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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선임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144명 판사들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접수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본관.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선임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144명 판사들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접수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본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9신: 14일 밤 8시20분>

"폐쇄된 법원의 경직성에 분노한다" "이제 희망 접어야하나"
법원게시판, '사법개혁 촉구' 글 쇄도...'대법관 퇴진운동' 확산 조짐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후보 인선 파문이 '대법관 퇴진운동'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44명(마감 이후 참여의사를 표시한 판사까지 포함하면 159명) 현직판사들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접수된 뒤에도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현직 판사들의 글이 법원 내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진경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A4용지 4쪽 분량의 글을 통해 "대법원장이 추천한 세분의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내가 분노한 것은 그 희망조차도 앗아갈 절차적인 폐쇄성 때문이었고 그것이 현재 대법원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법관 명부가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현재까지도 각 지방법원판사의 당직순서는 기존의 서열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그 순서가 바뀌기라도 하면 서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당직부를 작성한 직원을 질타하는 것이 현행 서열제도의 현실"이라고 고발한 뒤,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은 "대법원이 현재의 서열화되고 수직적인 사법관료제의 근본 틀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표로 파악하였다"고 비판했다.

정 판사는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얼마나 국민의 의사와 법원 내부의 일반 법관의 의사에 무관심한 유아독존의 기관인지를 드러낸 사건이며 사법부 자체에 의한 개혁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사법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대법원의 필연적 결과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판사는 마지막으로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는 조직은 개혁 당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차대한 문제를 침묵 속에 방관하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재완 서울지법 판사도 14일 오전 '사법부의 메시아'라는 글을 통해 "(10년 전 소장법관들의 사법개혁건의문 제출 때) 당시 초임판사로서 그 현장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지켜보았던 나는, 그 이후 줄곧 대법원이 그 메시아가 되어 사법개혁의 주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 희망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다"며 10년 전 보도된 한 기사 문구를 인용, "'사법부가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판사는 또 "제대로된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강함은 권위도 정당성도 부여될 수 없는 완고함에 불과할 뿐"이라며 법원 스스로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8신: 14일 오후 6시>

총 159명 연판장에 서명... 14일 오후 대법원에 제출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선임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144명 판사들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번 연판장을 주도한 이용구 판사는 "서명을 마감한 오후 1시 이후에도 약 15명의 판사들이 추가 신청했다"며 "이들도 참여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3일 오후 서명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하루만에 총 159명의 판사들이 동조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와관련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당초부터 누구든지 의견 개진은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의견 개진 차원에서 고려하겠다"면서도 "다만 집단 행동으로 비쳐지는 듯한 점은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용구 판사는 기자가 '집단행동으로 비쳐지는 듯'하다는 대법원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자 "무슨 소리인가, 의사 표현을 한 것 뿐"이라며 "1월에 의사를 밝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3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던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지법원장을 약 5분간 만나 사표 제출을 재확인했다. 박 판사는 "원장님께서 '사직서 제출을 재고하라'고 권유하셨지만 '지금 그럴 단계는 아니다, 어려운 입장이다'고 사표 수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박 판사가 제출한 사표는 아직 대법원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박 판사는 "사표가 제출되면 흔히 원장이 사표를 며칠간 가지고 있으면서 재고 의사를 타진한다"며 의례적인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언론에서 '제4의 사법파동'까지 언급하는 것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며 "적절히 합의점 찾아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신: 14일 낮 1시35분>

약 24시간만에 판사 144명 서명, 오후 대법원 제출 예정


곤혹스러운 최 대법원장 최종영 대법원장이 13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곤혹스러운 최 대법원장 최종영 대법원장이 13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전수영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선임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연판장을 돌린 일부 소장판사들은 14일 오후 대법원측에 144명의 연서명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의견서는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가 13일 오후 2시경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 동조하는 판사들이 14일 오후 1시까지 연서명한 것이다.

