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요리는 다양한 향료와 소스가 들어간다. 쓰촨요리에 사용되는 향료와 소스를 만드는 기구들.
모종혁
쓰촨요리, 한족과 소수민족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다쓰촨요리를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무엇보다 쓰촨 사람들이다. 고대 쓰촨인은 중원의 한족 문화와 판이한 파촉(巴蜀) 문화를 잉태했다. 진나라 이래 한족은 끊임없이 쓰촨으로 유입되어 주류민이 되었지만, 쓰촨만의 문화 특성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쓰촨인은 티베트,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등지의 다른 소수민족 문화도 적극 흡수했다. 각기 다른 지방과 민족이 가져온 음식문화는 쓰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융합되면서 오늘날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창조했다.
쓰촨요리는 맵고 얼얼한 맛뿐만 아니라 미(味), 색(色), 향(香), 형(形)을 두루 갖추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고, 음식은 원색의 다채로움이 강렬하다. 후각을 자극하며, 매운 느낌을 확 피어오르게 한다. 이 때문에 쓰촨인들은 '먹는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食在中國 味在四川)라고 자부할 정도다.
요리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기질도 바꾸었다. 쓰촨에는 유독 혁명가가 많다. 중국 공산혁명 주요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 주더(朱德), 류보청(劉伯承), 천이(陳毅), 뤄루이칭(羅瑞卿), 량샹쿤(楊尙昆) 등이 모두 쓰촨 출신이다.
후난 출신인 마오쩌둥(毛澤東), 허룽(賀龍), 펑더화이(彭德懷), 류샤오치(劉少奇), 후야오방(胡耀邦) 등도 매운 맛이 특징인 고향 음식을 즐겨먹었다. 이 때문에 마오쩌둥은 대장정 중 "매운 것을 먹지 않는 사람은 혁명을 말할 수 없다"(不吃辣的東西的人不能講對革命)며 동지들을 격려했다.
이 말의 사실 여부는 논란이 많지만, 우리 사례만 봐도 수긍이 간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광주와 부산, 마산 사람들은 조선조 임진왜란 때는 의병 활동으로,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항쟁으로 크게 공헌했기 때문이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지역 사람들은 솔직담백하고 가슴이 뜨겁다. 실제 쓰촨 사람들은 중국인답지 않게 단순하고 속마음을 잘 드러낸다. 쓰촨을 다니다 보면 열정적이고 다혈질인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