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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인기란 게 참 무섭데요/여기 사람들은 그깟 인기로 나를 평가하죠/돈, 명예 정말 중요하지만 그대가 원한다면/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요"(유승준의 [변한 게 하나 없는데] 중에서)

▲ 유승준 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현란한 율동과 강렬한 눈빛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던 가수 유승준 씨(26. 이하 존칭 생략)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기도 한 유승준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반드시 기도를 한다고 한다. 하나님은 이번에 그에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응답'을 내려주신 모양이다. 아니 그는 애초의 이름 '스티브 유'(유승준의 미국명)를 찾아 제자리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인기란 참 무섭다.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과실을 맛봤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썼다.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것. "몇 년 전에는 해병대에 지원해서 군 생활을 한다고 말하고, 지난해에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4급 판정을 받고 나서 공익근무를 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고서는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연약한 토니 안도 군대에 갔는데 튼튼한 유승준은 왜 병역을 기피하느냐" 등등이 비난의 목소리들이다.

돈과 명예도 한 순간인가. 한국에서 다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투명할 정도로 유승준에 대한 각종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하나로통신이 이번 주부터 내보낼 예정이었던 속편 광고의 방송을 일단 보류했으며, 그를 '청소년 금연 홍보대사'로 위촉했던 보건복지부도 인터넷 사이트에 있던 '유승준 코너'를 긴급 삭제했다. 유승준을 한 오락프로의 MC로 기용했던 방송사도 내부적으로 MC 교체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시 유승준의 인물파일을 열어보자.

1976년생인 유승준은 중학교 1학년 때인 198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런 그가 혈혈단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1997년. 평소 꿈꿔왔던 가수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데뷔 초기 [가위], [사랑해 누나] 등의 노래로 팬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으며, 비자 유효기간 만료로 한국을 떠났다가 이듬해인 1998년 2집 앨범을 들고와서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뮤직비디오의 반응이 좋았던 [나나나]로 스타덤에 오른 뒤 [찾길 바래], [어제 오늘 그리고…] [와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면서 가요계 최고의 스타로 군림해왔다.

청소년 금연 홍보대사와 한국복지재단 청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신세대 스타로서는 보기 드물게 선행도 베풀 줄 알았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 그는 키 176cm, 몸무게 63kg, 좌우 시력 1.5의 건강한 육체와 겸손하고 재치 있는 말솜씨까지 겸비한 재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근육질 몸매와 만능 스포츠맨의 순발력을 활용한 고난도의 춤 솜씨로 '댄싱머신'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더욱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수 차례나 "국가에서 입영 판정을 내리면 당당히 군에 입대하겠다"고 밝혀 '괜찮은 젊은이'라는 평판도 들었다.

인터넷 상에서 '안티유승준' 같은 네거티브 사이트가 생겨나는가 하면 동시에 '유승준안티추방위원회' '유승준지킴이파' 등 포지티브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평소 유승준이 이렇게 쌓아올린 좋은 평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모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다수의 팬들은 지금 배신(?)에 치를 떨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국적'과 '병역'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주제인지, 그리고 대중의 정서에 얼마나 강렬하게 파문을 불러일으키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 언론은 '유승준 쇼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유승준 쇼크'에서 진정으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분명히 밝혀두지만, 기자는 유승준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유승준 쇼크'라는 거울을 통해서 '이중국적'이나 '병역면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냉정하게 살펴보고자 할 뿐이다.

기사 형식은 인물파일의 대상이 가수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래 가사 쓰기'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유승준을 화자(話者)로 설정하는 한편 그의 노래 제목을 총동원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로 활용할 것이다.


♬♪♩ 나, '스티브 유'는 한국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들 내 국적 문제 가지고 시비 걸었지. 그런데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그런 놈 어디 한둘이었나? '이중국적'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양반들 이름 한번 대볼까. 그것도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만 골라서.

1993년 박희태 전 법무부 장관(딸),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형). 2000년 송자 전 교육부 장관(부인과 딸)….