이 판사가 글을 올린지 불과 하루만에 8명의 부장판사를 포함해 무려 144명의 소장판사와 법원연구원 등이 연서명했다. 이는 그만큼 이번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선임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법원 내 인사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연판장에 연서명한) 부장판사가 총 8명이고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면서 "18기 이하 소장 판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은 정해진 바 없으며 일단 사태를 파악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내일부터 휴무이기 때문에 18일이 되어서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은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대법원과 법원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또한 법원이 민주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 내부에서는 '인터넷 연판장'과는 별도로 '대법원장 퇴임운동'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법파동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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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판사 요구를 무책임한 집단행동으로 매도말라"
참여연대, 14일 성명 통해 대법원 비판

참여연대는 14일 '민주주의 의식이 결여된 대법원'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주장은 개탄할만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법원내외부의 비판을 '고유권한 침해', '무책임한 행동' 등으로 호도하는 것은 대법원이 권위주의의 잔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민주사회에서 대법원도 다양한 의견의 제시, 비판과 반비판 등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면서 "대법원이 법원 내, 외부의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로부터 귀를 막고 있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 "이번 대법관 제청은 같은 법조직역내에서도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무부와 변호사 직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자문위원이 사퇴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제는 100여명이 넘는 소장판사들이 제청의 재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들의 행동이 무책임한 집단행동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법원개혁에 대한 절박함 앞에 대법원의 구구한 해명보다 이들의 목소리가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를 대법원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신 대체: 14일 오전 10시50분>

대법원장 퇴임운동으로 확산 조짐
연판장, 오늘 오후 대법원에 제출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인선 파문이 법원내 '대법원장 퇴임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을 향해 "대법관 인선을 재고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항의성 사퇴한 데 이어, 대법원장의 제청을 재고하라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린 소장판사들도 14일 오후 대법원에 100여명의 판사들이 연서명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제4차 사법파동'이 구체화되고 있다.

법원내 개혁그룹의 한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판사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장 퇴임 운동'으로 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면서 법원 내부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19세기적 사고에 젖어있는 대법원이 21세기를 어떻게 끌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집행부 퇴진운동'을 시사했다.

또다른 한 판사도 "이번 사건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법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까지 결부되는 심각한 문제를 대법원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했다"면서 "누가 대법관이 되든 이런 방식으로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국민과 상당수 판사의 의견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는 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실 누가 대법관이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꽉막힌 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며 "대법원 추천판사의 문제라기 보다 이번 사건으로 상징되는 사고의 경직성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13일 오후부터 인터넷 연판장을 돌린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14일) 오전까지 연서명을 추가로 받아 오후 1~2시경 북부지원 판사 한명이 대법원장에게 직접 연판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3일 밤까지 연판장에 서명한 판사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14일 확인결과 오전 9시 현재까지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을 포함해 총 98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오전까지 계속 연서명을 받을 예정이어서 연판장에 동조 의사를 보이는 판사는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측은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초 후보자로 올랐던 3명중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의사를 고수하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추천 요식절차...대통령 제청거부권 가능"
박재승 대한 변협회장,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혀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장은 14일 "지난 12일 대법관 추천 자문위원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은 자문위가 원래 취지대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자문위는 대법관의 바람직한 상(像)에 대해 먼저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를 통해 모아진 의사를 전달하면 대법원장이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3명 중에 한명을 골라라는 방식은 아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요식절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법관은 판결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하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대법관 역시 현실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사회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갖춘 인물이 임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법관 인선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원인은 법원의 관료화에 있고 이를 위해 기수와 서열에 따라 승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무슨 위원회를 백번 만드는 것보다 대법원장이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하는 그런 과정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변호사 중에 법관을 임명하는 법조일원화가 실현돼야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법원내 신망을 받고 있는 중견법관이 사직을 한데 대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으며 대통령의 제청거부권에 대해 "이론적으로 거부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13일 오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등장한 연판장 내용 사본.
13일 오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등장한 연판장 내용 사본. ⓒ 오마이뉴스

<5신 대체:13일 오후 10시>

연판장, 5시간만에 판사 100여명 서명


'연공서열 대법관 인선 파문'으로 촉발된 개혁판사들의 '인터넷 연판장'에 연서명한 판사들이 불과 5시간여만에 1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법 파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사시33회) 판사는 13일 오후 2시10분경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연판장을 올린 바 있다.

