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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십 대는 이성적으로 하고, 삼십 대는 삼삼하고, 사십 대는 사족을 못 쓰고...백 살에 이르면 백가지 약이 무효하다.'

학창시절 들었던 성(性)에 관한 우스개소리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남성이 보는 관점에서 기술한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나와 주변의 아줌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이웃에 사는 아줌마들이나 친구들과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간혹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때가 있다. 대개 어느 정도 자란 아이의 성교육에 관한 문제와 관련해서 아이들 앞에서 나누는 부모들의 스킨십, 이를테면 가벼운 키스라든가 포옹을 하는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로 의견이 갈릴 때, 성에 관한 이야기가 확대되어 부부간의 관계까지 이르게 된다.

'좋다'라고 하는 경우는 비교적 성에 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들의 첫 경험과 신혼시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남편들이 성관계를 주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서적으로도 점차 더 친밀해지는 과정에서 부부간의 성관계도 남편과 의견교환을 통해 별 무리 없이 수정해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그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러면서 한바탕 웃어제낀다.

반면에 '나쁘다'고 말한 아줌마들은 '어떻게 애들 있는 데서 그런 일을?'하고 자지러지곤 한다. 그러면 반대편에 선 아줌마들이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되묻는다.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이잖아, 애들도 그건 알지 않나?"
'나쁘다'고 말하는 측은 아무리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순 없다고 꼬리를 뺀다.

이렇게 스르르 감추는 꼬리를 물고 '그렇게 격식을 차리면 부부관계는 어떻게 하느냐?', '아이들 성교육은 어떻게 시킬 거냐?' 등의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이때 서로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여자들끼리라면 부부간의 내밀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나쁘다'를 지향하는 부부들은 대부분 신혼 초부터 서로의 '몸'에 관한 이야기는 철저하게 피해서, 결혼한 지 십 년이 넘어도 아내는 남편 앞에서 '배설'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 부부가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집안의 대소사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 내용의 전부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해가는 몸과 마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너무나 어른스럽고 점잖은(?)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쯤에서 아주 놀라운 사실 하나, '나쁘다'에 손을 든 여자들 중 일부는 '아내 된 자, 절대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지 말라!'는 무언의 사회적, 남편의 개인적인 압력을 느낀다는 것. 감히 그런 더러운(?) 것을 드러내게 되면 남편은 이 여자가 혹시, 음탕한 여자가 아닐까, 심하게는 색을 밝히는 감당 못할 여자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절대로 남편의 입을 통해 확인한 바는 없지만 남편들이 그렇게 볼 게 뻔하다는 '나쁘다' 쪽에 손을 든 여자들의 이야기다. 따라서 절대로 자신의 욕구를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늘 남편의 욕구가 가는 대로의 일방통행만 있을 뿐이란다.

이들 남편들이 바라보는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현모양처로서 어디다 내놔도 '정숙한 아내'라는 타이틀에 합당한 그런 사람. 당연히 성(性)따위의 '더러운 욕구 따위와는 무관한' 채 일생을 거룩한 어머니로서, 신성한(?) 가정을 지키는 아내로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 그래서 내 소중한 아내는 성(聖)처녀이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놀라운 사실 또 하나 , 어느 날, 40대인 남편이 가볍게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그 날은 남자들끼리 모여 같은 주제(부부의 성)로 수다 떨었던 모양이다. 대부분 40대 중,후반의 가장인 남편의 친구와 선배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내와는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다."

말을 전하는 남편 역시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이었고, 그들이 내거는 이유를 들으면서 아주 수긍하지 못할 것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결혼 10년 차를 훌쩍 넘긴 기업체의 중견간부들인 그들이 보는 아내는 정서적으로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함께 나눌 이야기를 찾기 어려운, 그러나 훌륭한 엄마이고 가사전담자란다. 그런 아내와의 성관계는 의무적이고 기계적으로 치르게 된다고.

우스개 소리로 떠도는 '의무 방어전'이란 말의 진의는 그런 것이었다. 그들 가장은 아내의 성을 그저 종족번식이란 사회적인 책무에만 묶어둔 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말을 한 남편의 선배나 친구들은 내가 잘 아는 성실하고 '근엄한 가장'들이다.

'근엄한 가장'과 '나쁘다'에 손을 든 아내는 서로 한 짝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거울 속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부로 함께 살며 자신의 욕구를 상대에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결혼 생활 10여 년이 가져다주는 권태라는 화두는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게 못 된다. 한 사람과 오래 한 공간에서 살다보면 오는, 뭐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내게 그 말은 충격이었다. 그 권태의 정체가 저것이라면 가정의 신성함(?)에 약간의 모독을 가해도 괜찮지 않을까.

남자와 여자의 성이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 차이가 사회적인 어떤 억압장치로 인해서 발생했든지, 아니면 애초부터 생리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다르도록 우리 DNA구조가 배열된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서로 다른 성적 욕구를 양자가 모두 갖고는 있다는 사실이다. 이 서로 다른 것을 맞추어가려면 양자간의 친숙한 정서적 결합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합의를 찾을 수 없다면 유유히 흐르는 강의 이 편과 저 편에 서서 서로 멀찍이 바라보면서 흘러가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엔 서툴러 허방다리 같기만 한 징검다리라도 하나씩 놓으며 다가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 강을 건너 만날 수 있겠는가?

이 글 도입부에서의 우스개 소리를 아줌마들에게 맞게 고쳐보고 싶다.
- 이십 대, '이건 엽기야!',
- 삼십 대 초반, '삼박자가 맞으면 삼삼하다!' 그리고 후반, '삼박자가 안 맞아도 삼삼하네?!?'...로 말이다.

삼박자란, 몸의 상태(몸이 많이 지치지 않은 상태)와 정서적인 상태(남편이 여전히 멋진 동반자로 느껴지는 상태),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 상황(아이가 아프다거나,...등등의 상황)을 말한다. 너무 고단해 쉬고 싶을 때는 잠이 최고이며, 남편과 싸워 대화가 두절된 상태라면 '몸의 대화'도 당연히 두절된다. 그리고 몹시 신경이 쓰이는 어떤 일, 예를 들어 사업상 아주 중요한 만남이나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인데, 남편이나 혹은 아내가 요구한다면, 곤란한 순간 아닐까?

이렇게 처음부터 조금씩 다른 조건들을 꿰어 맞추다보면 어느 순간 강의 어느 부분에서 아름답게 만나지지 않을까? 아마 여자나 남자들 모두의 개별적인 차이도 역시 존재할 것이다.
'남편들이여, 세상에 아이만 낳는 성처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사람마다 세상사를 보는 눈은 다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똑같은 사건도 각기 다르게 해석합니다. 
오늘 우리는 아줌마들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려 합니다. 거창하게 페미니즘을 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아줌마들의 시각으로 전하고자 할 뿐입니다. 
'아줌마들만 봐!' 연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오늘부터 약 2주간 한 편의 글이 '아줌마들만 봐!' 타이틀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될 것입니다. 남편을 말한다(2월 18∼19일), 결혼을 말한다(2월 20∼22일), 아줌마를 말한다(2월 23∼26일), 육아를 말한다(2월 27∼ 3월 1일), 나를 말한다(3월 2일 ∼ 4일)의 소제목에 따라 각각 두세 편의 글을 올립니다. 
마침 2월 22일은 오마이뉴스 창간 2주년입니다. 우리는 이 기획연재에 아줌마 뉴스게릴라들의 동참을 기꺼이 환영합니다. 
- '아줌마들만 봐!'연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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