여기선 현재 (주)대교 회장님이신 송자 씨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자구. 그 양반 2000년 8월에 연세대 총장(1992∼1996), 명지대 총장(1997∼2000)에 이어 교육부 장관이 됐었지. 승승장구, 한마디로 [One Fine Day]였지. 그러나 장관 임명 직후 언론이 '이중국적' 문제를 거론하며 [떠나가 버려]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중도하차하고 말았어. 그것도 '교육부 사상 최단명 장관'(24일)이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을 세우며.

그뿐만이 아니었지. 그 양반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을 때 '주식특혜'로 16억원이라는 막대한 시세차익 챙기고, 자기 이름으로 낸 책의 상당 부분이 미국 경제학자(플로리다대 브라이엄 교수, 위스콘신대 파파스 교수)의 저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지. 당시 한 언론은 "교육부 장관이 도덕성과 자격 시비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누구를 본받으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개탄하기도 했어.

그러나 그 양반 나중에 어떻게 됐어? 쫓겨난 지 4개월만에 (주)대교 회장님으로 영전하셨지. 한번 잘 나가는 사람은 [Like Always]인가? [지상에서 영원까지]. 아니면 '사회지도층'의 출세와 도덕성은 원래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건가? [Tell Me]!

그 양반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붙이며 쫓아내는 데 앞장섰던 언론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과거 그를 부도덕한 인물로 매도했던 [Memory]는 잊었는지 '대학가에 미국식 경영마인드를 도입한 대단한 인물'이자 '성공한 교육자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CEO'라면서 '자랑스러운' 인물로 칭송하며 [연가]를 지어바치고 있어. 그렇지? [Yes Yes].

나, '스티브 유'는 믿어. 내가 미국 국적 취득했다고 당신들 난리를 피우지만 그게 다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여론'에 불과할 거라고. 내가 [One Fine Day] 되찾아 [Like Always] 하더라도 [용서]하고 [Yes Yes] 해줄 거지? 그때 가서 [오락가락] 하지마. ♬


♬♪♩ 한국 사람들에게 또 묻는다. [To Be Continue]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번 이야기의 [Key]는 '병역면제'. 당신들 이런 말 들어는 봤나? '유전면제 무전현역(有錢免除 無錢現役)' '유권면제 무권현역(有權免除 無權現役)'. 설명은 사양하겠어.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었지. '신의 아들'(면제) '장군의 아들'(6개월 방위) '사람의 아들'(18개월 방위) '×자식'(현역)이라는.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런 말들이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동감을 얻는 사회적 현상이지.

그렇다면 이른바 '사회지도층' 양반들의 자제들은 '신의 아들'일까, 아니면 '×자식'일까?

<시사저널>은 2001년 5월에 '고위층 아들 85명 병역면제 명단'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적이 있었어. 그 명단에 등장한 '신(神)'과 '장군(將軍)'님들 이름 한번 열거해 볼까?

이회창 김용태 황낙주 신구범 양정규 목요상 이수성 금진호 김용갑 이강두 허경만 이순재 문희상 박주천 이상득 서석재 남평우 이건개 김덕룡 윤여준….

그 중에서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자식들을 모두 '신의 아들'로 만든, 아들에게 [All For You]를 불러준 '자상하고 능력 있는 아버지'들이 적지 않다는 거야. 이회창 유흥수 김용태 권해옥 김용준 신구범 씨 등이 바로 그런 양반들이야. 나는 그 분들의 아드님들에게 이런 노래를 바치고 싶어. [친구여] [너는 나].

그래서 인터넷에서 나를 옹호해주신 한 주부는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르지. 그 분은 '병역기피, 나두 한마디'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주 높은 자리에 있는 공직자들, 기업체 회장님댁 자녀들은 더할 때도 많은 것 같은데"라고 갈파하셨어. [사랑해 누나]. ♬


♬♪♩ 그런데 잠시 한 가지 문제를 짚고 넘어갈까 해. 연예인의 '병역면제' 얘기만 나오면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 양 [침흘리는 여자]처럼, 게거품을 무는 분들 잘 듣기 바래.