이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13일 오후 7시경)까지 동의하신 분들이 대략 100명에서 110명 사이다"라면서 "내일(14일) 오전 중으로 취합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처음에 연판장을 몇 명에게 돌렸나'는 질문에 "80명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오후 2시10분경에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고 말했다.

한편 한 부장판사는 "100여명이 참여했다는 게 절대적으로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상황은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물을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이다.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만약 거부한다면 대법원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오늘 대법원 반응을 보니까 대법원장 고유권한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분위기를 모르는 것이다"라면서 "고유권한이면 왜 자문회의를 만든 것인가. 또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4신 대체: 13일 오후 5시>

"개혁 주체-개혁 대상, 대법원 중대 기로"
개혁 판사들, 연판장 돌려 대법원에 제출 예정


"전국 법관 여러분에게 대법원장님의 재고(再考)를 건의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처음 생각에는 사법연수원 18기 이하의 소장 법관들만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으나,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사법연수원 17기 이상의 부장판사님들(고등부장판사님 포함)에게도 동참을 호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3일 오후부터 법원 내부게시판에 개혁성향 판사들이 올린 '연판장'이 돌아다니고 있다.

12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회장의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직 사퇴로 촉발된 '연공서열 대법관 인선 파문'은 13일 오전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의 항의성 사직서를 거쳐, 이번 '인터넷 연판장'으로 '제4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판장을 처음으로 돌린 사람은 그동안 법원 개혁을 주장해 온 서울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 그는 연명 형식으로 받아서 대법원에 낼 것으로 보인다.

이 판사는 A4용지 3쪽 분량의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까지 진행된 대법관 인선 과정은 우리의 기대를 외면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면서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과거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다면 대법원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또 "대법원이 소수의 기본권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국민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사회적 소수가 주장하는 법논리의 설득력 유무를 문제삼기에 앞서 소수자들의 이해관계에 관해서도 충분히 번민하여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법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특히 "우리 법원은 지금 '대법원을 못믿겠다'는 종래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개혁의 주체로 나설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개혁의 대상으로 남을 것인가를 선택할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이미지를 청산하기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연판장'에 이어 또다른 집단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다음주 초에 대법관 제청 상황을 지켜보고 우리들의 의견 모을 생각"이라며 "현재 내부 판사들에게 의견을 모으고 있다, 목요일 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파동의 역사] 3차례 '파동' : 71년 · 88년 · 93년... 그리고 2003년?
71년 판사 153명 사표 제출, 93년엔 강금실 등 나서

▲ 대법원 대법정
ⓒ대법원 제공

참여정부 첫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인터넷 연판장까지 등장하면서 '제4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그간 세 차례의 사법파동을 정리한 것이다.

1차 사법파동 : 1971년

1971년 7월 검찰은 서울 형사지법 이범렬 부장판사, 최공웅 판사, 이남영 서기 등 3명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두 판사는 제주도 출장시 사건 담당 변호사로부터 일체의 비용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검증 비용이 지급되지 않아, 검증 신청한 변호인이 비용을 제공하던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결국 당시 시국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검찰이 '법원 길들이기' 또는 보복의도를 담고 두 판사를 구속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다시 재청구에 들어갔고, 이 역시 기각되었다.

영장은 기각되었으나 외부 압력에 시달려온 그동안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 서울민사지법 판사 40명의 사표를 필두로 전국 판사 153명(당시 판사수는 415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은 신직수 법무장관을 불러 사건을 확대하지 말도록 지시하고, 신 장관이 민복기 대법원장 집을 찾아가 수사 백지화 등 수습 방안을 제시, 판사들도 8월 27일 사표 제출을 철회함으로써 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두 판사(이범렬 부장판사, 최공웅 판사)는 판사직을 그만두었다.

