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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기해 이뤄진 충의사 현판 철거에 따른 예산군의 입장이 정해졌다.

충의사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예산군공공시설 사업소 이윤기 소장은 4일 “보관하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의 휘호 원본을 토대로 복원하기로 예산군수의 결재를 받아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심의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심의회의에서 결정이 나는 대로 다음달에 열리는 매헌문화제 전에 현판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후속조치에 열쇠를 쥐고 있는 예산군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재연돼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사건 발생 직후 예산군청 홈페이지에 ‘복원’과 ‘교체’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서로 다른 의견이 들끓고, 각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 관련 단체의 방문으로 어수선한 한 주를 보낸 예산군은 신속히 입장을 정리하고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심의를 올린 것.

예산군은 2001년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 철거사건의 처리과정을 선례로 검토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일문과는 달리 현판의 친필원본이 남아있고, 이런 사실이 일찍 보도됨으로써 원상복구를 요청하는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원상복원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예산군은 또 지난 3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고발조치”를 요구받아 현판철거자인 양수철씨를 이날 오후 3시 예산경찰서에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다.

예산군은 같은 내용으로 전날인 2일 고발했으나 경찰서측이 과거 사적지 내에서 은행나무를 캐낸 사건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 고발장을 반려했었다.

앞으로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처벌이 무거운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할지 단순 공공기물 파손죄를 적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오는 8일 오전 11시 충의사 주차장에서 파평윤씨 대종회가 양수철 규탄 궐기대회를 열고 시가행진을 할 예정이어서 다음주에도 시끄러운 한 주가 될 것으로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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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하는 대표적인 두 단체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이번 기회에 각각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덕룡, 이하 기념사업회)는 지난 2일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에 난입해 현판을 파괴한 범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간판 훼손자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기념사업회는 “1968년 당시 대통령 자격으로 쓴 친필 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며 그 누구라도 역사를 제 마음대로 파손할 권한이 없다”면서 “중요 국가사적지 시설물을 파괴한 자를 즉시 구속해 엄중 처단하고 예산군은 즉시 현판을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반해 예산지역에서 윤의사 정신계승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월진회는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월진회 윤규상 회장은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애국선열사업을 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현판은 본래 명필가들이 쓰는 것이지, 권력자가 쓰는 게 아니다”는 원론을 상기시킨 뒤 “일이 이렇게 된 만큼 권위있는 작가가 쓰게 하던가,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현판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 회장은 예산군이 원본복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갖고는 21세기를 건설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사 청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 때 잘못된 것은 고치는 게 당연하다”고 일갈한 뒤 “박 전 대통령 글씨로 복원해 놓으면 또 다시 윤 의사 사당이 수난을 겪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기념사업회가 이번 사태를 범죄행위로 규정한 것과도 의견을 달리했다. “현판을 느닷없이 뗀 게 아니라 그동안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또 왜 이런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이 선명히 알려진 만큼 범죄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과 관련해서 “4월에 과거사청산법이 통과되면 평가가 되겠지만 그가 일제 때 활동한 것은 이미 밝혀진 내용이다. 아마 그런 과오를 속죄하는 뜻으로 충의사와 현충사 등 많은 기념사우를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뒤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에 관한 내용과 관련 없이 현판은 명필가가 쓴다는 역할분담차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진회는 매년 4월 29일 윤의사 상해 의거일에 맞춰 올리는 매헌문화제를 주최하고, 윤의사와 관련한 각종 선양사업에 앞장서며, 매월 한 차례씩 월례강연회를 벌여 윤의사의 정신계승에 힘을 쏟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윤의사 정신계승을 목적으로 1965년 6월에 설립돼 기념사업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 장선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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