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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8일 고 김 교감의 학교에서 치러진 노제 모습.
ⓒ 교육희망 윤영훈
고 김천호 교육감의 옥천여중 방문 당시 '과잉영접'을 지적한 모 교사의 글이 허위이고 과장됐다는 충북도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등의 지적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등 일선 교육 현장에서 반발이 일고있다.

도 학교운영위 협의회와 청주시학교어머니연합회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옥천 모 중학교 교사가 교육감의 관악부 격려방문과 관련 허위와 과장된 글을 인터넷에 올려 충북교육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전체가 들썩인 것으로 왜곡했고 △극소수가 동원돼 청소했으나 한 학급 전체가 동원된 것으로 △관악부 연주는 6교시가 끝날 무렵 1분 정도인데 5교시부터 수업권을 박탈한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감이 화장실 수건 비치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고 △체류시간이 10분에 불과해 교내활동에 어떠한 제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 교육청과 전교조 충북지부는 충북교육의 명예와 신뢰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기본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교조충북지부 "직접조사 안한 일방적인 주장... 사실과 다를 수 있어"

우선 논란 이후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해당 교사의 글처럼 도 교육감의 방문예정이 알려지면서 △수업 중에 불려나가 청소를 하는 학급이 있었고 △관악부가 연주를 위해 본관 앞에 도열하고 △관악부의 리허설 연주소리에 다른 학생들이 시끄러운 분위기속에서 수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관악부 학생들은 본관 앞에 모이라는 교내 방송 직후 20~30명의 학생이 40분 가까이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에 글을 올린 교사도 교육감이 화장실 수건 비치 문제를 지적했다고 적은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감이 화장실 수건 비치여부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교장이 이를 문제 삼아 불호령을 내리고 교감에게 수모를 줬다"고 썼을 뿐이다. 실제 해당 교감은 다음 날 지인에게 교장으로 인해 심한 모멸감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처음 글을 올린 해당 교사가 교육감의 10분동안 체류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 옛날 독재정권 시대의 암울했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하다"며 학교 안의 권위주의를 지적한 것은 대체로 사실에 입각한 언급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반박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운위가 10여일 간 자체조사를 벌였다고 밝혔지만 해당학교 교사들에게 확인결과 직접 조사한 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발표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성과 형평성에 입각한 정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도 "인터넷에 올려진 교사의 글 하나하나를 사실이다 아니다를 구분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교장도 교사도 잘못... '경고' 이상의 행정처분 내릴 것"

도 교육청은 양비론으로 쏠려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학교 교장도 잘못이 있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교사도 잘못이 있다"며 "조만간 두 사람에 대해 경고성 이상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장은 관행에 젖어 지도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고, 해당교사도 결과적으로 외부에 글을 유포해 감정을 유발시키는 등 갈등조정 능력에 문제가 있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충북지부 관계자는 "도 교육청이 내부고발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해당 교사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고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도교육청이 사태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결해줄 것을 조용히 촉구해 왔다"며 "양비론으로 본질을 왜곡한다면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해당 학교 교감의 사망 직전의 구체적인 정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천에 사는 한 학부모는 "교육당국이 사건을 학교 내의 권위주의적인 관행 등 잘못된 교육현장을 뒤돌아보고 고치는 계기로 삼기보다 도교육감 사망에 따른 감정적 조사와 대응에 치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옥천 지역신문 홈페이지에 해당 학교 교장이 도교육감의 영접과 관련한 해당학교 교사의 글이 오르면서 '과잉영접'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해당 학교 교감이 자살하고 도 교육감의 심장 이상으로 사망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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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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