2차 사법파동 : 1988년

1988년 6월. 소장판사 200여명이 서명한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 성명에는 국민의 민주화 열기 와중에 사법부는 아무런 자기반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법원장 사퇴 등 법원 수뇌부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이 퇴진했고, 이후 정기승 대법관이 지명됐으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 이일규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3차 사법파동 : 1993년

1993년 6월. 박시환, 강금실, 김종훈 등 서울지법 민사 단독 판사 28인이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보여 주었던 사법부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자기 반성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당시 이같은 건의문이 제출된 것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5월에 대법원이 내놓은 사법부 개혁 방안(변호사의 판사실 출입금지 전관예우 관행 탈피) 등이 소장판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 단체, 사법연수생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결국 김덕주 대법원장이 퇴진했다.

그리고 2003년 8월...

3차 사법파동 후 꼭 10년. 당시 한 주인공이었던 판사 강금실은 법무부장관으로 이번 '연공서열 대법관 인선 파문'의 불씨를 당겼고, 또 한 주인공이었던 박시환 판사는 판사직 사퇴로 불을 키우고 있다.

@ADTOP@
<3신:13일 오전 10시20분>

"사법부에 대한 국민 기대는 분노와 절망의 지경에까지"
박시환 부장판사, 사직서 제출... 개혁 판사들 집단 반발 조짐


어제(12일) 열린 대법원의 '대법관 제청 자문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대법원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13일 오전 '항의성 사직서'를 제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회장은 지난 12일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명되는 신임 대법관 선임 과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따라서 박 판사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대법관 임명 등에 대한 법원 조직 내부의 반발 움직임이 처음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향후 개혁적 판사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박 판사는 A4용지 1쪽 분량의 '법관직 사직의 변'을 통해 "최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새 대법관 선임의 내용은 종전과 아무런 차이점 없이 지금까지의 기준과 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비판한 뒤 "이는 사법부의 변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국민과 법관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며, 시대의 엄숙한 요구에 대한 중대한 외면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판사는 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아쉬움과 실망을 넘어 분노와 절망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이제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 되어 사법부를 옥죄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 기대를 철저히 저버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나는 허탈감과 참담함에 몸이 떨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모든 결과에 대하여는 18년간 사법부에 법관으로 몸담아온 나 자신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그 동안의 비겁한 타협과 안일한 외면, 무책임한 침묵에 대하여 자괴심과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나는 그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짐지는 한 방법으로 지금껏 붙잡고 있던 나의 법관직을 내놓고자 한다, 이 보잘 것 없는 제물이 새롭고 자랑스런 사법부의 탄생에 작은 밑거름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사직서 제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박 부장판사의 사표제출과 관련,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박시환 부장판사가 법원내 평판이 좋기 때문에 파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내가 보기에는 추천한 사람 3명 모두 무난한 인물들이나 (선임) 방식이 과거와 너무 동일해 강 장관과 변협회장이 퇴장한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장이 각계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자문회의를 만든건데 이런 식으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인사위에 평검사들이 들어갔는데, 법원은 고위직만 잔뜩 모아놔 대법원이 변화의 흐름을 너무 못 읽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겁한 타협, 무책임한 침묵을 자괴하며 법관직 떠난다"
[전문] 박시환 판사 사직의 변

▲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
다음은 13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한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의 사직의 변이다....편집자 주


법관직 사직의 변

우리 사법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국민에게 실망과 아쉬움만을 안겨 온 지가 오래 되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요소들이 하나씩 개선되어 갈 때에도 우리 사법부는 이렇다할 변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고집스럽게 유지해 왔다.

그리하여 근래 십수년 사이에 몇차례 우리 사회 전체가 크게 개혁과 도약을 이루는 전환의 계기를 맞았을 때에도 우리 사법부는 외부의 흐름에 밀려 마지못하여 변신의 흉내만을 내었을 뿐 그 속내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채 과거 암울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대 사법의 기본 구조를 지금 이 시점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아쉬움과 실망을 넘어 분노와 절망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이제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 되어 사법부를 옥죄고 있다.

