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산처럼
.. 유달리 포플러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것은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의 보호를 받거나 고고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가 아니라, 짓밟히고 버림받은 개울가에서 항상 우리들과 함께 있는 나무가 되어서 그런지 모른다 … 하늘은 잃지 말아야 하는 것,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것. 하늘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열 사람, 스무 사람의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가져야 하는 재산이다 … 아아, 붉은 벽돌집이 쳐다보이는 우리 속 얼어붙은 시멘트바닥에 갇혀 그 아무도 찾아 주지 않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낮과 밤을 영원히 기다려야 했던 목숨 … 자연을 상품으로 사고판다는 것은 인간의 타락이다 … 과연 인간이 저 냇가에 굴러 있는 돌 하나를 멋대로 뒤집어 놓을 권리가 있는 것일까 … 인간적이라 함은 자연을 지각하는 인간의 가장 자연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다 .. (16, 35, 66, 87, 88, 89쪽)
마음씨가 고운 사람은 언제나 착한 말씨와 몸짓이기 마련입니다. 착한 사람이 곱지 않은 일이란 없으며, 고운 사람이 착한 마음이 아닌 일이란 없습니다. 착함과 고움은 언제나 함께 흐릅니다. 착한 기운과 고운 숨결은 늘 같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참 착하네 하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고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참 곱네 하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어김없이 착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다만, 얼굴만 이쁘장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은 안 착하거나 안 곱지만, 얼굴만 이쁜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저 얼굴만 보기 좋다고 할 만한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얼굴만 이쁜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몹시 힘들리라 느껴요.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얼굴만 이쁜 채 산다면, 마음은 안 착하고 안 고운 삶이라면, 스스로 얼마나 괴로울까요. 밉거나 막된 짓만 일삼느라 마음씨가 거칠거나 메마르다면, 스스로 얼마나 고단할까요.
밉거나 막된 짓을 하기에 둘레에서 힘들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바로 한 사람이 힘듭니다. 밉거나 막된 짓을 하는 사람 스스로 가장 힘듭니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밉거나 막된 짓을 하는 슬픈 사람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누가 나를 괴롭히니까, 나도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되지 않습니다. 누가 나한테 막말을 쏟아부으니까, 나도 다른 사람한테 막말을 퍼부어도 되지 않습니다. 누가 나를 때렸으니, 나도 다른 사람을 때려도 되지 않아요.
.. 자연과학은 자연을 사랑하고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하고 있으며, 그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생명을 살생하는 방향으로만 달리고 있다 … 이들은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기보다 그런 것을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의 피상적 문화에 정신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 긴 겨울 동안 험하고 추운 산길을 다니던 학교 아이들은 할미꽃을 보고 비로소 봄이 왔다고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것이 그것을 꺾고, 버리고, 짓밟고 하는 비뚤어진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 평화와 공해 없는 사회는 그런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강한 인간의 사랑과 지혜와 선의에 넘치는 노력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정신으로 만들어진 물질문명과는 전혀 반대편에서 나타나야 할 새로운 정신문명만이 인류를 위기에서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 (19, 27, 40, 80쪽)'참'과 맞서는 '거짓'입니다. 참을 밝히면 거짓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참답게 살지 않으면 거짓스레 사는 꼴이요, 참말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을 일삼는 셈입니다.
참되게 사는 사람은 꾸미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참이기에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못생겼으니 꾸며야 한다고요? 아니에요. 못생겼으면 그저 못생겼을 뿐이에요. 다리를 절면 그저 다리를 절 뿐이에요. 키가 작으면 그저 키가 작을 뿐이에요. 힘이 여리면 그저 힘이 여릴 뿐이에요. 노래를 잘 못 부르면 노래를 잘 못 부를 뿐이에요. 돈이 없으면 그저 돈이 없을 뿐이에요.
없는데 있는 척하려고 하니까 꾸미고, 꾸미다 보니 거짓이 됩니다. 있는데 없는 척하자니까 꾸미고, 꾸미다 보니 거짓말이 늘어납니다.
없다고 해서 나쁘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서 좋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럼없이 어깨를 펴고 활짝 웃으면서 기쁘게 노래하면 됩니다. 스스럼없이 이웃과 사귀고 거릴 것 없이 동무와 손을 잡으면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삶을 지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있는 것을 안 쓰면 고여서 썩습니다. 없는 것을 억지로 잡아끄니까 다툼이 생깁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니 스스로 괴롭습니다. 없는 그대로 홀가분할 마음이 못 되니 스스로 얽혀듭니다.
참말은 참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습니다. 참다운 삶은 언제나 참다운 삶으로 맑게 흐르고, 거짓스러운 삶은 언제나 거짓스러운 수렁에 허덕입니다.
.. 사람들이 고양이를 학대할 수는 있어도 고양이를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고양이의 수난시대는 인간 문명의 막다른 시대일지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을 이토록 학대하는 사람들이 땅 위의 주인으로 언제까지나 복 받고 잘 살기를 어찌 바라겠는가 … 분명히 살아 움직이던 그 무수한 생명들은 어디로 가 버렸는가? 그 아무의 기억 속에도 슬픔 속에도 흔적조차 남김이 없이. 하늘 향해 구원을 청하는 소리 한 번 내어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린 목숨들. 생명이란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올챙이와 인간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 … 포플러는 포플러같이 키워야 하고 소나무는 소나무로 키워야 한다. 어린 생명을 천성 그대로 죽죽 뻗어나게 하라. 개성이 살아나게 하라 … 동물들은 아무것도 땅에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포장물을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 계획도 생각도 없이 함부로 만들어 내기만 한다 .. (59, 77, 96, 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