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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사 아래 수령들이 근무하는 곳을 동헌이라 하며 조선시대 전국 334개의 읍이 있었는데 낙안읍성에도 사무당이라는 동헌이 있다.
ⓒ 서정일
조선시대 각도의 관찰사가 근무하던 곳을 '선화당(宣化堂)이라 부른다. 당헌은 선화당을 달리 부르는 말이며, 그 아래 전국 334개의 읍이 있어 관찰사 아래의 수령들이 집무를 하게 되는데 그중 으뜸몸채를 동헌이라 한다.

낙안읍성도 그 중 하나로 고을을 다스리는 동헌이 있었는데 언제 왜 소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1990년 옛 기록을 근거로 옛 자리에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그 면모를 갖추게 되는데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당호를 알 길이 없어 여러 사람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무당(使無堂), 그럼 지금 걸려있는 사무당이란 당호는 어떻게 자리하게 된 것일까? 송갑득씨에 의하면 조선조 말에 낙안 군수를 지낸 민영은, 신병우가 지은 '사무당운'이란 시 구절이 낙안읍지에 있어 당호로 추정하고 의견을 모아 정했다고 한다.

▲ 당호에 관한 자료가 없어 전전긍긍할때 낙안읍지에 조선조말 낙안군수 민영은과 신병우의 사무당운이라는 시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해 준다.
ⓒ 서정일
사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헌의 당호를 살펴보면 가지각색이다. 사무당처럼 당이라 표현한 것이 있는가 하면 충주 지방문화재 66호로 지정된 청녕헌처럼 헌이란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당'이란 명칭이 '헌'보다 격이 높은 건물을 뜻하지만 둘 다 공무를 수행하던 동헌을 표현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당이나 헌이란 명칭이 아니다. 그 앞에 새겨진 글귀인데, 당호 속엔 그 지방의 특색이 잘 표현되고 시정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를 고스란히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송사를 듣는 일은 나도 남과 같다. 반듯이 송사 같은 일은 없게 할 수 없는가' 논어 안연편에 '사무(使無)'라는 글귀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지방 수령이 송사까지 책임을 지고 있어 더러 백성의 피해가 많아 권력을 남용하거나 백성들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낙안읍성 당호엔 담고 있었던 것이다.

▲ 낙안읍성의 얼굴과도 같은 동헌에 사무당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다는 것을 낙안면민들은 깊이있게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 서정일
며칠 전 낙안읍성엔 보존회에서 복권기금 등 정부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혐의를 경찰에서 조사중이라 마을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백성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좋은 뜻을 갖고 있는 사무당이라는 글귀, 마을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동헌에 걸어놓은 뜻을 낙안주민 모두는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 가자 우리의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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