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풍경어느 시골마을에서 본 풍경
임재만
멧돼지처럼 생긴 돼지를 쫒아 올라가자 산길을 따라 어느 여인네가 지게를 지고 내려온다. 지게엔 나무가 실려 있고 어린 꼬마가 따라오고 있다. 젊은 엄마 같은데 무거운 지게를 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사를 건네며 카메라를 들이 대니 환한 미소를 보내준다. 이곳도 아마 힘든 일을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많이 하는 모양이다. 방비엥 읍내에서 조금만 시골로 들어가면 현지 말 외에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결국 손짓 발짓으로 간단한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곳 마을의 큰길 앞에서는 귤과 비슷한 과일을 가판대에 차려놓고 부업으로 팔고 있었는데 과일의 형태는 귤과 같으나 탱자 같은 씨가 들어 있으며 맛은 싱거운 귤 맛이 난다. 지나는 관광객이나 도시의 장사꾼들이 가끔 몰려와 한 무더기씩 사가곤 하는데 제법 돈벌이가 되는 모양이다.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자 제법 큰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마을 초입부터 특이한 풍경이 눈에 띄는데 어린아이까지 밖에 나와 무엇인가를 열심히 길에다 내려치고 있었다. 갈대 같은 풀을 다듬어서 우리나라 벼를 말리듯이 길에서 널어 말리기도 하고 또 그것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열심히 길에다 내려치고 있었다.
아마 예전에 집집마다 가마니를 만들기 위해 집을 두드리는 풍경과 흡사하다. 무엇에 쓰이는 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지붕을 만드는데 쓰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 가족이 나서서 매달리는 것을 보니 그들에게는 이것이 가계에 커다란 보탬이 되는 모양이다.
점점 위로 갈수록 산이 깊어진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2시가 지나고 있다. 아침에 준비해온 빵과 과일로 주변의 길가에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방비엥으로 길을 잡았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의 집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을 한구석의 마당에 간간히 당구장이 보이는데 젊은 학생들이 그곳에 모여 게임을 하고 있다. 아마 TV의 영향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는 소꼴을 베거나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즐길 법한데 마당 한구석에 당구장을 갖다놓고 게임을 하는 모습은 조금 생소하다.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무사이로 멀리 소떼들이 텅 빈 논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다 . 이곳은 주로 농사를 짓는 농촌지역임에도 여러 마리의 소를 방목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소는 우리나라 소와 생김새가 비슷하나 덩치가 좀 작고 더 여유로워 보인다. 아마 이곳 사람들을 닮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