한편으로 사법부에 몸담고 있는 우리 법관들 역시 어떨 때는 기대와 희망에 가슴 부풀어 하며, 어떨 때는 좌절과 절망에 비통해 하며 사법부의 진정한 개혁을 간절히 기다려왔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으며, 때마침 새로운 대법관 선임을 앞두고 온 국민과 법관들은 이번 대법관 선임이 사법부 변신의 큰 계기가 될 것을 기대와 설렘 속에 지켜보아 왔다.

그런데 최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새 대법관 선임의 내용은 종전과 아무런 차이점이 없이 지금까지의 기준과 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법부의 변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국민과 법관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며, 시대의 엄숙한 요구에 대한 중대한 외면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법원 안팎의 법조인은 물론 온 국민과 각종 사회단체에서 하나같이 새 대법관은 완전히 새로운 기준과 방식으로 선임되어야 함을 외쳤고, 대다수의 국민과 법관들은 이번의 대법관 선임은 완전히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새로운 방식과 기준에 의하여 선임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 속에 대법관 선임 절차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이제 그 기대를 철저히 저버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나는 허탈감과 참담함에 몸이 떨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모든 결과에 대하여는 18여 년간 사법부에 법관으로 몸담아 온 나 자신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그 동안의 비겁한 타협과 안일한 외면, 무책임한 침묵에 대하여 자괴심과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하여 나는 그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짐지는 한 방법으로 지금껏 붙잡고 있던 나의 법관직을 내놓고자 한다. 이 보잘 것 없는 제물이 새롭고 자랑스런 사법부의 탄생에 작은 밑거름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또한 사법부의 부끄러운 모습에 크게 또는 작게 책임을 함께 우리 모든 법관들에게서 각자의 몫에 상응하는 반성과 고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2003. 8. 13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박시환


<2신: 12일 밤 9시40분>

"변협회장은 팩스로 사퇴서 보내... 강 장관은 확인안돼"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 12일 밤 '대법관 선임 파문' 진화나서


신임 대법관 선임을 둘러싸고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회장이 12일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을 사퇴해 충격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12일 밤 9시20분경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은 대검 기자실을 찾아와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와 관련 "(대법관 제청 자문위 회의 때) 중간에 강 장관과 박 회장이 나간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박 회장은 '중요한 행사가 있어 나간다'고 말했고, 장관의 경우는 (장관의) 비서가 쪽지에다 '총리가 긴급전화 요망'이란 것을 전달해서 이를 보고 나갔다"고 밝혔다.

손 공보관은 또 "(대한변협 회장의) 사퇴서는 6시경 팩스로 보내왔다, '위원직을 사퇴합니다'란 문구 외에는 없다"면서 "내가 알기로는 (장관의) 사퇴서는 확인 안됐다, 장관이 연락되는지 안되는지 확인이 안된다, 장관은 사퇴한 것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이) 나가기 전까지 본인들의 의견을 밝히고 나갔다"면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깽판이라든지, 파행 분위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손 공보관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강 장관 비서에 따르면 총리실 긴급호출은 없었다고 하는데?
"우리(대법원) 인사 실장이 (총리 연락 쪽지를) 직접 보고 말한 것이다."

- 수행비서들은 총리실 이야기가 없던데?
"그렇다면 장관이 왜 나갔는지는 본인 외에는 모른다."

- 회의 때 대법원장이 참석했나.
"안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3명이 오후 3시에 대법원장실에서 인사하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 3명에 대한 명단은 자문위원에게 미리 갔다."

- 3명에 대한 선정 기준은?
"대법원장 권한인 것으로 안다."

- 회의 때 격론이 있었다는데?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였고, 솔직히 '말하는 회의'였다. 의견을 막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회의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 (회의는) 의견을 듣기 위해 여는 것이다. 반대의견일지 모르지만 의견을 다 이야기했다.

