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8일 고 김 교감의 학교에서 치러진 노제 모습.
ⓒ 교육희망 윤영훈
'교육감 과잉 영접' 논란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북 ㅇ중 고 김아무개 교감의 외동딸 윤희(가명)씨가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애끓는 심정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윤희씨는 삼우제를 마친 지난 10일 저녁 <옥천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아버지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면서 "우리 아버님 같은 희생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밝히고 교육계에 뿌리 깊은 권위주의 행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김 교감은 충북교육감의 학교방문을 둘러싸고 12살이나 적은 교장에게 '(교육감이 다녀간) 화장실에 수건을 걸어 놓지 않았다'고 꾸지람을 들은 사실 등이 세상에 알려진 뒤인 지난 6일 자살한 바 있다. 김 교감의 부인 김아무개씨는 주간 <교육희망>과 인터뷰에서 "교육청과 학교가 인터넷 고발 글에 대해 '경위를 밝히라'는 등 남편을 추궁하자 죽기 전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버지 김 교감의 자살 하루 전에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왔다고 밝힌 윤희씨는 이날 글에서 "이제는 아버님께서 저의 결혼식 때 손을 잡아주시지 못 한다"고 적은 뒤, "제 결혼식에 축하하러 오실 분들이 조문을 하러 오시는 걸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첫 마디가 유서에 학교 내용 있었냐" 물어봐

윤희씨는 또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 아침 학교 관계자로부터 첫 전화가 왔었는데 유서 상에 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냐는 말이 첫 마디였다"고 새로운 사실을 밝힌 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사인 중에 학교에 관련된 내용을 물어 보았을까. 아버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선 본인 살 궁리부터 한 것 같다"고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윤희씨는 글 끝부분에서 "오늘은 삼우제인데 아침부터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면서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도 못하시고 원통하게 돌아가신 아버님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 것 같다"고 글을 맺었다.

다음은 윤희씨가 남긴 글 전문이다.

삼우제를 마치고 아버님을 떠올리며...

안녕하세요.

저는 김○○ 교감선생님의 외동딸 윤희입니다. 갑작스런 아버님의 죽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었는데 삼우제까지 여러 선생님 친구 ○○여중 학생들의 애도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하늘나라에 편안히 모실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위로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삼우제를 마치면서 사랑하는 아버님에 대한 저의 심정을 몇 자 적어 올려봅니다. 저는 마른하늘에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고서야 아버님이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면서 교직생활을 하시다 죽음을 선택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그날 아침 학교 관계자로부터 첫 전화가 왔었는데 유서상에 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냐는 말이 첫마디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사인 중에 학교와 관련된 내용을 물어 보았을까요? 도둑이 제발 저리듯이 가슴이 무척 뜨끔했나 봅니다. 아버님을 죽음으로 몰아 놓고선 본인 살 궁리부터 한거 같습니다.

우리 아버님은 가족을 사랑하고 건강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분입니다.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녹용, 보약, 인삼, 홍삼 등… 수도 없더군요. 감기만 걸리셔두 아프다구 보약드시는 분인데…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되신 어머님께서 "이렇게 오래 살려고 그러더니 죽긴 왜 죽어" 하면서 통곡을 하시더군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저는 결혼식장을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이제는 아버님께서 저의 결혼식 때 손을 잡아주시지 못합니다. 남 부러울것 없는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제 결혼식에 축하하러 오실 분들이 조문을 하러 오시는걸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딸에 결혼식을 앞두고서 세상에 죽음을 택하시는 아버님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 손을 잡고 결혼식에 입장을 하셔야할 아버님이…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13층이라는 번호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아버님처럼 겁 많고, 건강 생각하고, 장수하시길 그토록 원하신 분이 어떻게 얼마나 힘이 들었다면 그런 용기가 생겼을까요?

신문사에서 방송에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전 아버님을 존경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 평생 가슴에 묻고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아버님이 극단적인 길을 택하셨지만 저 역시 그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밖에 못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꿈에서만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왜 꿈에서 조차 나오질 않죠?

다행히도 아버님께서 아파트 고층에서 추락을 하셨지만 몸에는 하나의 외상도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하늘이 도왔나봅니다. 저의 마음 편하게 해주실려구요… 아버님의 마지막 가시는 얼굴이 너무도 평온해 보였습니다.

아버님~ 하고 흔들어서 왜 아직도 주무세요. 어서 일어나셔야죠?? 하구 싶을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염을 하는 도중에도 아직 아버님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야~ 바로 일어나실 거야~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장의사분들이 안으로 들어와 아버님 이마에 손을 대고선 작별 인사드리라고 하시더군요. 아버님 얼굴 보는 게 마지막이라고… 작별인사를 드릴려고 아버님 이마에 손을 대는 순간 아버님 이마가 꽁꽁 얼어서 너무 차가웠습니다… 얼마나 추울까? 울 사랑하는 아빠 얼마나 추울까??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버지 이렇게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더욱더 잘해 드렸을 텐데… 그래두 우리 아버지 누가 질책을 하고 바보 같다고 해도 전 우리 아버지 이해하고 평생 존경할 겁니다.

오늘은 아버님 삼우제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무척 많이 내렸습니다. 하고 싶은 말 한마디도 못하시고 원통하게 돌아가신 아버님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 거 같습니다.

아버님의 눈물과 저의 눈물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합니다. 아버님의 고향이시고 마지막까지 교직에 근무하신 옥천의 조그마한 사찰에 아버님을 편안히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발 아버님의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을 대신해 감사인사드립니다. 꼭 우리 아버님 같은 희생이 다시는 없길 바랍니다…

우리 아버님!!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시지 않고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우리 아버님입니다. 전 아버님을 너무 사랑합니다.

김○○ 선생님의 사랑스런 외동딸 윤희 올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