우리나라에서, 아니 한국에서 선거시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병역면제'와 '지역감정' 중 어느 것이 [아킬레스건]이 될까?

'병역면제'? 웃기지 말라고 해. 정답은 '지역감정'이야. 그건 마치 [악마]와도 같지. 2000년 총선 당시로 가 볼까. 부산에서 노무현 후보가 허태열 후보와 맞붙었을 때의 일이야. 당시 허 후보는 '병역면제'(결핵약 복용으로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 문제, 부동산투기 의혹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

노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은 물론이고 후보의 자질과 경력, 선거전략, 운동원의 사기 등 모든 면에서 상대편을 압도했지. 그러나 첫 합동연설회에서 허 후보가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말았지. 노 후보에게 그것은 그야말로 [악몽]이었고, [덫]이 되었어. 허 후보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외쳤지.

"김대중 정권 들어서, IMF 들어서 부산경제가 다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 중에서 돈 번 사람이 과연 있습니까?"

그런데 청중 가운데 몇 사람이 손을 들었던 모양이야. 그러자 허 후보는 [Hunter]처럼 그들에게 이렇게 쏘아붙였지.

"혹시 손 든 분은 전라도에서 오셨습니까?"

선거 결과야 여러분이 더 잘 알 테니 난 [Shut up]하겠어. 그러나 그건 분명히 [마녀사냥]임에 분명해. 솔직히 이런 '블랙 코미디'가 통하는 걸 보고 있으면, 한국 사람들이 병역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나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 당신들 한국 사람, 정말 이중적이고 위선적이야.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계속되겠지? ♬


♬♪♩ 병역면제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 안 할 수 없지. 언론사주 병역기피 현상도 만만치 않더군. 왜 그 양반들이 '밤의 대통령'을 자처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구.

<미디어오늘>이 2000년 2월에 족벌언론 8개사(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스포츠투데이, SBS)의 사주일가 병역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었어.

[Wow] 그 결과를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 그 양반들 병역면제 비율(42.1%)이 무려 일반인(4.6%)의 10배에 이르고, 고위공직자(17.4%)의 2.5배나 됐던 거야. [Oh Happy Day]하고 [Best Day]한 사람들! 족벌언론 사주일가는 역시 '신의 아들'이었음이 입증된 거지. 그나마 병역을 치른 족벌언론 사주일가 중 현역으로 복무한 비율(47.4%)은 일반인(84.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양반들 병역면제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이 후천적인 신체질환이었어. 신체의 질환이나 결함에 따른 언론사주의 면제비율(31.6%)은 무려 일반인(2.4%)의 13배를 넘었지. 대표적인 사례만 훑어볼까∼요(수다맨 버전으로 읽어주세∼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체중초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폐 질환), 방우영 회장 외아들 방성훈 조선일보 기자(심장수술), 장강재 한국일보 전 회장 장남 장중오 씨(척추디스크)….

오 가련한 [Baby baby]들이여!

그렇다면 그렇게 연약하셨던 분들이 어떻게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 당시에는 탈세에 대한 처벌을 중단하라며 [표범]처럼 [열정]적으로 싸우실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단 한번 만이라도] [Tell me]해 주시길! [약속]해요! [부탁해]요!

체중초과? 어떤 분 아들은 체중미달로 못 가더니, 방 사장님은 체중초과로 못 가셨네. 척추디스크? '수핵탈출증'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작년에 한번 시도해 봤지. 병역기피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동원되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지. 이런 방법으로 진짜 병역면제 받았다면 진짜 척추디스크 앓는 분들 얼마나 화나실까?

조희준 전 스포츠투데이 회장의 병역면제 사유는 미국 영주권 취득이었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영주권 취득함으로써 '소나기'를 피한 뒤, 연령상 병역면제 시한을 넘기자마자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 환상적이지? [Paradise]가 따로 없지 뭐야. 이 양반 아버지가 그 유명한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야. [지상에서 영원까지] 당신들의 [Paradise]를 만드시길!

