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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터 미 대사관·아파트 신축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지난 4월 16일,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공식회담을 계기로, 3년여 동안 '문화주권' 수호를 내세우며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신축을 반대하던 시민단체들과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덕수궁 터를 매입했다는 미 대사관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고건 당시 권한대행은 5월 4일 기자들에게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지난달 방한(4월 16일)했을 때 ‘대체부지’ 후보인 종로구 송현동 땅을 요구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정부가 송현동 땅을 후보지로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4대문 안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고 대행은 “대사관 이전 부지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기지 내 캠프 코이너가 미 대사관 이전의 대체 후보지인가”라는 질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6, 7일 워싱턴에서 열린 8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도 한국측 대표가 캠프 코이너로의 이전 여부를 묻자 미측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언론들은 5월 4일 고건 당시 권한대행의 발언부터 8차 FOTA회의까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덕수궁 터 미 대사관 이전 문제가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여론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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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문화재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개최된다. 다만 심의안건이 발생할 때마다 열리도록 되어 있는 비정례화된 회의로 문화재청장의 요청에 의해 개최된다.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 덕수궁 터 지표조사결과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개최된 문화재위원회(12월 18일. 11월 28일 개최 예정에서 한 달 연기된 후 개최)에서는 '중대사안'이라는 이유로 심의보류조치를 하고 합동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7개월 동안 문화재위원회에서 덕수궁 터 관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당시 정영화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은 "동 지표조사결과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를 원하여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건조물분과, 문화재분과 등 관련 합동분과회의 또는 전체문화재위원회를 개최해 재심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주정습 사무관은 "덕수궁 터 보존이 국민적 관심사이고 국가간의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 박신용철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측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과 8차 FOTA 회의에서 미 대사관 신축 예정지를 덕수궁 터에서 용산기지 '캠프 코이너'로 합의했다는 정부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덕수궁 터 미 대사관 신축 가능 여부를 판단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상자 기사 참조)

게다가 한국 정부는 아직도 미 대사관측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린 코맥 미 대사관 대변인은 "(미국 대사관은) 한국 정부로부터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에 대한 공식입장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고 8차 FOTA회의에서 한국측이 전달한 대사관 대체부지 발언에 대해서도 "한미 미래동맹정책구상회의(FOTA)와 대사관 신축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측이 미대사관 신축 대체부지를 캠프 코이너로 이전하는데 동의했다는 발언은 한국 정부만 공식 논의라고 판단한 것이고, 한국 언론이 기정 사실화했다는 소리다.

일련의 과정을 예의 주시했던 김성한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간사는 "딕 체니 방한시 기자 브리핑, 5월 4일 고건 전 권한대행의 발언, 5월 6일 8차 FOTA회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캠프 코이너를 대사관 대체지로 기정 사실화한 반면 미 대사관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발표 이후 내부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보아 한미 양측이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 미 대사관 용산 이전에도 신중한 입장

다만 그는 "'덕수궁 터 미 대사관·신축반대 시민모임(시민모임)'에는 용산미군기지 전면재협상 운동을 벌이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가 있어 미 대사관의 용산기지로의 이전은 신중한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미 대사관 캠프 코이너 이전 발언 이후 시민모임 관계자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덕수궁 터 미대사관의 캠프 코이너를 적극 환영한다고 발언해 내부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심의관실 최영진 사무관도 "한국 정부에서는 아직 캠프 코이너를 미 대사관 신축 대체부지로 공식 결정한 바 없다"면서 "검토되고 있는 여러 후보지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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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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