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망할 놈의 목수 가게경찰 부르기 전에 그 놈 찾아내라고 소리높여도, 귀찮은 므중구 또 왔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은 천하태평이다.
이근승
다행히 경찰서 직원은 외국인이라고 친절하다. 소개해준 경찰을 대동하고 나서야 약발이 먹힌다. 경찰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그를 찾으러 흩어졌고, 그들 중 한 명이 오토바이로 그를 데려온 건 불과 10분도 되지 않았다. 애써 멋쩍은 표정으로 그가 아는 척한다.
"하이, 미스터 리. 우리가 약속했던 날짜가 아직 안 됐잖아.""허거덕.""저어기 책상이랑 찬장이랑 다 만들어 놨는데." 정말 쾌지나 칭칭 난다. 약속 날짜가 적힌 영수증이며 책상만 덩그러니 있는 창고를 열어젖힌 후에야 조용하다. 함께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사장은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단다. 내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돈 받은 것은 더더욱 모르고. 그럼 창문 치수 재러 집으로 왔던 놈은 니 쌍둥이였더냐?
한통속일 모두가 꼴 보기 싫어 그 목수를 앞세워 경찰서로 갔다. 가는 동안 내내 그는 경찰서 가지 말고 여기서 이야기하자며 오사게 징징거렸다. 10m도 채 가다말다, 가다말다….
"아니, 근데... 어이! 어이! 여기서 말하게, 우리.""잠, 잠깐만! 내 당장 이번 주로 해줄게.""미스타 리. 집에서 애가 배고프다고 울어, 제발.""나 으떠억해~애(어떡해)."일반인들과는 달리, 피의자 신분인 그는 신발부터 벗고 들어가야 한다. 소다값이라도 챙겨주길 바라는 경찰 환대 하에 곧장 조사로 들어갔다. 모든 것을 일주일 안으로 집까지 배달해 주기로 각서를 쓰게 했다. 만약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즉시 구속까지 감수하겠다는.
그는 궁지에 몰린 약자로 변해 있다. 어두운 복도 모퉁이에 무릎을 깍지 끼고 웅크려 있다. 그러나 점차 낯설던 방안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발견한 걸까, 아니면 내 낯짝에 스치는 연민의 빛을 알아차린 걸까. 얌전하게 쪼그려 있던 그가 점차 두리번거리는 쥐 눈빛으로 변해간다.
"미스터 리, 아니 브라더(형제). 일주일은 너무 짧아. 2주만 줘. 이렇게 애원할게.""그런데 으음, 가만 있어 봐... 배달비는 어떡하지? 저기 미스터 리가 부담하면 안될까요?"웅크렸던 그가 머리를 든다. 그러더니 서서히 이곳저곳을 쑤시기 시작한다. 이 상황 속에서도 배달비를 계산하고, 방충망의 철망 값은 애초에 포함이 안 된 것이라며 생떼를 놓는다. 또한, 계속되는 거짓말. 옷장은 작은 것이라며, 소파는 두 개가 아닌 하나라는 등. 머리털 나고 처음 왔다는 경찰서에서 그의 잔머리는 급기야 머리를 풀고 활개를 쳐 댄다. 걷잡을 수가 없다.
나 몰라라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동행해 주었던 경찰 파비안과 맥주를 마신 후…. 집에 오니 석회처럼 굳어버린 긴장이 풀어져 사지가 방바닥으로 무너진다. 긴 하루였다. 씁쓸한 하루였고 그냥 맥없이 쓰러져버린 하루였다.
가구도 돈도 잃고, 분노가 치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