이 방법은 삼성그룹 황태자 이재용 씨도 응용했고, 솔직히 나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여기서 잠시 한 말씀 드리겄슴다(잠시 수다맨 버전으로). 배경음악으로 [Special remix] 깔아주세∼요.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심각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슴다. 즉, 일반인의 13배나 되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불쌍한 족벌언론 사주일가를 돕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해야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임다. 국가예산의 1%를 족벌언론 사주일가의 건강증진에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임다. 일반 국민 누구보다 경제적 풍요와 질 좋은 의료혜택을 누렸을 텐데, 그들은 왜 각종 질병에 시달렸을까요? 나라 걱정에 자식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신문 찍는 콩기름에 어떤 안 좋은 성분이 들어 있었다? 혹시 혈통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슴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서 취재해주시기 바람다. 이 의문이 풀리지 않는 한 이러한 불행한 사태는 [Forever]할 것으로 사료됨다. ♬


♬♪♩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지. 고귀한 신분을 지닌 사람일수록 병역, 납세 등의 국가적 의무를 솔선해서 수행하는 서구의 전통에서 생겨난 말이야. 실제로 1970년대 영국 총리를 지낸 캘러헌은 정당한 병역면제 사유가 있었으나 자원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도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지.

그러나 한국 상류층의 상황은 정반대인 것 같애. 앞에서 살펴봤듯이 부귀와 공명을 더 많이 누리는 귀족층일수록 병역면제율이 가히 천문학적이거든.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귀족들에겐 자성과 성찰의 능력이 없다는 거야. 체중미달이면 살 찌워서라도 군대 가고, 체중초과면 살 빼서라도 군대 가라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야. 외국의 귀족층은 따라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중하고 반성하는 자세라도 보여달라는 거지.

이회창 총재의 부인 한인옥 씨가 최근 <자식이 뭐길래>라는 책에서 한 말 들어 봤어? 그 양반이 그 책에서 두 아드님 정연, 수연 씨가 체중미달로 병역면제 받은 것과 관련해 해명을 했지. 근데 그 내용이란 게 참으로 가관이야. 그 분의 [My baby]와 '체구가 원래 작은 조상과 집안 내력'과의 함수관계에 대해 운운하셨거든. 원래 씨(種子)가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느냐는 말씀이신데, '잘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한다더니…. 아무튼 '노블레스 오블리제'와는 거리가 먼 처신이 아닐 수 없어.

우리 사회 상류층이나 귀족층에는 '노블레서 오블리제'는 없고 '얌체 같은 특권의식'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정작 이런 분들이 평소에는 큰 목소리로 국가안보를 강조한다는 것이지. 이회창 총재가 2년 전 예비역 장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도층 자제들이 앞장서서 군문에 입대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배꼽이 빠질 뻔했어.

안택수 의원님도 빼놓을 수 없지. 작년 국군의 날 발표된 대통령 경축사 중에서 '통일시도' 발언을 문제삼아 대통령의 사상과 안보관을 질타하며 하야를 촉구했던 분이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양반, 병역면제 받았더군. 면제사유도 재미있어. 고령(高齡)이라나 뭐라나. 병역 의무를 다하라는 국가의 부름이 있었을 때 도대체 어디 가 계시다가 고령이 되어서야 돌아왔을까?

한국의 안보를 모두 전세라도 낸 것처럼 반공투사를 자처하시는 김용갑 의원님은 또 어떻구. 아드님 군대 안 보내셨잖아. 그것도 하나만이 아니라 둘 다 모두 병역면제(소집면제, 제2국민역) 받으셨더군.

이런 상황에서 '법대로' 군대를 간 사람은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사회에 나가서도 준법이니 법치니 하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 [변한 게 하나 없는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어. 오죽하면 한 광고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 손해 본다"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사람이 87%나 됐겠어.(주간동아 '노규형의 여론보기' 중에서 인용)

우리 사회에 이런 왜곡된 현상을 가져온 주범은 '얌체 특권층'이나 '말로만 안보주의자'가 아닐 수 없어. 아마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계속 될까? 나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Shut Up] [니가 뭘 알아] [떠나가 버려]


♬♪♩ 이제 [슬픈 침묵]에서 벗어나 원초적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된 것 같아. 사실 이것이야말로 당신들이 '유승준 쇼크'를 '소비적 논쟁'에서 '생산적 논쟁'으로 이끄는 유익한 방법이 될 거야. 원초적 질문이란 바로 이거야.

