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집 꼬맹이 데이비드나를 볼때마다 긴 머리 귀신이라고 운다. 아프리카 사람의 머리는 자랄수록 나선형으로 감아 돌아가 피부를 자극하기에 거의 모든 남자가 박박 미는 대머리다. 이러니 난생 처음으로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피부 하얀 사람을 만난 꼬맹이로서는 겁나게 무서운 거다.
이근승
어두워져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를 쫓아가니, 구멍가게 앞에서 우유와 빵을 사 먹고 있다. 이런저런 이바구 끝에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으며, 목공소에서 일을 하고, 오늘처럼 출장 나가는 날에는 일당 1만 실링(한화 8000원 정도)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값을 대신 치러주고, 일이 끝나는 다음날 책장·소파·옷장·방충망·찬장을 직접 만들어 주길 부탁하며 공사비 45만 실링 중 30만 실링을 선불로 줬다.
먼저 책상과 찬장이 필요할 거라면서 기다려달라고 했던 일주일 뒤에 실버호텔 옆 그의 작업장을 찾아갔다. 그는 한꺼번에 다할 테니 2주일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받은 돈으로는 재료를 샀다면서 창고 문을 열어 쌓아둔 목재를 보여줬다. 그리고 열흘 뒤. 모기 조심하라며 그의 동료는 우리집을 방문해 새로 만들 방충망 치수를 재기도 했다.
"뭘 믿고 돈부터 줘? 믿을 게 따로 있지. 같은 종족인 나도 탄자니아 사람 못 믿는데. 순진한 므중구(외국인) 같으니라고."어떻게 알았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반응이었다. 약속했던 3주때 금요일 오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작업장을 찾았다.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을 문짝을 짜던 그가 책상은 이미 만들어놨다면서 창고문을 열어 확인시켜줬다.
"책상만? 다른 것은?"그는 곧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일은 분명 책상도 가져다주고, 방충만도 달러 갈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꼭 기다리라고 있으란다.
"으음... 너 이러다 경찰서 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