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참여정부 정권 출범 6개월을 맞아 서로 다른 3가지 시각의 노무현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싣습니다. 국회의원 김영춘씨는 그 중간 정도의 시각이며, 시사평론가 서영석씨는 '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입장, 재미언론인 김민웅씨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는 입장입니다. 3가지 시각은 현재의 자리에서 2시간씩 차례로 머릿기사에 올라갑니다... 편집자 주


관련
기사
한나라 "노무현과 개구리의 공통점 다섯 가지" 파문


▲ 지난 6월 2일 청와대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루도 편안하게 바람잘 날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 이제 6개월 지났다. 대통령으로서도 국민으로서도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우리가 이전까지 보아왔던 대통령들과는 너무나 다른 대통령을 접하면서 국민들 일부는 환호로, 또다른 일부는 반감으로, 그 외의 많은 이들은 당혹감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봐 왔다.

일단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들이 매긴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략 40% 정도의 국정 지지율은 민주화가 시작된 후 역대 대통령의 6개월 시점 평가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앞서는 요인은 역시 노 대통령 특유의 소신과 개성이다.

우선 싫은 소리부터 좀 하자. 6개월의 통치기간 중 노 대통령이 보여준 개성은 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억제되고 시정되어야 할 점이 많다. 공석에서 정제되지 못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상관없이 자질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든지, 국민을 힘빠지고 낙담시키는 지나친 솔직함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강조하면서도 그 자신이나 측근 참모들이 지나치게 많은 일에 직접 언급하거나 관여함으로써 그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경우들도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민들은 절대자적 권위주의는 싫어하지만 그 자신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존경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권위있는 대통령'은 갖고 싶어한다.

절대적 권위주의 싫어하지만 권위있는 대통령은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소신은 더욱 존중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그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 나라를 이끌어왔던 주류 세력에 도전하는 역사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취임 이후에는 주류의 고답적 논리로 이루어져온 정부 운영을 혁신하고자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이런 점들이 과거 주류 세력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반격을 당하는 것도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다. 하지만 주류의 교체 혹은 혁신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과거 50여 년 간 이 나라를 지배해온 극우적 권력 엘리트 집단들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과거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해온 측면도 인정되어야 하겠으나 자기혁신에 실패한 지금 그들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의 200년 역사가 우리에게는 40년으로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과거 권력엘리트들은 선진국으로 말하자면 19세기 중상주의·군국주의 시대, 잘 봐주어도 2차 세계대전 종료 이전까지의 지배 엘리트들과 같은 시대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아직도 19세기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선진국 도약의 과제까지, 21세기의 꿈까지 맡길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소신은 더욱 강화하되 가슴은 따뜻하게 열어야 한다. 주류의 교체는 총체적으로 국가 에너지의 확대·강화여야 한다. 시대의 교체는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결말지워져야 한다. 극우는 배제하되 합리적 보수세력은 파트너로서 안아야 하고, 나이든 세대의 현실적 걱정들은 국가 경영의 청사진을 공감시킴으로써 해소되어야 한다.

과거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 중 평가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계승함으로써 선순환적인 역사 축적을 기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역과 이념, 계층을 떠나 각자의 시선과 위치에서 따로 출발해 공동의 국가적 목표를 향해 함께 만나는 역할 분담과 정치사회적 프로세스의 창출이 이 '미성년의 나라'를 맡은 노 대통령의 임무이다.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인가. 사회 각 집단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고 주장하되, 최종적으로는 적정선의 타협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을 공존시키는 것이 선진사회이다.

▲ 지난해 대선 당시 부산지역 유세장에서의 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와 지지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정권의 미래는 지금보다는 밝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우군이든 적군이든 아직도 미성년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력들에 둘러싸여 있고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건방진 평론처럼 들릴지 모르나 지금까지 노 대통령부터가 그 열정을 주체 못하고 대통령으로서는 사춘기적(?) 행태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노 대통령은 성년으로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의 지난 8·15 경축사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 안에 6개월 전의 대통령 취임사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감있는 방향 제시가 담겨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특히 지난 두 달 동안 이전에 비해 많은 고무적인 인식의 진전과 정리된 입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권의 미래를 지금까지보다 훨씬 밝게 전망한다.

그가 '2만달러 시대의 도래'를 단순히 돌격 앞으로 식의 성장 구호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이해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가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을 설정·지원하고 과학기술인의 우대를 제도화하려는 등 무엇이 앞으로 이 나라를 먹여 살릴 것인가에 대한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자주국방과 그 준비를 진지하게 말하면서도 현실의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국민들까지 배려하는 지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역편중과 특권을 인정치 않으려는 그의 탕평적 인사정책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의 요인들도 많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만약 잘못되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다면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극우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 땅의 많은 과거회귀적 보수세력들은 작은 빈틈도 놓치지 않고 대통령 흠집내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보다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대형노조들은 더 이상 노대통령의 동지가 아니라 정책 집행을 가로막는 경쟁자나 장벽이 될 것이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할 지역주의의 발호도 정치뿐 아니라 모든 정책 영역에서 정상적인 토론과 타협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정치에는, 특히 한국의 정치에는 감성 요인이 참으로 중요한 것같다. 까놓고 보면 지난 6개월 동안 노 대통령이 그렇게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지지율이 낮아진 원인을 나는 이 감성요인에서 찾고 싶다.

▲ 김영춘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도대체 대통령스럽지 않다는 국민 다수의 감정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면 대통령직 수행의 본질과 상관없이 지지도 정체는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국민 심기 관리를 잘하는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목표 하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노 대통령은 선진통일국가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제 노 대통령은 현장에 서야 한다. 경제살리기 등 5년 내내 집중할 전략 과제 몇몇과 연차별 개혁과제 중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야 할 일들을 선별하고 거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는 자리들도 이런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일들은 다 참모들과 장관들에게 맡겨도 된다. 대통령이 현장을 뛰어다니고 듣고 토론하며 국민의 관심과 에너지를 거기로 모아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과 함께 호흡하며 신바람을 내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으로 활짝 열릴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