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파타르에서 본 에베레스트 장관김창호
아무리 원정대라도 '기분전환'이 필요해
베이스캠프를 지키던 박상수 대장과 고락쉡(5288m) 롯지(여관 겸 식당)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간단히 짐을 챙겨서 칼라파타르봉(5545m)을 오르는 것도 일정에 포함시켰다. 칼라파타르는 고락쉡에서 약 1시간 남짓 걸리는 산행코스로 에베레스트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봉우리다.
우리가 하루 먼저 내려가고 김창호 김주형 강연룡이 다음날 아침 베이스캠프를 출발해서 칼라파타르 봉우리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베이스캠프 팀이 고락쉡을 찾는 이유는 서너 가지다. 베이스캠프에서만 있다 보면 정상을 오르는 대원들과는 달리 운동 부족이 될 수 있다. 하루 고작 일천보도 부족할 정도다. 한두 달 베이스캠프만 지키다 보면 하산할 때 다리가 풀려서 곤란을 겪는 수가 있다.
다음은 기분전환이다. 베이스캠프는 얼음 덩어리 위라 아무리 매트를 깔아도 잠자리가 침대만 못하다. 몸이 늘 찌뿌둥하다. 그래서 고락쉡 롯지에서 한두 밤을 보내면 허름한 침대지만 기분전환에는 제격이다.
더욱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유혹이다. 10~20분 뜨거운 물 샤워를 제공하고 약 1만원 정도. 현지 가격으로는 비싸지만 할만하다. 약1~2시간 하행과 2~3시간 상행 거리에 그나마 이런 롯지 촌이 있다는 것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장점이다. 약 두 달여의 베이스캠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다.
기대를 안고 내려간 고락쉡 롯지. 원하던 부다 롯지는 이미 방이 찼다. 옆 집에서 일박을 했다. 저녁시간을 때우면서 현지 포터들과 난롯가에서 노래자랑을 했다. '레삼 삐리리'(나뭇잎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소리)라는 네팔인들의 가장 사랑을 받는 대중가요를 같이 불렀다. 이 노래로 이방인과 현지인의 벽은 금세 무너지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시간이 되었다.
17세의 다와(Dawa)라는 앳된 얼굴의 주방보조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야크의 마른 똥으로 화력을 유지하는 네팔난로에 연신 마른 야크 똥을 넣고 차나 음식을 나르는 허드렛일꾼이다.
갑자기 그의 꿈이 궁금했다. 이 지역 최대 선망직업인 세르파 정도의 답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꿈이 없다고 한다. 공부는 무학이라고 주인이 통역을 해준다. 벌이는? 일할 때는 한철에 5000루피(6만원 정도). 일 없으면. 말이 없다.
순간 저 아이의 10년 후 아니 5년 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성인이 되었을 때는?'에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메인다. 현실을 개선하고 미래의 희망을 일굴 그 어떤 수단도 그에게는 없는 것 같다.
27세의 롯지 주인. 히말라야 지역에서 관광으로 가장 큰돈벌이가 되는 롯지를 운영하며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서 반년, 시즌에는 이곳 롯지에서 반년을 보내면서 아주 행복하다고 한다. 네팔의 구조적인 빈부격차. 메울 수 없는 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