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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져 가는 4월의 마지막 날, 22명으로 구성된 순천시 실버연주단(단장 방상철)은 낙안읍성을 바치고 있는 커다란 노거수 아래에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향해 은백색의 고은 노랫가락과 춤사위를 뿌려 놓았다.

▲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순천시 실버연주단. 낙안읍성을 방문하여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 서정일
지난 2004년 8월 1일 노인복지 차원에서 구성된 순천시의 실버 연주단. 60세 이상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나 어디를 봐도 그들은 이팔청춘이다. 낙안읍성을 두 번째 찾았다는 최고령 민요가수 하순례(74) 할머니는 고운 한복의 자태와 멋들어진 우리가락으로 청중을 압도한다.

순천시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전국 평균 8.1%보다 무려 1.2% 이상 높은데 2만6000여명이나 거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이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어느 곳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낙안면 평촌 마을회관을 비롯하여 19개소에 노인대학을 설립하고 실버연주단을 구성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1년도 안된 연주단이 셀 수 없이 연주를 다녔다고 하니 걸음마(?)를 빨리한 셈. 축제를 앞두고 주민들과의 화합을 위해 우리 가락 한마당을 준비했다는 김택곤 읍성장은 "산 좋고 물 좋은 산자수려한 자연경관과 후덕한 인심으로 장수를 누리는 순천은 참 좋은 곳"이라면서 실버연주단을 반겼다.

▲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주민들은 그들의 노랫가락과 춤사위에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 서정일
마을 주민들은 일찌감치 노거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관광 온 사람들도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리 없다. 서울에서 온 50대 아주머니, 마이크를 잡더니 관광버스(?)춤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너나없이 한마당 어우러지는데 얽히고 설킨 인생살이라 금방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공연은 2시간이 가까이 계속됐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열기도 뜨거워져 누가 주민이고 누가 관광객인지 모를 지경. 주민들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그들의 품안에서 시골의 정을 느끼고 떠나는 관광객들의 한나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함께 어울렸기에 벌써 친구가 되어 버린 관광객들에게 "낼 모레 또 오시오"라고 말하는 낙안읍성에서 짚물공예를 하는 임채지씨. 5월4일부터 있는 전국적 규모의 낙안읍성축제를 살짝 홍보한다. 손을 흔들며 떠나는 그들은 실버연주단이 뿌리는 은가루를 흠뻑 뒤집어쓰고 후덕한 주민들의 인심에 취한 듯 자꾸 뒤돌아본다.

▲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어울림의 마당, 짚물공예 임채지씨는 그들에게 낙안축제에 꼭 다시 오라고 당부한다.
ⓒ 서정일
낙안읍성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5월 4일부터 4박 5일간 축제가 열린다. 강산이 한번 바뀔 만한 긴 세월 동안 매년 이맘때 열렸기에 준비하는 주민들의 손길은 눈감고도 척척, 굴뚝에선 연기가 피워 오르며 인절미의 고소한 냄새가 고샅길로 풍겨져 나올 낙안읍성 축제, 이번엔 어떻게 진행될까?

날짜별로 테마가 정해져 있다. 한시 백일장과 임경업 군수의 송사마당으로 이뤄진 첫날은 '사또의 하루', 어린이들을 위해 각종 행사가 마련된 5월 5일은 '나도 임경업', 조선의 풍습과 우리 가락이라는 테마로 이틀간 민속 문화 마당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5월 8일은 어버이날 기념으로 '회혼례'가 열리는데 '인생살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다양한 행사가 많이 준비되어 있기에 낙안읍성 홈페이지(www.nagan.or.kr)를 열어볼 필요가 있음을 귀띔하고 싶다.

공연을 마감하고 짐 정리를 하는 연주 단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어봤다.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다들 많이 울었습니다"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자식 같고 형제 같은 교도소의 재소자 방문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고 한다. 민요를 부를 때, 고향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는지 훌쩍이던 그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회고했다.

▲ 커다란 노거수가 있는 낙민루 앞에서 그들의 연주는 시작되고 또 끝을 맺는다. 2시간여 동안 그들의 공연은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 서정일
순천시의 아름다운 청춘인 실버연주단은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때론 친구의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 오늘 낙안읍성에서 보여준 그들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함께 자리를 했던 많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5월을 앞둔 햇살 아래 반짝이던 그들의 아름다운 은빛 뒷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5월 4일- 5월 8일 제12회 낙안읍성축제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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