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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기간인 대학가

현재 대학가는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대학가는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다. 물론 내가 다니는 군산대학교도 어느 때보다 도서관과 강의실, 전산실에 학생이 많다. 새내기들은 첫시험이라,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시험을 준비할 것이고, 또한 대부분 재학생들이 학생의 본분인 공부에 여념이 없다.

거의 매일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친구들도 한 손에 책을 들고, 도서관을 나선다. 맨날 노는 친구가 공부 좀 하겠다고, 도서관을 가는 것을 보고 웬일인가 놀라기도 했지만, 기특하고 보기 좋았다.

날씨도 포근하고, 저녁엔 바람도 솔솔 부니, 그야말로 공부하기 제격이다. 학교에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붐비니, 지금 벚꽃나무에 벚꽃이 모여 피어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니?

오마이뉴스 노순택 기자의 "마흔한 살 사일구 씨가 당신께 말을 걸어올지 모릅니다" 기사를 보며 실제 정치를 전공하는 대학후배가 4.19를 모른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안타까운 지금의 대학 현실이다.

4월 17일 수업시간 중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전에도 전화를 해 주어 개인적으로 서투른 기사쓰기 작업에 도움을 준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였다. 전화 내용은 4.19에 대한 기사 청탁이었다. 아무래도 4.19 자체가 당시 대학생 중심으로 시작했던 혁명이었기에 4.19에 관련된 대학의 행사를 취재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3,6,9 게임 하자고?... 아! 4.19.

어제 학교에서 준비하는 행사를 알아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총학생회에 전화를 했다. 군산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4.19정신 계승. 자전거 캠페인을 한다. 오늘 10시~12시까지 군산대학교에서 군산공설운동장까지 약 2시간 동안 한다. 자전거 캠페인을 하기 전엔 학생회관 앞에서 기념식을 갖는다.

자전거가 있는 학생은 1000원, 없는 사람은 2000원의 참가비가 있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 T셔츠를 준다. 이미 선착순 100명만 접수를 받는다고 했다.

혼자보단 친구들과 4.19 자전거 캠페인도 할 겸 간만에 자전거를 타 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에게 자전거 캠페인을 권했다.

"내일 4.19 자전거 캠페인 같이 갈까?"
"뭐? 3.6.9 게임 하자고?..."
"아니 4.19."
"아, 4.19. 난 시험 준비해야 되는데..."

어젠 특별히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도 없어서, 혼자서 총학생회를 찾아가서 자전거 캠페인 접수를 하러 갔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아까 친구가 나에게 잘못 들어 되묻던 3.6.9란 말이 계속 주문같이 들려왔다.
3.6.9, 3.6.9, 3.6.9, 3.6.9......
그러고 보니, 4.19보단 3.6.9가 더 친숙한 기분이었다.

100명만 접수를 받는다던 총학의 접수마감인원은 채 50명이 안됐다. 그것도 총학에 관련된 임원진들을 빼면 그 수는 더 적다. 8000명 군산대학생에 고작 50명도 안되다니...

학생들의 호응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했다. 아까도 언급한 바 있지만, 중간고사 기간이다. 예전같이 운동권의 학생들이 특별한 단체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시험공부에 정신이 없다.

4.19혁명은 노순택 기자 말대로 분단을 고착시키고, 정권을 독재하려는 이승만 대통령에 반발하여, 민주주의 외쳤던 김주열 학생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절한 죽음이 혁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왜 4.19가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고작 안다는 것이라면, 이승만 대통령 생애 했던 말 중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정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작 50명이 채 안 되는 캠페인 참가자 정도만 4.19혁명을 안다고 볼 수 있다. 이 50명이 안 되는 정예 멤버들은 대단한 결심을 한 학생들이다. 행사를 한다고 해서 학교측이나, 교수님측에서 수업을 열외시켜 주지 않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나, 행정을 담당하는 대학 본부측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방해도 없고, 도움도 없다.

사실 중간고사가 수시고사로 바뀌고 나면서부터, 토요일에도 시험을 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의 대부분이 바뀐 지 얼마 안되는 수시고사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석을 각오한 학생들의 호응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페달을 밟아보며.

자전거가 달린다. 4.19정신으로 달린다. 약간은 짧아 보이는 자전거 행렬을 이어본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흩날리는 벚꽃잎을 뒤로 한 채 지난 4.19를 돌아보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김정영 기자는 군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해왕성에서 활동중이며, 시나리오 쓰기와 자유기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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