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간담회는 재단퇴진 문제와 설립주체 문제에 있어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공대위 측은 "재단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학교를 경영하는 도덕적 책임으로서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이뤄진 합의를 재단 측이 번복함으로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윤영소 교사는 "식비의 일부가 자산을 출연해야 할 법인 이사의 개인구좌로 들어가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급여를 단 한차례도 제대로 지급한 적이 없고 법정 교원인원을 채운 사실도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공대위 "학교 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돈은 못 내겠다니…"
김석순 학부모회 회장은 "처음부터 누구를 물러나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며 "강신석 이사장이 퇴임한 뒤 안행강 이사를 교장에 선임하려고 한 것이 문제의 시발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측은 2001년 3월부터 학교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돈은 못 내겠다고 하고 있다"며 "합의 1달도 못돼 약속을 파기하면서부터 재단 퇴진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왕석 거이산업 상무이사는 "교사나 학부모회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개입해 부추기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도덕성 문제를 얘기하고 있지만 재단에서는 교사들에 대해 불순하다고 감봉이나 퇴직조치를 한번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길 이사장은 "용퇴를 전제로 하면 대화가 되겠느냐"며 자신과 재단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논란만 있었지 안행강씨를 교장에 선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식비 유용문제에 대해 "후원금에 대해 당시 행정실장이 회계를 잘 몰라 그렇게 된 것"이라며 "당시 학교 재정이 열악한 상황을 감안해 운영위에서 다 승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사와 학부모들이 농성하고 나오는 것은 오히려 정상화의 판을 깨버리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75억이 들어갔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길 이사장 "파행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김 이사장은 "이번 파행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면서 "설립자를 부정하면 당장이라도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며 "행정 미숙으로 아직 고치지 못한 현재의 설립헌장을 들어 설립자를 부정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사기 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승수 법인 사무과장은 '한빛고는 특정재단의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뜻을 모아 설립'했다는 공대위 측의 한 선전물을 꺼내 보이면서 "설립자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사에 있어 법인이나 이사장이 주도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후원금이 개인통장에 들어갔다는 하나의 사실로 전체가 호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대위 측은 "학교 파행의 책임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묻겠다고 하느냐"며 고압적 태도에 대해 항의했다. 김석순 학부모회 회장은 "지금 학생들이 어떻게 있는 줄 아느냐"며 "부모들이 할 일 없어 아이들 데리고 장난치고 있는 줄 아느냐"고 재단 측을 성토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날 간담회가 양측간에 뚜렷한 시각차이만을 확인한 채 끝나 한빛고 사태는 한동안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 당사자는 전남도교육청의 제안으로 9일 한차례 간담회를 더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