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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참여정부 정권 출범 6개월을 맞아 서로 다른 3가지 시각의 노무현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싣습니다. 국회의원 김영춘씨는 그 중간 정도의 시각이며, 시사평론가 서영석씨는 '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입장, 재미언론인 김민웅씨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는 입장입니다. 3가지 시각은 현재의 자리에서 2시간씩 차례로 머릿기사에 올라갑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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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노무현과 개구리의 공통점 다섯 가지" 파문


▲ 지난 5월 17일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취임 6개월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전문여론조사기관을 통한 기성언론의 평가가 특히 그렇다.

이에 반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들은,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편차를 보이고는 있으나 이런 기성언론의 혹평과는 사뭇 궤를 달리 하고 있어 주목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 상의 평가와 기성언론의 평가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실은 지금 시대의 특징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맞은 참여정부 시대는 단순히 대통령만 바뀐 차원을 넘어, 시대의 패러다임 전체가 변혁을 겪고 있는 시대이다. 당연히 평가의 주체인 국민들도 일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연령대에 따라 평가 자체가 천변만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패러다임의 변화, 즉 우리 사회 전체의 시스템적인 변화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의 특징은 과거 군사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김대중 정권과도 확연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실험은 근본적으로 수십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낡은 시스템에 대한 변화 시도이기 때문에 겨우 취임 6개월밖에 안된 시점에 국정운영 여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 오류일 수도 있다.

단순히 통치자만 바뀐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것이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란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성패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은 수십년간의 사회 지배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혁명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그야말로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는 점진적이고도 개혁적인 방법 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취임 6개월을 맞은 시점에 노무현 정부를 평가하겠다면, 지금 이 시대에 노무현 정부가 성취하려는 목표는 과거 정권과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차별성은 과연 정당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정당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과연 그러한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일과성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가장 혹평인 결과로 나오고 있는 보수언론 가운데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 이유로 꼽은 것 가운데 '가볍고 부적절한 언행'이 가장 많았다는 것만 봐도 지금의 여론조사가 갖는 당파성을 간파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느냐 못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이 주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여론조사 열풍이 일과성의 '대통령 때리기'의 또다른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서 다시 반문한다면, 과연 노무현 정부는 탄생의 원인이기도 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개혁적인 과제 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울 수도 없는 시점이고 그렇게 만족스럽지도 못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의지 역시 출범초에 비해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이러한 견해를 부연하기 위해 먼저 노무현 정부가 과거 정권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부터 살펴보자.

김영삼-김대중 정권은 군사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고는 있었지만, 대통령 직이 갖고 있는 광범위하고 무차별한 권력을 이용해 통치했다는 점에서는 큰 차별성이 없었다. 물론 양김씨는 그것만이 무기는 아니었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쌓아올린 대통령 자신의 인기와 카리스마도 중요한 권력의 원천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권력의 원천 자체가 없었을 뿐더러 다른 무엇보다도 대통령직이 갖고 있는 권력 자체도 포기하는 데서부터 통치를 시작했다. 즉 검찰이나 경찰, 혹은 국정원과 같은 이른바 권력기관을 통한 통치시스템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개혁적인 열망 자체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 시대에는 군사정권의 종식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었고, 김대중 정권 시대에는 IMF체제 극복을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러한 국민적 기대나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김씨의 카리스마와 무한정한 대통령의 권력을 활용해 집권 초반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 전개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처럼 국민들을 결집시킬 외행적 요인이 전무한 상태에서 출발을 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개혁적 욕구는 통제불능 상태에서 분출하고 있는 혼란적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 지난 5월 19일 한나라당 '국민기만 3대정치공작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용균, 박승국, 이주영, 김기배, 박세환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과정

지금의 혼란은 단순히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느냐 잘못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기득권층을 해체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확립해 나가는, 말하자면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필연적 과정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위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적 인기가 별로 좋지 않은 외생적 이유들을 꼽는다면 여러가지를 들 수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기득권층과의 타협부터 거부해야만 가능하다. 당연히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 가령 수구정당이라든지 수구언론들의 무차별한 공세가 있었고, 이것이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특히나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수구정당의 존재가 노무현 정권의 개혁과제를 정체시키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의 탈권위적 언행을 부적절한 언행으로 부각시키는데 기여한 수구언론 역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 기득권층의 엘리트들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 그것이 기술적인 약점을 드러낸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는 체감지수가 가장 높은 경제 문제의 해결이란 측면에서 경제현실에 대한 대처와 개혁과제의 수행이란 양립이 어려운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명백한 호남정권이었던 민주당 출신이면서도 탈호남을 부르짖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역시 지지기반의 혼란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 그것은 남북문제, 혹은 북핵문제에 대한 단일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대북송금특검법의 수용과 재특검법의 거부를 둘러싼 지지기반 내의 논란은 이러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현정권을 평가하기에는 마이너한 문제일 뿐이다. 노무현 정권은 과거 수십년간 이 사회를 지배해 왔던 기득권층의 그물을 걷어내고, 앞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의 기반적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하는 역사성 속에서 탄생했다.

노무현 정권이 과연 이러한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혹은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야말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이 시점에서 살펴봐야만 하는 정당한 잣대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굳건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개혁은 원래 인기가 없는 법이다. 인간은 개혁을 이상으로 원하면서도 자신의 생활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데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율배반적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볼 수단은 현재로서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총선에서 과반수 획득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언명하면서 스스로 실천가능한 행정부의 시스템 개혁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짐작할 따름이다.

노무현 정권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별로라는 역설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패러다임 자체의 변혁을 과제로 하고 있는 이 정권의 숙명과도 같다.

이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수구언론들이 한결같이 노무현 정권에 대해 악평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개혁 의지 만큼은 정권 출범 초반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개혁의 결과 가장 타격을 받을 세력들이 반발하면서 집중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간접 증거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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