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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년 전두환 정권은 거리를 떠돌아 다니던 이른바 넝마주이들을 공유지로 강제 이주시켜 당시 치안본부 통제하에 집단 생활케 했다. 도시 재정비 차원에서 이들을 한 곳에 정착시킨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당시 군사정부는 서울에서도 부랑자와 전쟁 고아 1000여명을 모아 현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 뒷산으로 집단 이주시켰다. 이후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다시 이들을 10개 지역으로 나누어 이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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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시켜 놓고 변상금 물라니"

▲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 전경
ⓒ 포이동철대위
이에 따라 서울시는 거리의 부랑자와 전쟁 고아 등 도시 빈민 150여명을 81년 12월 21일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 3800여평에 이르는 하천 공유부지로 강제 이주시켜 정착케 했다.

이들은 거적 하나를 깔고 새우잠을 자면서도 살아야겠다는 희망 하나를 부여잡고 움푹 패인 웅덩이를 메꿔가며 척박한 땅을 손수 일구어 집단촌을 형성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지급하던 쌀과 부식, 연탄 등을 이들은 모두 반납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시의 체비지(79년 이후 도서관 용지)인 포이동 266번지 일대에 대해 강남구가 서울시에 89년 도시계획시설 변경 요청을 하면서 이들의 삶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강남구는 이곳을 학교용지 대체부지로 선정하겠다는 계획.

이들의 불만은 학교시설이 들어서면 그동안 피땀 흘려 일군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고 또 다시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때는 도시 환경을 해치고 국제 망신을 시킨다는 이유로 거주지역 바깥으로 나오는 것도 금지되었다.

지난 22년간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이른바 넝마주이 집단 거주지역에서 고물과 폐지 등을 수거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온 이들이 마침내 거리로 나왔다.

▲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포이동 주민 주거권 사수 투쟁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상일
포이동 주민 등 철거빈민 200여명은 16일 낮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이동 주민의 점유권 인정 △토지 매각 시 원주민에게 우선 매각 △장기 미집행 도서관시설 지정 해제 △학교용지 선정계획 철회 △주거용지로의 용도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무지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주민들 몰래 구청장은 포이동 266번지를 도서관시설로 지정하더니 지금은 점유권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기만하고 학교부지로 선정하려 한다"면서 "강제로 이주시킬 때는 언제고 피땀으로 황무지를 다 일구어 놓으니까 내쫓으려고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미 보상이 이루어졌는데도 주민들이 불법으로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강남구가 서울시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비난하고 "강남구는 주민들을 죽이는 사업계획을 백지화하여 원래 약속했던 대로 포이동 266번지를 지역 원주민들에게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포이동철대위 이재철 위원장은 "강남구의 부당한 처사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약속 받았던 점유권과 토지매각 우선권을 뒤엎어 버리려는 행정당국에 맞서 생존권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만 총무부장도 "1979년 박정희 대통령령에 의해 부랑자, 전쟁 고아, 빈민들을 환경미화 차원에서 정착시킬 목적으로 발족된 자활근로대의 일원으로 1981년 길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포이동 266번지로 내몰려 왔다"면서 "22년간 가꾸어 온 삶의 터전을 서울시와 강남구의 횡포에 의해 빼앗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윤영민 팀장은 "포이동 266번지는 주민들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강남구에서는 보상을 해준 적도 없고 서울시에 허위보고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포이동 주민들에게 1년 단위로 변상금 명목의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용료를 제대로 내고 있는 사람은 전체 주민들 가운데 1/3 수준이고 나머지는 몇 년씩 체납하거나 아예 못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팀장은 "현재 30~40가구 정도가 81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토지매각 결정 등 서울시의 입장이 나오면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법령에 따라 보상 등의 이주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포이동 주민의 점유권을 인정하라"
ⓒ 서상일
한편 포이동철대위 소속 주민 3명은 이날 오후 서울시장 비서실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진정서를 전달하고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철 위원장은 포이동 266번지 체비지를 주민들에게 매각함으로써 △그동안 점유자들로 인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서울시의 재정수입 발생 △무허가 건물을 해결하여 도시 미관에 적합한 환경 개선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결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포이동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있는 그대로 서울시장에게 보고하여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 결과를 3일 안으로 주민들에게 통보해주겠다"고 말했다.

김효수 서울시 도시관리과장은 "1981년 이전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임시조치법으로 주민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나 그 이후의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규정이 없어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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