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로지의 숙소 내부. 이 곳은 트레킹 중에서 만나 로지 중 가장 깨끗했다.
정수현
우리의 하산 코스는 기본적으로 왔던 길을 돌아가다가 막바지에 방향을 조금 틀었습니다. 내려가는 도중 도반(2590m)에서 하룻밤, 지누단다(2170m)에서 또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트레킹 코스에서 묵게 되는 로지의 숙소는 침대와 이불 한 장 외에 별도의 난방 시설이 없습니다. 발바닥과 아랫배, 등과 허리 등 온 몸에 핫팩으로 도배를 하고, 두툼한 패딩점퍼를 입고 겨울용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면 추위를 그럭저럭 견딜 만했습니다.
그의 꿈은 10년 뒤에도 포터, 20년 뒤에도 포터 히말라야 트레킹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포터에 대한 것입니다. 포터는 최대 20kg까지 짐을 들어주고 간단한 길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포터에게 모든 짐을 맡기는 것은 좋은 산행 방법이 아닙니다. 산에서는 어떤 비상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본인의 가방에 기본적인 방한복, 비상간식, 물, 약품 등은 꼭 챙겨야 합니다.
물론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거나 트레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면 포터 없이 혼자 다니는 것도 무방하겠지만, 한국의 국립공원처럼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초행길이라면 포터를 고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간혹 포터가 말썽을 부려 트레킹이 힘들었다고 하는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우리가 만난 포터는 정말 최고였답니다.
그는 30대 초반에 아이가 2명 있는 가장이며 에베레스트 산악지대가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말이 많지는 않지만 착실하고 예의가 바라서, 든든하고 편안한 후배 같았습니다. 식사 때가 되면 매번 한국말로 '맛있게 드십시오'라는 인사를 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네팔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의 계급문화가 아직까지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똑똑하고 능력 있는 그의 꿈은 10년 뒤에도 포터, 20년 뒤에도 포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10년 20년 뒤에 다시 설산을 찾았을 때,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