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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성충
파리 성충
금파리 떼는 사람을 포함한 살아있는 척추동물의 상처나 염증이 있는 곳이나 종기 등에도 몰려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의 경우 금파리 유충은 저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금파리 떼가 시신에 다다르면 어떤 금파리는 파먹고 또 어떤 금파리는 짝짓기를 하며 일부 암컷들은 엄청난 양의 알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에 알을 낳는 경우란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속에 있는 구더기가 며칠 후 융모막으로 되어 있는 보호막을 뚫고 나와 분해되고 있는 시신을 파먹기 시작한다. 금파리는 알, 유충(구더기), 번데기, 성충의 네 단계를 거친다. 유충단계는 다시 허물을 벗으면서 다음 성장단계로 나가는 세 번의 탈피 단계를 거친다.

다음 번 번데기 단계는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중간 이행기에 속한다. 번데기는 원통형 모양의 껍데기 속에 들어 있다. 실제로 그것은 딱딱하며 검은 색 계통의 피부를 갖고 있는 최종단계의 유충에 해당한다. 성충이 되기 이전 단계들에 대해서는 성충단계에 비해 그 발견된 사실에 대해 알려져 있는 기록이 매우 빈약한 편이다.

사실 이 곤충학에 입각하여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이론은 매우 간단하다. 즉 금파리는 사망한 지 불과 얼마 안 돼 시신에 곧바로 도착하며 따라서 도착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유충의 성장단계나 탈피과정 등을 조사하여 곧 그 시신이 사망한지 얼마나 되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는데서 출발한다.

금파리가 알을 낳은 상태라면 이는 사망한 지 얼마 안된 매우 초기임을 말해준다. 알의 크기는 대략 2 밀리미터 정도이며 알의 상태는 약 하루 정도 지속된다. 유충의 경우 다시 각각의 탈피과정을 거치는 세 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첫 단계는 5 밀리미터로 1.8일 후가 되며, 두 번째 단계는 10 밀리미터로 약 2.5일 후가 되고, 세 번째 단계는 17 밀리미터로 4일 내지 5일 후가 된다.

이 곤충이 어느 단계인가 하는 것을 알아내기는 쉬우며, 이는 유충 전체의 크기, 유충의 입의 크기, 숨구멍의 형태에 따라 비교적 쉽게 판별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단계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해당 지역의 기후 즉 온도와 습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유충의 세 번째 단계 막바지에 이르면 유충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시신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때 거죽은 점차 피가 모자라 오그라들며 통통했던 몸통도 점차 오그라든다. 이 시기는 12 밀리미터 길이로 8일 내지 12일 후가 된다.

이후 번데기 단계로 접어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 곤충은 더욱더 검어진다. 길이는 9 밀리미터로 18일 내지 24일 이후가 된다. 이때 확인절차는 세 번째 유충단계의 입 주변 기관들이 어느 정도나 남아있는가에 따라 내려지게 된다.

1957년 본미짜(Bornemizza)는 실험용 돼지를 통해 이들 유충을 배양해본 실험결과에 따라, 유충들의 각 단계별 상태 및 빈도수 등을 고려하여 사후경과기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표를 만들기도 했으며,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연구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증거수집과 분석

곤충학자들은 증거물을 올바르게 수집하여 제시하기 위하여 정확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해석을 위한 예비조건들을 기할 수 있다. 이들은 시신의 위치 및 범죄현장에 금파리 떼가 접근할 수 있는 정도가 어떠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개체수가 가장 많으며 가장 오래된 구더기가 가장 중요한 표본이 된다.

하지만 시신에 있는 모든 종의 구더기들을 채집은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나는 각기 다양한 측면들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곤충학자가 범죄현장에 직접 갈 수 없다면 범죄수사 담당경찰관이나 병리사가 이를 구더기를 수집해야 한다. 이때 시신의 어느 부위에서 채집했는지 그리고 주변온도는 얼마였는지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기록해두어야 한다.

시신에서 파리를 채집하는 모습 - E. P. Catts의 그림
시신에서 파리를 채집하는 모습 - E. P. Catts의 그림 ⓒ E. P. Catts
이렇게 채집한 구더기는 물이 끓기 직전 정도로 데워진 물 속에 10초 내지 15초 정도 담가두면 죽는다. 이렇게 해서 80% 에탄올 용액에 넣게 된다. 이 기법은 구더기를 살려둔 채 직접 에탄올과 포름알데히드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보존용액에 넣어둘 경우 일어나는 탈색과 줄어드는 현상을 막아준다. 만일 그렇게 해서 줄어들게 되면 구더기는 실제보다 생긴 시간이 보다 더 짧아지게 비쳐질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사후경과기간 추정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의 분류확인 절차는 사망을 포함한 범죄사건들을 둘러싼 사건 재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생물기관의 분류체계는 확인과정에 활용된다. 구더기의 경우 시신의 어느 부위에 위치해 있느냐 하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왜냐하면 상처가 없는 시신의 경우 금파리 떼는 통상 시신의 구멍에 해당하는 부위들 입구에 알을 낳으며 바로 이런 부위에서부터 구더기가 태어나 파먹어 들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파리 떼는 상처부위가 있으면 그곳에 알을 낳을 수도 있으며 따라서 신체의 구멍 부위가 아닌 위치에 구더기가 있는 경우 이는 사망하기 전에 바로 이런 곳에 외상을 입었음을 알려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 다음 과학자들은 언제 금파리 암컷들이 시신을 발견하여 알을 낳게 되었는지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는 표본이 얼마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는가를 밝혀내 최소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사망하게 되었음에 틀림없는 가장 최근 시간이 언제인가 하는 것을 가리켜준다.

구더기의 생성시간 이후 얼마나 경과했는지에 대한 추정치는 금파리의 수명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에 의존하여 결정하게 된다. 가장 큰 외부요인은 온도이다. 이것은 냉온동물에 해당하는 구더기의 변형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매개변수이다.

즉 구더기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자라며 높은 온도에서 보다 빨리 자란다. 만일 구더기가 성장한 시간 동안 시신이 발견된 장소의 매시간대별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온도요인을 결정할 수 있으며 변화하는 주간 온도를 설명해주는 알을 낳은 시간도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더기의 변형활동 그 자체가 구더기가 위치해 있는 부위의 온도를 주변이나 지표 온도보다 5도 내지 20도 정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계산과 추장은 매우 복잡해진다.

금파리의 크기는 파먹기 시작하는 시간 이후의 각 단계에 이를 때까지 일반적으로 성장시간의 함수로 표시된다. 즉 구더기는 그 크기가 클수록 시간이 더 오래 경과한 것이다. 그러나 크기는 먹이감의 양과 이 먹이감을 두고 경쟁하는 구더기들의 수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먹이감이 줄어들고 구더기 수가 증가하면 구더기의 평균 크기도 작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신의 내부 혹은 표면에 들어있는 도취제의 경우 이를 파먹는 금파리 유충에게 축적될 수 있으며 이는 금파리의 성장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코카인과 헤로인의 경우 유충의 성장속도를 크게 증대시키며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후경과시간을 예측하는데 있어서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이 미끄러운 재질이거나, 페인트가 묻었거나 연소된 경우에는 유충이 시신을 파고들어 분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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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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