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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격론을 불러온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이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가 발족한 가운데(오른쪽) 행사장 밖에서는 보수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옥내에서는 지지 기자회견, 옥외에서는 반대 시위.

2월3일 시민단체들이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발족시킨 가운데 행사장 밖에서는 이들의 행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연대회의 측은 "반대 그룹과의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남의 나라 얘기다"

"자유민주체제를 적으로부터 지켜주는 신성한 병역 의무를 양심 없는 행위로 매도하는 참여연대의 반국가, 반민족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중략)...더불어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의 편법적인 병역 거부를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사회전반에 병역 기피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가안보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행위는 적들만 이롭게 하는 것이다...(중략)...참여연대가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안티참여연대' 운동을 네티즌과 함께 벌여나갈 것이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대표 신혜식)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짤막한 성명서는 참여연대 규탄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활빈단, 대한참전단체협의회, 자유시민연대 등의 회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병역기피 늘어난다', '대체복무는 국방비 증가 가져온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동안 참여연대를 표적으로 집중 성토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유시민연대(www.freectzn.org)의 안진석 기획실 차장은 "지금의 안보 현실은 양심의 자유를 허용할 상황이 아니다. 미국, 독일 등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의 얘기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사정이다. 연대회의 측은 '우리와 비슷한 사정'이라는 대만이 2년 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것을 도입 논리로 삼는데, 본토와의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긴장 분위기가 상당 부분 완화된 대만의 경우를 우리와 비교하는 것은 단순논리"라고 주장했다.

안 차장은 "참여연대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 600여 건 중 90% 가량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하고 있는데, 왜 이를 추진하는가? 참여연대는 대다수 국민 정서를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 참여연대는 어렵게 병역을 마치고 나온 예비역들의 입장도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민주참여네티즌연대의 신혜식 대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라는 주장은 영하 30도가 넘는 칼바람을 맞으며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국군장병들을 양심도 없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참여연대가 국민 이간질을 계속하면 파탄연대가 될 것이다. 참여연대가 '건전한 곳'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족한 연대회의 측은 "공개적인 토론의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고, 자유시민연대 측도 "정식으로 참여 공문을 보내오면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태양과 유승준, 이렇게 다르다

▲오태양 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먼저 추운 날씨에도 군복무를 하고 있는 군 장병 여러분과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갇혀 있는 분들께 감사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 병역 거부 선언 이후 격려와 비판을 함께 받았다. 나의 양심에 따른 대가(감옥 생활)를 치르겠지만, 양심과 국민 의무를 모두 지킬 수 있는 방안이 있으리라고 본다. 유승준 씨는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선택도 나름대로의 인생관에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오태양 씨)

유승준과 오태양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입지 속에도 갑작스럽게 비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오 씨는 유 씨의 선택을 '나름대로의 인생관에 따른 것'으로 이해했다. 유 씨의 병역 기피는 발언 번복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떠나서 고된 훈련, '젊음의 단절'로 비쳐지는 '한국에서의 군 복무'에 대한 대다수 젊은이들의 거부감을 반영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상적으로 병역을 이행'한 대다수의 젊은이들과 다른 선택을 한 이들 둘을 묶어 함께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 관계자들은 "유승준과 오태양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오태양 씨가 자기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불이익(감옥 생활)을 달게 받겠다면, 유승준 씨는 군대 문제를 부딪쳐서 해결한다는 측면보다는 문제 자체를 회피하려는 입장 같다.

또 하나, 오 씨는 총을 쏘거나 인명 살상을 피할 뿐이지, 평화적인 형태의 복무를 피하는 게 아니다. 반대로, 유 씨는 대체복무를 해서 팬들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길조차 봉쇄하고 있다. 유 씨가 불이익(군 복무) 자체를 피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라면, 오 씨는 군 복무라는 불이익을 거부하기 위해 또 다른 불이익(감옥 생활)을 감수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정진우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이기적 병역기피를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이 둘을 혼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 씨는 편법이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서 군 복무를 피하려는 것이지,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병역 기피자들이 우리의 운동에 편승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주도하는 '여호와의 증인'이 이단이라는 이유로 개신교는 이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를 찬성하는 나라의 대부분이 기독교 국가이다."


효림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나라들의 축적된 경험이 있다. 일례로, 독일은 지난 50여년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서 회피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재를 취하고 있다. 대체복무가 더 힘들고 더 오랜 복무기간을 요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연대회의는 이날 "분단 현실과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으로 방치되어온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발족 선언문을 채택하고, 앞으로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률 지원 활동, 해외 인권단체들과의 연대 강화와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연대회의에는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민변, 민가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21세기진보학생연합, 평화인권연대 등 27개 단체가 결합했다.

이중 민변은 지난달 25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상황을 설명한 서면 발제문을 제출한 상태. 민변의 이석태 변호사는 "4월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연대회의 차원의 대표단 파견해 한국의 현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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