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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근씨가 7월9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선언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오태양씨의 뒤를 잇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탄생했다. 평화운동가 유호근(27)씨는 7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의 소신을 지키겠다"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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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적 이유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음

평화와 반전에 대한 개인적 소신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유호근씨
ⓒ 김시연
지난해 12월 불교신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오태양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현행 병역법에 위헌 소송이 제기되고 대체복무제도 입법이 추진되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유씨의 경우처럼 비종교적인 이유를 내건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실상 처음.

7월 9일자로 입영통지서를 받은 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시절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소신을 갖게 됐다"며 "개인적 소신에 반하는 행위를 거부하고자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노동당 당원(동작갑지구당 사무차장)인 유호근씨는 95년 통일문제연구소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으로 99년 평양 숭실 방문단을 결성하는 등 통일운동을 펼쳐왔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특례를 준비하려 했으나 이마저 4주간의 군사훈련 때문에 포기했다는 유씨는 "더 많은 복무기간과 어려운 조건이라도 그것이 양심에 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기꺼이 선택할 것"면서 "나 같은 사람도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감옥에 수감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는 1600여 명에 이른다.

<클릭> 유호근씨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소견서 전문 보기

"차가운 시선 두려워 마세요"
'병역거부 선배' 오태양씨, 유호근씨 격려

▲ 인권위원회를 찾은 오태양(왼쪽)씨가 병무청 방문을 앞둔 유호근씨를 격려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현재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오태양씨가 참석, 유호근씨를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오태양씨는 "유호근씨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도 있고 개인적 구제만이 아닌 전체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해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쪽(병무청)에서 차갑게 대하더라도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오태양씨는 병무청 방문을 앞둔 유호근씨에게 지난해 12월 병역거부선언 당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불교신자인 오태양(28)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선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지난 2월 검찰이 오태양씨에게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오씨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시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달라진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지난 6월 19일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오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긴 했지만 병역법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로 재판이 미뤄진 상태다. / 김시연


"양심적 병역거부는 특정종교만의 문제 아니다"

유호근씨와 박서진 변호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 김시연
양심적 병역거부자 변호인단의 박서진(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기인한 헌법적 행위"라면서 "더 이상 특정 종교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호근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진정서를 제출한 뒤 대방동에 있는 서울지방 병무청을 방문해 병역거부 소견서를 제출했다. 병무청에선 곧 유씨의 병역거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 한두 달 내로 유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전망이다.

박서진 변호사는 "유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입건-검찰조사-기소-재판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서 "일단 유씨의 신병 결정 과정에서 불구속 재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재판에선 현행 병역법의 위헌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호근씨는 "아직 걱정반 기대반"이라면서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날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유씨의 부친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았지만 모친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30개 종교, 시민, 사회단체 유호근씨 지지 성명 발표

과연 우리 사회는 '인권'을 향한 유호근씨의 호소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 김시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유호근씨의 병역거부를 지지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에서 "반전 평화의 신념을 가진 유호근씨가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마땅히 보장받아야할 인간의 권리"라면서 "정부는 유호근씨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신념과 양심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발족한 연대회의에는 징병제를반대하는모임, 민가협,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등 종교, 시민, 사회단체 30개가 속해 있으며 7월 4일 국회에서 대체복무제도 도입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서진 변호사는 "대체복무제는 기존 제도에서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병역기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가능하다"면서 "너무 부작용을 우려해 인권을 침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병역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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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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