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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열린 김 교감의 영결식. 고인의 운구가 마지막 근무지였던 학교 교무실에 들어서자 유가족들과 교사들이 오열하고 있다.
ⓒ 옥천신문

지난 6일 충북 옥천의 한 중학교 김모 교감이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1일 기자는 '한 시골학교 교장의 유별난 교육감 맞이'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잉영접' 논란을 첫 보도한 바 있다. 때문에 한 사람이 목숨을 끊은 예기치 않은 논란의 결말은 지금까지도 기자를 심란하게 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고인은 도 교육감 과잉영접 논란이 공론화된 이후 상급기관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아 왔다고 한다. '과잉영접'은 도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하자 학교장이 수업시간에 청소를 시키고 '금족령'에 관악부를 동원한 환영연주회를 하게 했다는 인터넷 글 내용을 말한다.

삭제된 김 교감 관련 부분

보도 직후 이 일을 인터넷에 올린 글쓴이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김 교감이 기사 중 자신과 관련된 부분으로 도 교육청으로부터 오해를 받아 곤혹스러워 한다'며 가능하면 관련부분을 빼달라는 당부였다. 보통 사실과 다른 내용이 아닌 경우 출고된 기사를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김 교감이 상급기관으로부터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됐다는 전언과 간곡한 부탁에 편집부와 기사수정 여부를 논의했다.

편집부는 심사숙고 끝에 교감과 관련된 부분이 주요 사안 중 하나이긴 하나 당사자의 입장과 해당 부분을 삭제하더라도 과잉영접 논란을 뒷받침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곧바로 이를 삭제 했다. 당시 김 교장과 관련해 삭제된 기사 원문의 핵심 부분은 이렇다.

하지만 "정작 더욱 어이없는 일은 교육감이 떠난 뒤에 발생" 했다. 교육감이 화장실에서 용무를 본 후 손을 씻었으나 세면대에 수건이 없어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은 게 화근이 된 것.

교육감이 떠난 후 교장은 "왜 수건을 미리 걸어놓지 않아 손수 손수건을 꺼내 닦도록 했느냐"며 불호령을 내렸다. 교감마저 12년 연하인 교장에게 불려가 수모를 당한다. "교장실이 어딘데 감히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들어오느냐"고 면박을 줬다는 것. 이로 인해 "결국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 교감 선생님께서 다음 날 병가를 냈고 교무실, 행정실 등 전 직원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당시 해당 교장의 반론은 이렇다.

이에 대해 A교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각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 이어 "교감 선생님께서 평소 주머니에 손을 넣는 습성이 있다"며 "이날도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을 가볍게 한 것이지 면박을 주거나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복기된 원문기사대로라면 지역 교육청과 도 교육청이 과잉영접 여부를 가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재발방지를 위한 행정 지도와 조치를 하면 될 일이었다.

이후 기자는 지난 3일 '충북교육청, 교육감 과잉영접 여부 조사 중'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당시 기사에 적지는 않았지만 취재 당시 도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해당 교장을 만나 보진 않은 상태이나 나름대로 확인해보니 사실이 많이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과장됐다는 인식은 취재 내용과는 다르다"며 섣부른 결론보다 교육현장의 권위주의에 대한 본질적 접근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배후'를 밝혀라?

하지만 도 교육청과 군 교육청은 끝내 과잉영접 여부보다는 이를 공론화 한 '배후'를 캐는데 집중하는 '본말전도'의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 교감의 부인은 "교육청에서 당시 교장실에서 있었던 얘기가 인터넷까지 오른 것은 남편이 배후에서 관여한 때문 아니냐며, 누구와 짜고 했는지를 밝히라고 되레 추궁하고 남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도와 군 교육청에서는 "고인이 교육청을 직접 찾아와 사건 내막을 설명한 바 있다"며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어떤 압박이나 강요도 한 바 없다"고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어 지난 6일 출고한 기사는 안타깝게도 '도교육감 과잉영접 논란 학교, 교감 목숨 끊어'이다. 결국 편집부가 기사의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도, 논란의 본질인 과잉영접 여부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기자의 요청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거품... 그리고 분노

일부 네티즌들은 과잉영접을 비판하는 글이 실린 전교조 충북지부 등을 겨냥해 "별 것도 아닌 학내문제를 인터넷을 올려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말 김 교감을 막다른 길로 내몬 원인과 책임은 교육계의 낡은 관행을 지적한 쪽에 있는 것일까. 교육계 권위주의와 당국의 구태의연한 사후 대응방식은 이번에도 유야무야 돼도 괜찮은 것일까.

지난 9일 고인이 몸담던 정든 학교에서는 영결식이 열렸다. 하지만 상급기관 어디에서도 자성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고인의 죽음을 장학사만 떠도 수업은 뒷전인 교육현장의 관료주의를 씻어내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자가 현실을 여전히 과장되게 인식하고 있는 때문일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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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보도] 한 중학교 교장의 유별난 교육감 맞이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대전충남 오마이뉴스> 바로가기→http://www.dj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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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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