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대의 민가아이들이 소꼽놀이을 하는 모습
임재만
고산지대에 맑은 햇살이 흐드러지게 쏟아진다. 마을거리를 강아지와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마치 고향마을처럼 말이다. 골목을 돌아 나오다가 물이 가득 들어 있는 물통을 보았다. 플라스틱으로 된 물통이었는데 먹는 물 같았다. 주변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무슨 물이냐고 물어보니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아마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어디서 길어다 놓은 모양이다.
잠시 후, 미니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다시 달려가기 시작한다. 분명 내리막길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가지고 있던 지도를 보고 몇 번을 보아도 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만 간다. 그렇게 3시간 남짓 달리자 구릉지대가 나타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터미널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주변에 툭툭이가 지나가고 시멘트 건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는 어느새 정류장으로 들어서며 하차를 기다린다.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자 툭툭이 기사들이 제일 먼저 달려와 점잖게 "툭툭"이란 말을 건넨다. 툭툭이를 이용해 달라는 말씀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라도 나와 반겨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시간 버스를 타고 나니 더 이상 아무것도 타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숙소도 미리 예약을 할 겸 시내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다행히 짐도 별로 없고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걸어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거리에서 시내모습을 바라보았다. 높은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내 한 가운데에 서울 남산보다 작은 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꼭대기에 탑이 하나 솟아 있다. 나중에 안 일지만 이곳이 일명 푸시산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일몰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저녘이면 많은 사람들이 올라 멋진 일몰을 감상한다고 한다. 물론 이곳에도 입장료(1000원 정도)가 있다.
1353년부터 600여 년 간 라오스의 옛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은 옛날 왕궁과 수많은 불상으로 가득한 사원을 그대로 잘 간직한 유서 깊은 역사 도시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 만큼 세계 유네스코(UNESCO)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도시의 문화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사원, 왕궁, 전통민가 그리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의상과 풍습은 물론 30∼40년대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 등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국제공항이 있는 루앙 푸라방은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직접 들어올 수가 있으며, 캄보디아, 훼이싸이 등으로 가는 배편이 발달해 있는 교통의 중심지로 약 2만명 정도 인구가 산다.
시내로 들어오면서 머무를 숙소를 살펴보았다. 여러 형태의 숙박업소가 제법 발달해 있다. 호텔도(11개 정도)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이 있고, 게스트 하우스도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시내를 구경할 생각으로 30분 정도 걸어가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메콩강 주변에 이른다. 이곳에는 여러 음식점과 툭툭이가 진을 치고 있고, 세계의 여행객들이 강변 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강변 맞은편에는 도로를 따라 게스트 하우스와 상점이 길게 들어서 있다.
강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숙소를 정하기 위해 메콩강 강변을 걸어 보았다. 툭툭이
기사 외에는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없다. 시내 중심가를 지나 푸시산 뒤쪽으로 걸어가자 비교적 깨끗한 숙소가 보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생각보다 비싸다(35달러). 하지만 더 이상 가격 할인은 되지 않을 것 같다. 방 안을 살펴보니 호텔보다는 좀 많이 떨어지고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시설이 제법 갖추어진 것 같다. 아마 이곳도 강변주변이라 좀 비싼 모양이다. 내일 이른 아침에 있는 스님들의 행렬을 보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이곳에 숙소를 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