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잡는데 쓰이는 올무, 와이어줄로 만들어졌다.강기희
집으로 오니 외출했던 개 두 마리가 쪼르르 달려나왔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작은 녀석의 목에 올무가 걸려 있었다. 다행히 목을 조이진 않았고 고생한 흔적도 없었다.
그 녀석은 지난 가을 마을을 떠돌아 다니다 우리 집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은 개다. 누군가 집에서 키우다가 골짜기에 버린 개였다. 집으로 온 녀석을 내쫓는 것이 각박하다 싶어 그때부터 식구로 받아들인 녀석이었다.
"너 어디서 걸렸냐?"
목에 걸린 올무를 풀어주며 물었지만 개가 인간의 말을 알아 들을 리가 없고 내가 개들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도 없었다.
"미안하구나, 나도 인간이지만 이럴 땐 인간이 싫고, 인간이 두렵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몇 차례나 올무에 걸린 개들에게 미안했고 죽어간 토끼나 노루, 고라니에게 미안했다. 올무를 놓은 이들이 어찌 트럭을 타고 온 이들만일 것이며, 그들이 놓은 올무는 또 얼마나 많을지에 대해선 짐작도 할 수 없다.
제철 맞은 올무꾼들, 이 순간도 동물은 죽어간다
눈 내리는 겨울이 되면 올무꾼들은 제철을 맞는다. 그들은 인간과 동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말 따위엔 관심도 없다. 그들의 눈에는 산 짐승들이 그저 술 안주감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골 생활하면서 그런 재미도 없으면 무슨 맛으로 사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본인이 놓은 올무에 자신의 가족이 걸려 들면 눈에 불을 켜며 올무 놓은 사람을 죽이려 들 사람들이다.
올 겨울 들어 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발견했다. 둘 다 올무에 걸린 채 죽어 있었다. 발버둥친 흔적은 보기에도 끔찍했다. 토끼는 죽어가면서 올무꾼에게 벼락이라도 맞으라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 나선 동물들의 길목을 지키는 인간들이 있는 한 동물들은 한 순간이라도 행복할 수 없다. 대체 인간들은 언제까지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할 것인가. 만물을 사랑하지 않는 자 자신의 가족인들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