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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구에서 11년 전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현재 타살 여부를 둘러싼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사건이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다만 유골 검사를 통해 타살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신이 옮겨졌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곤충학 검사를 실시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독특한 매듭을 분석하여 이런 매듭을 할 줄 아는 계층이나 직종을 추정해보고 있기도 하다.

다른 한편 1995년 6월 발생한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법의학에 바탕을 둔 증거 채택여부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던 적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사건이 법원에서 진행중에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 해 9월 남편 이모씨가 살인혐의로 구속되었으며, 1996년 2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그 해 6월 2심에서는 무죄선고로 석방되었다. 그러나 다시 1998년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다시 고법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2001년 2월 고법의 환송심에서 다시 무죄 판결이 났으나 검찰의 재상고로 현재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검찰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에 대해 범행목격자나 자백, 범행도구 등 직접 증거가 단 한가지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감정 결과를 사망시간의 증거로 확고하게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측은 시신의 시강(屍彊, 숨진 뒤 사체의 굳은 정도), 시반(屍斑, 숨진 뒤 피가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피부에 생기는 멍 같은 흔적), 사체의 위 속에 남아있던 음식물 등에 대한 상태를 바탕으로 하여 아침 7시 이전에 사망했다고 보았으며, 검찰은 이를 증거로 하여 남편이 출근하기 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인권단체를 비롯한 변호인 측에서 국제 법의학회 회장인 버나드 나이트(Bernard Knight)를 비롯한 스위스 로잔느 대학 법의학 연구소 교수인 토마스 크롬페쳐(Thomas Krompecher), 스코틀랜드 던디대학 법의학부 데릭 파운드(Derrick Pound) 등까지 증언자 로 나서거나 혹은 전문가 소견을 제시한 이 사건은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온갖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갔으며 억울한 피해자의 양산을 초래케 만들었던 아픈 경험으로 기록되어 있다('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http://org.catholic.or.kr/chrc/ 참조).

법의학의 많은 분야와 전문적 기법들이 있으며 이 사건의 경우 적합한 방법이었겠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만일 이 글에서 소개할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 방법이 이 사건 당시의 범죄수사에 동원되었더라면 진실을 보다 빨리 그리고 제대로 밝혀내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과학수사와 곤충학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란 범죄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곤충학적 증거들을 법적 문제에 적용시키는 것과 관련된 해석학으로 규정할 수 있다. 최근 이런 법의학적 측면의 곤충학 연구와 이에 대한 인식 수준이 크게 제고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 연구 프로젝트는 미국의 과학적 범죄수사학회, 법무부 중앙연구소, 미국 버밍엄 소재 앨러바마대학과 과학적 범죄수사학과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분야는 통상 금파리 등과 같은 절지동물들이 살인, 자살, 강간 등과 같은 사건에 관련하여 사후경과시간(PMI) 시간 추정 문제들을 연구하며, 신체적인 학대나 마약 등의 밀수행위 수사에 있어서도 그 연관성은 매우 크다.

사실 지구상에는 절지동물과 같은 곤충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인간을 단지 하나의 생물체로 보았을 때 인간은 이들과 접하는 경우가 흔할 수밖에 없다. 이 곤충들은 꽃의 수분을 돕고 서로 잡아먹기도 하며, 살아있거나 죽은 식물이나 나무 그리고 척추동물과 그 배설물 등을 먹고산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 파리는 그저 해충일 따름이다. 그러나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파리와 같이 가장 중요한 절지동물의 특성은 이들이 썩은 고기를 먹고 살아가는 중요한 생물군에 속해 있으며 특히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시신을 파먹고 살아간다고 하는 점에 있다. 실상 이 생물체는 생태계의 유기체 순환에 있어서 귀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법의학적 활용 측면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연구되어온 곤충은 물론 금파리(blow fly)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그 금파리의 유충이나 구더기가 된다. 그 이유는 첫째 시신 하면 가장 흔하게 금파리가 실제로 꾀어들며, 둘째 금파리는 사망 후 가장 빨리 시신에 덤벼들며 다른 어떤 곤충들보다도 많이 떼지어 모여들고, 셋째 금파리는 일반적으로 법의학적 곤충학에서 가장 큰 발견목표로 되어 있는 사후경과시간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여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통상 죽은 척추동물류에 몰려드는 최초의 곤충들 중에는 반드시 바로 이 금파리가 들어 있으며, 금파리 암컷은 통상 시신을 파먹기 시작한 지 이틀 이내에 알을 낳는다. 그리고 이 알은 변형의 각 단계들을 거치게 된다. 이를 통해 사체가 실제로 사망한 시간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온도, 사망한 시간대, 연중 어느 계절인가, 땅과 물의 안팎에 있느냐 등과 같은 조건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소속 곤충학자인 마틴 홀(Martin Hall)은 임피리얼 대학에 박사학위를 했으며, 1986년까지 주로 수단과 짐바브웨에서 체체파리(tsetse fly: 가축의 전염병이나 수면병을 매개하는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의 집파리의 일종)의 생태와 그 진압방식을 연구했고, 최근 유럽, 남미, 중동 등지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파먹으면서 질병을 퍼뜨리는 물어뜯는 파리에 대하여 자신의 연구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최근 12년 동안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자로서 30여 건 이상의 형사사건에서 전문가로서 곤충이 살인사건의 핵심단서가 될 수 있다는 증인으로 채택되어 이 업무에 임하기도 했다.

한편 숲 속 붉은 색 개미에 대한 연구로 학위논문을 쓴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생물학과 출신으로서 이 분야의 전문가인 모르텐 스태케비스(Morten Staerkebys)는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국제범죄학' 홈페이지(folk.uio.no/mostarke/forens_ent/forensic_entomology.html)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분야의 연구실태와 동향을 집대성하는데 있어서 마치 리눅스 프로그램 제작이나 발전에서 활용되었던 방식을 원용하여 관련 전문가나 애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의 연구결과와 설명에 따라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의 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에 따르면, 이 곤충학적 방법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로 보고되어 있는 것은 의사 베르제 다보와(Bergeret d'Arbois of Jura)가 벽돌공이 벽난로를 수리하다가 발견한 어린이 사체를 검시한 경우였다고 한다. 당시 다보아는 쉬파리가 1848년 유충을 낳았고 1849년에는 진드기가 알을 낳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법적으로 용의자는 1848년 당시 점유자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영국에서 금파리 유충이 이러한 과학적 범죄수사를 위한 곤충학적 증거로서 성공적으로 활용된 최초의 사례는 1935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근교의 계곡에서 부패한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였다고 한다. 경찰은 나중에 이 시신이 랭카스터의 의사 벅 럭스톤(Buck Ruxton)의 아내와 아이들의 유모였던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 사건은 살인범의 이름을 따 '럭스톤 사건'이라 불린다.

당시 미언즈 박사는 금파리 구더기를 기초로 세 번째 유충단계임을 밝혀내 사후경과시간을 12일 내지 14일 지난 것으로 측정했다. 이는 사건이 언제 발생했는지 하는 시점에 관한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었으며, 이후 럭스톤 씨는 살인죄를 자백하지 않았으나 다른 증거들을 함께 종합하여 살인을 저질렀음이 인정돼 유죄가 확정되었으며 교수형에 처해졌다.(계속)

덧붙이는 글 | JURIST 10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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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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