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남북, 북미 정상회담 연속추진은 평화체제의 동력"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이 시작됐다. 갈등에서 평화로 전환했다. 한반도는 남북한은 물론 세계인이 걱정하는 위기로 치달았는데, 대화와 평화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한반도 정세변화는 과거와 다르다. 이 정세변화는 한반도에 새로운 삶을 가져오고, 전쟁위기를 벗어나 평화로운 공동번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봄과 함께 형성된 현 한반도 정세는 낙관적이다. 다시 위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평화를 정착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한반도 평화국면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동시에 전개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 평화 분위기는 남북 정상,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두 가지 '빅 이벤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 이후 대결구조의 축은 남북대결과 북미대결이다. 그래서 과거 남북 정상회담을 두 번 하고 남북 간 갈등을 해소한 뒤, 이를 토대로 북미 갈등을 해소시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규정력이 강하다 보니, 남북이 관계를 개선해도 북미 대결 구조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쳐 다시 좌절하고, 불안정이 악순환했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 간 대결을 해소하는 계기와 더불어 북미 간 대결을 해소하는 계기가 함께 오길 바랐는데, 이번에 열렸다. 사실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한반도의 대결 구도를 드디어 해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와 계기를 맞이했다. 남북 갈등과 북미 갈등이 연쇄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한반도 정세는 과거와 달리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갈 것으로 확신한다.
"스스로 국제무대에 나온 김정은, 위기관리 능력 보여줘" 두 번째 평화체제 구축 확신은 요소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요소다. 북한과 그동안 두 차례(2000년 6.15, 2007년 10.4선언) 정상회담했다. 북한과 회담을 해본 사람은 안다.
남과 북이 평화를 합의할 때, 북은 남측의 설득에 따랐다. 남측이 북측 지도부를 설득하면, 사실 북측은 자신의 체제에 도움되는지 걱정하며 수동적으로 결단했다. 자기 스스로 분석에 따라 결단한 게 아니라 남측의 설득에 따랐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지난 세기 한번도 본적이 없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금 능동적인 결단으로 비핵화에 나서고 있다. 핵실험과 장거리(ICBM)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다. 북 입장에선 조건 없이 '핵무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함경북도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도 외신기자를 초청해 조건 없이 폭파했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는 협상으로 잘 안 풀리는 문제였다. 그런데 미국의 대가도 없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물론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게 있지만, 능동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왔단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이는 북한이 국제무대에 끌려 나온 게 아니라, 자기 이유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회귀하진 않을 것이다.
북핵 위기의 원인이 북한만은 아니지만, 여하튼 위기의 원인 제공자라고 불리는 북한이 위기 해소를 위해 먼저 나섰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유연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대외적으로 믿음을 줬다. 6.12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미 트럼프 대통령이 서신으로 취소한다고 했을 때 그랬다.
트럼프의 서신 취소는 나름의 저강도 '벼랑 끝 전술'에 해당했다. 과거 북한의 행태에 따르면, 북은 이를 고강도로 받아쳤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에게 정상회담에 복귀할 명분을 제공하면서, 정상화 시켰다. 제가 2006년 장관할 때보다 더 믿음이 간다.
"판문점선언에 북방한계선 명기는 굉장한 변화" 이 같은 정세변화는 한반도 정세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자, 어찌 보면 한반도 반평화의 진앙지나 다름없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할 수 있는 새 희망을 안겼다.
판문점선언 2조 2항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했다.
중요한 대목은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공동으로 명기했다는 점이다. 북은 그동안 'NLL'이라고 쓰는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노동신문에도 그대로 명기했다. 이는 굉장한 변화다.
북한이 NLL을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한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서해상에서 이 선을 해상경계선을 설정하지 않는 한 사실 어떠한 합의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북도 인정하진 않지만, 남측 주대로 이 선을 기준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고 평화수역을 만드는 데는 동의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방한계선을 분계선으로 할지 어떻게 할지는 일단 미루고, 평화수역 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는 10.4선언과 일치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이 그랬다. NLL을 분계선으로 확정하려고 하면 끝이 없으니, 장기적으로 미루고 일단 NLL을 기준으로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장치를 만들어 충돌을 무력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때 북은 북방한계선 표기 안 했는데, 이번에 들어갔다.
판문점선언 때는 북미가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하기 전이었다. 북미회담을 통해 비핵화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취해지고, 대북제재 해제 등이 거론되면 서해상에서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기본협력이 중요하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