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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동철대위 주민 등 300여명은 16일 오후 강남구 포이동 일대에서 주거권을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거리행진을 벌였다
ⓒ 석희열
폐지와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철거빈민 300여 명이 서울시에 안정적인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정부 정책 일환으로 1979년 이후 넝마주이 등 1천여명 집단 이주

지난 1979년 7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시는 거리의 부랑자와 전쟁 고아, 도시 빈민들을 모아 한 곳에 정착시키기 위해 자활근로대를 발족했다. 서울시는 81년 3월 이들 자활근로대 1000여명을 환경 미화라는 이름으로 현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 뒷산으로 집단으로 이주시켰다.

이후 정부는 공공 부지 재활용과 도시 재정비 정책에 따라 1981년 12월 이들을 다시 10개 지역으로 분산 이주시켰다. 이들 중 150여명은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 3800여평에 이르는 서울시 소유의 하천 부지에 터전을 잡았다. 22년이 지나는 동안 이곳 주민은 104가구 350여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의 체비지인 포이동 266번지 일대는 현재 도시계획시설에 따르면 도서관 용지로 되어 있다. 하지만 강남구에서는 서울시에 도시계획시설 변경 요청을 하여 이곳을 학교 용지로 선정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22년간 한 곳에 살아온 정착민, 점유권 인정 요구

ⓒ 석희열
이같은 강남구의 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지난 5월 대책위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주거권 사수 투쟁을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로 폐지 수집과 고물상 등을 운영하며 생활하는 이들은 ▲기만적인 학교 용지 선정 계획 철회 ▲22년간 살아온 점유권을 인정하여 자신들에게 토지를 불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포이동 주민들은 81년 12월 함께 분산 이주했던 나머지 9개 지역 주민들에게는 87년 이후 서울시에서 순차적으로 보상비와 아파트 분양권 등을 주어 주거 대책을 세워주었으나 자신들에게는 지금까지 아무런 주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학교 용지로 지정되어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428번지 시유지(현대백화점 옆 주차장 부지)를 공원 시설로 변경하여 매각하는 대신 그 대체 부지로 포이동 266번지 체비지를 선정하려는 것은 현대백화점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웃과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도록 주거권 보장하라"

▲ 이들은 점유권 인정과 학교 용지 선정계획 철회를 서울시와 강남구에 강력히 요구했다
ⓒ 석희열
이와 함께 이곳 주민 300여명은 11월 16일 오후 강남구 포이동에서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주최로 '포이동철대위 주거권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부지 매각시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불하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오후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철 포이동철대위 위원장은 "81년 12월 21일 강남구청에 의해 이곳으로 이주해 온 뒤 우리들은 허허벌판 웅덩이를 피땀으로 오늘의 주거 환경을 일구었다"며 "22년간이나 방치했다가 이제 와서 학교 부지 선정 계획을 추진하여 주민들을 내쫓으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재웅 빈철연 지도위원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집단 이주시킬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하느냐"며 "강남구청은 포이동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한다"고 촉구했다.

포이동철대위 김종만 총무부장은 "강남구가 이미 학교 용지로 선정되어 있는 압구정동 428번지의 대체 부지로 포이동 266번지를 선정하려는 것은 학교 시설을 짓기보다는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기 위한 사기극이며 야만적인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김 총무부장은 "사람이 생활할 수 없는 척박하고 열악한 이 땅을 우리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며 가꾸어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찾을만 하니까 서울시와 강남구에서 주거권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의 삶의 터전을 피로써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투쟁결의문을 통해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당시에는 도시 환경을 위해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며 "철거민들을 죽음과 길거리로 내몰아 가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야만적인 정책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 최근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주변에 삼성 타워팰리스 등 고층 빌딩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 석희열
강남구 "무리하게 주민들을 내보낼 계획 없다"

한편 강남구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주민들의 민원에 반하여 무리하게 학교 용지 선정 계획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대백화점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윤영민 팀장은 "주민들의 민원을 가지고 서울시 교육청과 협의해 본 결과 포이동에 학교 용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지금 당장 학교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닌만큼 주민들을 무리하게 내보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주민들의 점유권 인정 요구에 대해서는 "무허가 건물에 대해 그들의 점유권을 인정해 주기에는 근거가 없어 곤란하다"면서 "점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적인 다툼(소송)을 통해 이겨야지 억지로 떼를 쓴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의 토지 우선 불하 요구와 관련 "이주 당시 정부에서 우선 불하 약속을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현행법상 공공 목적으로 되어 있는 체비지를 민간에게 불하할 수는 없다"며 "만약 공공 용지인 도서관 부지를 민간에게 불하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법상 용도 변경 등을 통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팀장은 "공공 사업을 추진할 때라면 '분양권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면서 "82년 이전부터 살던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철거하거나 정비할 때 정부에서 이주 대책을 세워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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