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점자 라벨이 부착된 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태윤이
최윤겸씨 제공
'태윤 유튜브'에 올라온 태윤이의 '스스로 과자 장보기' 영상은 김해의 한 맹학교에까지 입소문을 타 맹학교의 여러 시각장애인 친구들도 함께 장을 보는 영상이 공개됐다. 태윤이의 시각장애인 친구들 역시 모든 마트에 점자 상품명 라벨이 붙어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 친구들에게도 최윤겸씨는 몇몇 마트에만 점자 라벨이 붙어있는 것이라고 또 한 번 설명해야 했다.
마트 사장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
"점자 라벨링 작업 협조 요청을 하러 마트에 갔다가 눈물을 흘리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차가운 반응이 충격적이었어요."
점자 라벨 부착에 협조해 줄 마트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최윤겸씨는 집 근처 다섯 군데의 마트를 돌며 협조를 요청했다. 물건을 일부러 많이 구매하며 사장님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네 곳에서 줄줄이 거절당하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A 마트 사장님으로부터는 충격적인 말도 들어야 했다. A씨는 시각장애가 있는 한 어르신이 마트에 방문했을 당시 입구에서 그 손님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무엇을 원하냐, 돈만 달라"하고 물건을 가져다 판 적이 있다며 "이렇게 다 해주면 되는데 왜 그런 작업을 하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최윤겸씨는 눈물을 흘리며 마트를 나왔다. 인터뷰에서 최윤겸씨는 시각장애인도 같은 사람인데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약국에서 스스로 '마데카솔'을 찾은 날 태윤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점자가 표기되어 있어도 정확한 제품명이 아니라 제품 분류가 적혀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태윤이는 '음료'라고 점자 표기된 캔 음료를 열고 예상치 못한 탄산 음료를 마신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약국에 방문했던 태윤이는 스스로 연고의 한 종류인 '마데카솔'을 찾고는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도 찾은 것처럼 기뻐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약사법 개정안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약사법 제59조2). 하지만 식품의 경우 지난해 6월 신설된 식품법 개정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법률이 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점자로 제품명이 표기된 식품은 많지 않다(식품 등의 광고·표시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 식품법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화장품법 개정안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가결되지 못하고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