한국 사람들은 왜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가?

솔직히 군대란 게 뭐야? 사전적 의미로 보면 '[The war]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나 집단'이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군대에서 뭘 배울까? '극단적인 적대감'을 배울 수밖에 없지. 왜냐구? 상대방, 즉 적군을 죽여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질서와 계통이 중시되고, 명령에 죽고 사는 것이 군대의 문화와 방식으로 정착됐지.

그러니 군대에서 보내는 그 기간의 삶(장교가 아닌 사병의 복무기간을 말함)이 얼마나 척박하겠어? 물론 군대가 적성에 맞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지. 어쩔 수 없이 견디건, 출세를 위해 견디건 그 생활이 별로 생산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말로만 안보주의자' 양반들도 이것만은 인정하리라고 봐.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 스스로나 당신 자식들을 왜 군대에 안 보냈겠어. 인정하지? 솔직하게 [소중한 고백]을 해봐.

물론 분단이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정도만 다를 뿐 남한과 북한이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지금 너무 많은 청년들이 군대에서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으며, 그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엄청난 낭비임에 분명해. 민족의 청춘들을 담보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는 너무나 [슬픈 자유]라는 것이지.

[If] 통일이 되면 군대는 어떻게 바뀔까? 통일이 돼도 군대는 가야겠지. 나라는 지켜야 하니까. 그러나 지금보다 소수가, 그리고 원하는 사람만 군대를 가는 '모병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지. 남북대치 상황이 사라지니 군대 생활도 좀더 인간적일 수 있겠고. [선택은 하나]라고 생각해. 1994년 어느 날 시작된 북핵사태의 위기를 딛고 [1995년 어느 날] 북한에 평화와 사랑의 쌀을 보냈듯이, 분단과 대치는 [끝 그리고 시작]하자. 한 민족을 미워하는 군대가 아니라 한 민족을 지키는 '새로운 군대'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자는 거야. ♬


♬♪♩ 여기서 오태양 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

▲ 오태양 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오태양 씨는 작년 12월 17일 입영일 아침 논산훈련소행 열차 대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을 찾았어. 자비(慈悲)를 실천해야 하는 불교 신자로서 살상용 총을 들 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는 사회봉사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고 싶다면서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지.

현재 한국에서 병역거부 젊은이는 1만명, 수감자는 1600명이라고 해.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지. 이제 불교 신자인 오태양 씨의 가세로 평화주의와 군사주의, 혹은 [The war][Eternal peace] 사이의 본격적인 논쟁이 전개될 전망이야. 나는 오태양 씨가 자신의 [비전][Soul][찾길 바래]. 그가 선택한 [The way]가 꼭 성공하길 빌어. 그의 [꿈을 위해].

오태양 씨에겐 꿈이 있어. 그는 우리에게 고백글 '나에게는 진정 꿈이 하나 있습니다'를 선물했어. 그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대목은 나에게 [Promise]와도 같았지.

그리하여
저에게는 진정 꿈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 전쟁과 가난의 고통이 사라지는
꿈 말입니다.
그리고 걸어갈 것입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총 든 군인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만나
인류의 꿈과 희망에 대해
지구의 생명과 평화에 대해
웃고 이야기하며
함께 어깨동무할 수 있는
그 날을
염원하며 말입니다.

오태양 씨의 글을 읽다 보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이 떠올랐어. 우리 모두 오태양 씨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자구. 그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하기에. ♬


나 한 번도 이래본 적 없었지/항상 모든 것에 당당한 자신 있던 나였지/왜 내 마음 태연한 척 할수록/왠지 니 앞에 서면 초라해질 뿐일까(유승준의 [WOW]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1월 25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시사터치>에 출연해서 방송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정리해 올린 것입니다. 방송내용은 CBS 라디오 VOD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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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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