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비씨 둘째 아들 방둘째 아들 포크와 염소가 사는 작은 방
이근승
마당앞 곧 쓰러질 운명인 흙집에는 방 두 칸을 빌려, 시내를 돌아다니며 중고옷을 파는 네명의 마마 자와디 가족이 산다. 그 옆방엔 킴비씨의 첫째와 둘째 아들인 지부티와 포크가 모퉁이에서 주워왔을 시커먼 스폰지를 삐그덕거리는 침대 위에 깔고, 아래엔 밤새 '메에' 울어대는 세 마리의 염소와 함께 잠을 잔다. 그리고 하루 종일 먹을것을 찾아 코를 킁킁거리며 집 주위를 돌아다니는 개 세 마리가 킴비씨의 마지막 가족이다.
이러니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과 가지가지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킴비씨의 집은 하루도 조용히 넘어간 날이 드물다. 마당은 동네 꼬마들이 노는 놀이터로 항상 붐볐고, 조무래기들이 사라진 야밤이 되어서도, 술 취한 세입자들의 고성방가와 자와디 가족의 부부싸움, 티격태격하는 사람들의 일상사와 여기에 화답하는 동물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게다가 배고픈 개새끼들이 돼지우리를 습격하는 날에는 어린 돼지 코빼기를 물고 달아난 범인을 찾아야 해서 잠자기는 틀렸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개 곡소리... 아침이면 처량하게 소와 돼지 우리에서 흘러 고인 오물 방죽에 처박혀 있는 개를 봐야만 했다.
아무리 철면피라도 이러면 안 될 듯 싶어 킴비씨에게 얘기했다. 내 집엔 방이 세 개나 되니, 아들 중 누구라도 우리 집에 와서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한두 평짜리 방에서 온 가족이 사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무거워 견딜 수가 없다고.
몇 번을 그러겠노라고 넉넉한 웃음을 보여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킴비씨의 아들인 지부티, 포크와 이브라에게도 직접 얘기했건만 고맙다란 말뿐, 가타부타 확언을 주지 않는다. 탄자니아인들은 거절을 하는 경우엔 "아니오"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고, "생각해 볼게요"라고 돌려서 말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깨끗한 곳에서 자고 싶을 텐데, 왜 오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왜 우리집에 와서 살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