, 자기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알고, 선생님의 어려움에 함께 아파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 방학인데 앞으로 길거리 수업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방학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계획하고 있다"

- 학생들은 '학교가 선생님들과 접촉만 해도 벌점을 매긴다고 하던데?
"그렇다. 최근에는 심지어 휴대폰으로 길거리 수업을 듣자는 문자메세지가 돌자, 주동자를 잡아내려고 혈안이 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 이틀을 남겨두고 파면당했다. 파면과 개정 사립학교법이 관계가 있나?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선생님의 파면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사회를 공개해야 한다. 이런 절차가 정착된다면 나를 비롯한 세 선생님들은 이사회 임의대로 파면당할 수 없다. 이에 시행령 바로 직전에 파면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 동일학원은 자신을 내쫓은 학교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이 학교에서 20년을 근무해왔다. 그만큼 학교를 사랑한다. 학교는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 학생 모두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자체에는 어떤 감정도 없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 복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서울교육청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교육청에 인사권이 있지 않나 싶은데, 사립학교 인사권은 그 학교 이사회에게 있다. 때문에 교육청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복직이 가능하다."

- 학생들에게 한마디.
"어려움 속에서 길거리 수업을 들어줘 고맙다. 이런 일이 있다고 학교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 또한 반드시 교실로 돌아가 지금의 행동이 정의로웠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 학생들이 참고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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