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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휴지 수집 금지·교원노조 교내 현수막 재검토를"(소년조선), "학운위, 교원노조 단체협약 일부 원천무효"(소년동아), "학부모 의견 반영 안 된 교원 단체협약 재고돼야"(소년한국).

학교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배달하고 있는 소년동아, 소년조선, 소년한국일보 등 소년신문 3사가 5월 29일치 신문에 일제히 보도한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소년신문 3사는 이날 보도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교원 편의 위주로 합의한 교원 단체 협약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면서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만든 조직인 서울 서부지부 초등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회장 고진광)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세 신문에 실린 전체 보도기사가 5∼7개뿐이었는데 이 기사가 가장 비중있게 처리된 것이다.

전교조 비판기사는 무조건 1면

이미 소년신문 3사는 지난 5월 22일자 신문에서 서울 ㅎ초등학교 학운위 결정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1면에서 "학교운영위, 전교조 단체협약 강한 발발 주목"(소년동아), "어린이신문 활용교육·폐휴지 수합 계속"(소년조선), "학교 폐휴지 걷기 계속되야"(소년한국)라는 제목으로 이 학교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결정한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보도내용에 대해 이 학교 박모 교장을 비롯 두 명의 교원위원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이들은 "방담형태로 이야기된 내용이 정식 결정된 것으로 보도된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장모 학부모 위원도 "결론이 나와 결정된 것이 아니다"고 밝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줬다. 더구나 학운위 회의록에도 보도내용과 같은 사실이 적혀 있지 않다고 이 학교 서무부장이 말로 확인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6월 1일 현재 이 보도내용과 달리 폐휴지 수합을 폐지하기로 결정한데다 전교조 현수막도 학교 담장에 내걸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재석)는 5월 23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소년지의 학교 내 구독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에 감정이 있는 소년신문이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장 말만 듣고 최대한 부풀린 것"이라며 "소년신문에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만약 거부하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소년신문 전교조 거부할 것"

소년신문 3사는 소년신문 거부선언을 한 지 이틀만인 4월 25일 전교조 서울지부 내부문건을 비판하는 기사를 1면에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 한 소년신문 편집국장은 "전교조 교사한테 누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이 소년신문을 거부하는 한 소년신문도 전교조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년신문 보도내용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 목소리도 터지고 있다.

조진희 서울동구로초 교사는 "소년신문이 전교조와 초등교사에 대해 악의적으로 보도한 내용을 볼 때마다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 "침소봉대한 왜곡된 근거로 초등교사와 전교조를 비방하는 보도를 보고 아이들이 교사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종탁 서울가락초 교사도 "소년신문이 아이들을 위한 신문인지 전교조와 싸우기 위한 선전물인지 구분이 안 간다"면서 "소년신문의 최근 보도 자체가 소년신문에 대한 집단 거부 운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년신문, 초등교사를 공격하다

학교 안 판매·배달의 실제 명령권자 소년신문의 작전계획서.

(1) 작전명: 전교조 소속 초등교사를 잡아라
(2) 상대동향: 성격이 온순하며 책임감이 강하여 자신을 욕하기 위해 가공된 보도가 실린 신문을 아이들에게 잘 배달함. '긍정적 사고'만을 미덕으로 삼아 NIE 강조 기사를 몇 번 실으면 여타 지면의 상업·폭력적인 내용은 그냥 덮어둠.
(3) 작전방법: 전날 나온 어른신문을 살펴, 전교조 소속 교사를 비판하는 기사면 무조건 1면 머릿기사 또는 준 머리 기사로 배치함.
(4) 작전성격: 소년신문 역사상 최초로 진행하는 교원단체와 초등교사 공격 보도임.
(5) 전적과 전과:
① 소년신문 거부선언을 한지 이틀만인 4월 25일 전교조 서울지부 내부문건을 비난하는 내용을 세 신문이 1면에 크게 보도.
② 4월 30일치 소년한국에 '전교조 민주화 운동 결정 논란 확산'이라 보도. 내용은 "일선 학교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이번 결정은 시기 상조이며,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불러 올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비난 성명만을 옮김.
③ '폐휴지 수합 폐지' 등을 담은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 단체협약의 문제를 알림. 세 신문은 5월 22일치 1면에 '학교운영위, 전교조 단체협약 강한 반발 주목'(소년동아), '어린이 신문 활용 교육·폐휴지 수합 계속'(소년조선), '학교 폐휴지 걷기 계속돼야'(소년한국)란 제목의 머릿기사로 배치.


혹시 세 소년 신문의 편집국장이 모여 이런 작전계획서를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최근 소년신문의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보면서 떠올려본 생각입니다.

지난해 초 담임 책상 위에서 '전교조신문'이란 글자를 발견한 어떤 3학년 아이는 다음처럼 묻더군요. "선생님! 전교조신문이 전국교회조합에서 나온 신문인가요?"

이런 아이들이 보는 신문에 '전교조 단체협약', '전교조 내부 문서', '전교조 민주화운동 인정 논란 확산'이란 1면 머릿기사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참 상상이 안 갑니다.

다음은 한 소년신문사 편집장의 말입니다.
"한쪽이 거부하면 다른 쪽도 거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사실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한테 어떻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인터넷 사이트(news.eduhope.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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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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