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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서 일흔을 넘긴 한 할아버지가 내국인들을 향해 '국제화'를 부르짖는다. 낙안읍성을 비롯한 순천시의 내로라하는 관광지에서 영어 관광 해설을 5년째 맡아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관광 해설사 김상우(72)씨. 가장 토속적인 곳에서 국제적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역설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 일흔을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내국인들 모두에게 우리 문화를 바르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는 관광해설사 김상우씨.
ⓒ 서정일
지난 1999년, 김상우씨는 40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관광해설사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 관광지를 여행할 때 단순 해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직접 뛰어든 것. 그에게 문화유적지가 갖고 있는 의미를 깨닫게 하고 역사적 교훈을 되새김질하여 미래의 지표로 각인시킨 것은 설명이 아닌 교육이었다. 교직 경험이 관광해설사의 역할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 셈.

"국제적인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설명 중간 중간에 조금 넘치듯 '국제화'를 부르짖고 있었다. 교직 생활 중 학생들에게 펜팔을 하게 했더니 우리 나라를 전기도 안 들어오는 나라로 알고 있는 외국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프리카에 속하는 나라들을 모두 못 사는 것으로 믿는 웃지 못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 그만큼 우리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지 못했으며 국제적 지식 또한 미흡했다는 것을 통감했다.

▲ 그는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에 관해 설명하면서 국제적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영어로 다시 한번 설명하는 성의를 다한다
ⓒ 서정일
현재 일본과의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거나 지난날 일본의 만행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못한 것도 국제적 감각이 부족해서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세계에 꾸준하게 알려왔다면 이런 일은 결코 없었을 거라는 것이다.

요즘은 학생들의 방문이 작년에 비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외국인 안내는 기본이고 학생들을 인솔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올 때면 김상우씨는 주저 없이 앞에 나선다. 그의 영어 안내는 특별하다. 우리 문화의 세심한 곳까지 의미를 설명해 주고 또 영어로도 다시 한번 되짚어 준다. 학생들은 한곳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끼고 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김상우씨의 해설에서 "떳떳이 알리고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것을 덤으로 배운다. 김상우씨는 가끔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며 숨기기에 급급함을 볼 때 안타깝다면서, 그러는 사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다른 나라에 의해 왜곡되고 변형되어 간다고 지적했다. "알리지 못한 게 부끄러운 것이지 과거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는 말로 해설을 마무리 지으며 김상우씨는 알리는 수단으로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 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 서정일
김상우씨가 교직을 마무리하고 암환자들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면서 보살피는 호스피스 일을 2년 동안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지난날 죽음의 공포와 암투병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우리네 이웃들의 마지막 주름살을 펴주었듯 힘들었던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세계 속에 바르게 알려서 그 주름을 펴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우리들의 과거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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