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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서영준
(지난 8월22일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노무현-개구리 닮은꼴 5가지 파문>기사에는 독특한 독자의견이 실렸다. ID를 '노무현'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개구리와 저를 비유한 것....인정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많은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았다. 이글의 필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한 중소 IT업체 대표인 신수근씨로 밝혀졌다. 다음은 'ID 노무현'이 본 노대통령의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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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노무현과 개구리의 공통점 다섯 가지" 파문

지난 6개월간을 지낸 느낌은 한 마디로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이 났다'는 것이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끄러움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시끄러웠다.

일단 시끄러우면 짜증이 난다. 그리고, 누군가 왠지 아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것을 보니 아마도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5년 내내 이렇게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것을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난다. 혹시, 우리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은 아닐까?

아마도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느끼도록 줄기차게 강요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끄러운 현상을 걷어내고 그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 보면 이슈거리조차 되기 어려운 문제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노무현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성격을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제자리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의사에 비유한다면 양의식 외과수술이나 투약처방이 아니라 한의식으로 몸의 양기를 회복시켜 스스로 병을 이기도록 하겠다는 것 같다.

이러한 '원기회복'식의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인기가 없다. 돈도 벌기 힘들다. 즉각적인 효력이 나타나지도 않을 뿐더러 건강이 회복된 후에도 의사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명의 화타도 '병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형님'에 비하면 자신의 의술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하였다.

필자가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오시는 한의사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체질이 바뀌어야 하고 체질이 바뀌려면 습관이 변해야 한다. 먹는 습관, 취침 습관, 운동 습관, 일하는 습관 등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다이어트 약만 먹어 봐야 부작용만 부를 뿐이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먼저 우리의 체질을 바꾸자고 하는데 그의 지지자들은 화끈한 외과수술이 없어서 실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양의에서도 암에 걸린 환자를 무조건 수술하지는 않는다. 먼저, 암세포가 더 증가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힘든 외과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든 후에야 수술에 들어간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잣대로 평가되어져야 할 것이다. 키와 몸무게, 허리둘레 만으로는 건강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피검사도 하고, X-선도 찍고, 필요하면 CT촬영과 위 내시경 검사까지 해서 체질이 개선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닥터 노무현이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환자와 대화하시기를 바란다. 쓴 약을 먹기 싫어하는 어린애도 있을 것이고, 의사는 무조건 불신하는 고집쟁이도 있을 것이고, 술이 약이라며 퍼 마시고 행패부리는 노인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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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아래의 몇 가지 개인적인 희망사항도 하나씩 이루어 주시면 좋겠다.

1. 재미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하면 '다음에는 번호를 잘 보고 찍으라'고 말해 주고, '개구리 닮았다'고 하면 '거울을 치우고 보라'고 대꾸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와 재치를 보고 싶다.

2. 환상의 팀 플레이를 보고 싶다.

오프사이드 트릭을 걸기 위해 수비들이 다 전진하는데 미드필더가 내려와서 공을 잡겠다고 쫓아가면 속 뒤집어진다. 청와대와 관료들은 물론, 민주당 관계자 분들도 서로 입 쪽쪽 맞추는 소릴 듣고 싶다.

3. 개혁의 네비게이션 장치를 갖고 싶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비행기 스크린 위에 어디쯤 왔는지, 고도는 얼마고, 속도는 얼마인지를 보여 준다. 개혁도 그러하길 바라고... 비행기를 잘못 탄 사람은 중간에서 과감하게 내려 주자.

4. 언론 자유가 확대되는 걸 보고 싶다.

언론은 더 자유스러워야 하며... 이와 함께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와 책임은 그 무게가 같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지기를 바란다.

5.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보고 싶다.

부자가 존경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경제가 산다. 하지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되어야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불공정한 방법으로 된 부자는 거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6.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보고 싶다.

단, 솔선수범과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 국회에 대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하며, 이에 반대하는 분은 국회에서 노동해야 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길 바란다.

7. 국민의 4대 의무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특별검사제나 국정감사를 동원해서라도 조세와 병역의 의무로부터 소외받은 분들을 대쪽같이 발굴해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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