파장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번 회의가 속행 예정되어 있는 회의도 아니고, (대법원장에게) 의견이 충분히 전달된 회의였다. 제청은 다음 주 초로 예정되어있다. 모든 반대나 찬성 의견이 있으니까 다시 (회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대한변협 회장의 사퇴에 대해?
"(대법원) 내규에 의하면 '기관의 장'으로서 사퇴서를 내는 것이 적절하다.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내규를 바꾸지 않으면 박재승 회장을 오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앞선 내용이라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1신: 12일 8시10분>

대법관 선임 관련 자문위 '파행'
법무장관·변협회장 자문위원 사퇴...개혁 판사들 집단반발 조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명되는 신임 대법관 선임을 놓고 파란이 일어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신임 대법관 선임을 둘러싸고 과정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회장이 12일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을 사퇴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측이 제시한 3명의 대법관 제청 후보자들의 명단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개혁파 판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가 '사법파동'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임 대법관을 선정하기 위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는 12일 오후 3시 대법원 6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이날 자문회의에는 윤 관 전 대법원장, 이강국 법원행정처장, 조무제 선임 대법관, 강금실 법무장관, 박재승 대한변협 회장,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법원측이 대법관 후보자로 거론한 인사는 김동건(사시 11회) 서울지법원장, 김용담(11회) 광주고법원장, 이근웅(10회) 대전고법원장 등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문위원회는 최종영 대법원장이 제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의 적격여부 등에 관한 토의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박재승 변협회장은 3명의 대법관 후보자의 적정성 문제와 회의 진행방식 등에 대해 대법원 출신 자문위원들과 논란을 벌이다 회의 도중 퇴장해버렸다. 이어 이들은 이날 대법원측에 각각 자문위원 사퇴서를 전달했다.

박재승 변협 회장은 "회의 중간에 나와버렸다"면서 "별 의미없는 회의였다"고 밝혔다. 두도형 변협 공보이사는 "(박재승 회장은) 회의 중간에 나와서 다른 행사에 가면서 자문위원 사퇴서를 냈다"면서 "회의가 자문회의라고 해 갔는데 자문 구해 의견을 집약하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 형식이었던 것 같다, 국민여론 수렴하는 자문회의 취지와 다르게 진행돼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재승 변협 회장 "자문위는 별 의미없는 회의였다"

이날 열린 자문위는 재야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개혁적 요구를 수용, 기존 관행을 깰 것으로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이같은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이날 대법원측에서 제시한 후보대상자들은 법관의 서열과 기수 등을 기준으로 한 전통적인 인사 관행에 따른 것으로, 그간 시민사회단체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사법개혁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이송희 간사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볼 때 기존 관행에 따른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대법원이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 이런 인사로는 사법개혁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법원내 개혁적 판사 그룹의 집단 반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사법파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사내 통신망에 12일 올린 글을 통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법관인사시스템은 비민주적이고 위헌적이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지위가 고위직 법관들의 승진 자리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성향의 법조인사로 충원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정당한 주장을 곡해하고 소수의 주장으로 폄하하려 들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자들이 마피아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한 뒤 "여론조사를 해서 어느 쪽이 다수의견인지 진실을 확인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법원 기자실에 들러 "다시 와서 대법관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모아서 내일쯤 얘기하겠다"고 말해 모종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도 "법원내 개혁적인 인사들이 오늘의 사태에 대해 집단적으로 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적 판사 그룹 집단 반발 조짐... '사법파동'으로 이어지나

예정대로라면 자문위원회는 이날 토의 결과를 최종영 대법원장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며, 최 대법원장은 이를 반영해 대법관 후보자 1명을 선정한 뒤 오는 18일경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할 계획이었다.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정식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신임 대법관 자리는 현 서성(사시 1회) 대법관의 후임자리로, 서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11일 퇴임한다.

한편 재야 법조계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법관·헌법재판관 시민추천위원회'는 최근 최병모 민변 회장과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 여성인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 박원순 변호사, 이홍훈 법원도서관장 등을 추천한 바 있다.

또 이와 별도로 대한변협도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최병모 민변 회장과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2명을 추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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