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중학교 국어 교사): "우선 학교 급식 신청자가 줄었다. 하루는 돼지고기 육개장이 나왔는데 아이들이 '이거 쇠고기 아니냐'며 안 먹는 일도 생겼다. 아이들의 반감이 생각보다 심하다. 아이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버린 것 같다."
김동건(중학교 기술·가정 교사): "수업 중에 갑자기 중3 학생 하나가 ('이명박 대통령'도 아니고) '나는 명박이가 싫어요' 했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도 '와~'하고 호응을 했다. 중2 수업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황당하고 놀랐다. 우리도 급식 시간에 육류가 나오면 '선생님 저 (급식) 안 먹었어요!'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 아이들한테서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서글프다."
김성경(중학교 역사 교사): "영어몰입교육이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건이 터지면서 아이들도 달아올랐다.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린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자세히 안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 비판하고 있다."
정일균(고등학교 국어 교사): "지난 대선 무렵 고2 학생들에게 어떤 후보를 찍고 싶냐고 물었다. 대체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추진력이 있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랬던 아이들이 몇 달 사이에 무섭게 욕한다. 중학교는 영어몰입교육 나오면서, 고등학교는 4·15 학교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부터 아이들의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 자율이란 이름 아래 더욱 강압적이 돼 버린 학교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피해자가 자신들이라는 불만을 갖게 된 것 같다."
박종철(중학교 영어 교사): "텔레비전을 보다가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상근이'라는 견공을 일러 '○박이~, ○박이~'했다. 그래서 '너 대통령한테 그렇게 말하면 잡혀 가!' 했더니 '우리반 애들 다 그래요' 하더라."
이명박 정부 백일, 아이들은 세 번 죽었다
노수안(고등학교 사회 교사): "대입 준비하는 고교생들은 기본적으로 TV 뉴스나 신문 사설 같은 거 챙겨본다. 작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부시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웃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4·15 학교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 우리반(고1) 녀석이 아침에 등교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엄마가 이제 꼴통은 꼴통끼리 공부해야 된대요.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이에요?'
또 내가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버스 안에서 고교생들이 '어제 이런 일 있었다며?'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말을 들어 보면 광우병은 먹을거리여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분노하고 관심이 높다. 대통령의 말 바꾸기와 배신감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김동건: "촛불문화제가 10대들의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평소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질문이나 발표를 잘 안한다. 그런데 광우병 이야기는 벌떼처럼 난리가 난다. 광우병=죽음이라는 것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 같다. 그런 공감대가 아이들에겐 있다."
김성경: "취임 후 몇 달 만에 드러난 명백한 사실 앞에서 아이들의 판단력이 발휘됐다. 당위성을 가지고 (촛불문화제에) 나올 수밖에 없다. 진보 세력이 아이들 이용한다는 말도 있는데 보수가 더 심하다. 교과서까지 왜곡된 논리로 바꿔가며 통제하려 하면서 진보에게 그런 덤터기 씌워서는 안 된다.
보수에서 말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혜택(?)을 보고 자란 게 지금의 10대다. 몸으로 민주주의를 체득한 세대다. 그들에게 학교는 완전히 닫힌 공간이라 항거하기 힘들지만 광장은 열린 공간이라 마음 놓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노수안: "우리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있는데 광우병 논란이 생기자 아이들이 그에게 물었다. 원어민 교사가 미국 소는 자신도 안 먹는다고 하니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는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흥분하는 이유다."
김동건: "이명박 정부 두 달 만에 아이들은 크게 세 번 죽었다. ① 영어몰입교육 ② 4·15학교 자율화 조치 ③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는 통제와 억압이 강화됐고 먹을거리는 더욱 부실해졌다. 아이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중고생 저항, '비상식'적인 이명박 정부 때문
박종철: "아이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른보다 미성숙하다는 건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어른들은 이해득실을 계산한 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아이들은 순수한 감성으로 판단한다. 그것이 훨씬 힘이 세다."
김성경: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고교 때 박정희의 죽음을 맞은 우리 세대와 지금 세대는 이데올로기가 전혀 다르다. 우리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넣어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김동건: "요즘 아이들은 '옳다/그르다'의 문제보다 '좋다/싫다'에 더욱 민감하다. 영어몰입교육이나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옳고 그름의 어떤 것이 아니라 죽어도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싫은 것을 먹으라고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대통령도 싫은 것이다."
정일균: "아이들이 왜 반 이명박 정서를 갖게 되었나 하는 걸 아이들의 특성에서 찾을 게 아니다. 중고생이 보기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김성경: "어른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적 없고 지지해 준 어른도 드물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훌륭히 판단한다. 좋고 싫음의 문제가 옳고 그름의 광장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2008.06.02 15:3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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