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
"바위를 이고 기이하게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산, 파도 같은 곡선을 겹겹이 그려 놓은 산, 먼 들판 저편 하늘 끝에 점점이 그리운 마음처럼 이어간 산, 저무는 들판 저쪽에서 성자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보랏빛 산, 온통 붉은 꽃으로 물들인 봄의 산, 신록에 덮여 하늘과 땅을 찬미하는 5월의 산, 단풍 든 잡목들이 그 마지막 생명을 장식하는 가을의 산, 백두(白頭), 표향(妙香), 속리(俗離), 설악(雪嶽), 일월(日月), 태백(太白), 한라(漢拏)… 어쩌면 이름도 그처럼 아름다운가!"
"만고의 적설에 덮여 눈부시게 솟아 있는 몇천 미터의 높은 산에서부터, 아이들이 즐겨 뛰어오르는 나지막한 언덕 산에 이르기까지 산은 항상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다가 아무리 하늘을 닮아 그 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고 해도, 그 모양이 아무리 구름을 흉내내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해도 온갖 초목들이 사철 옷을 갈아입는 산에 비하면 너무나 단조롭다. 물고기가 아니어서 두 다리만으로 뛰어 들어가 살 수 없는 바다는 우리 인간에게 여전히 거리가 먼 세계다."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