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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항소심 재판 전경.
30일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항소심 재판 전경. ⓒ 지상현

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항소심 공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 크레인을 예인하던 예인선 T-5호의 예인줄이 끊어진 원인을 놓고 검찰, 삼성, 유조선 측의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대전지방법원 항소부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는 30일 오전 끊어진 해상크레인 예인선 T-5호의 예인줄을 감정했던 전문가들을 불러 예인줄이 끊어진 원인을 밝히기 위한 심문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측 변호인은 삼성중공업이 노후된 중고 예인줄을 사용한 점, 중고 예인줄 사용 시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끊어진 예인줄에서 부식된 부분이 발견된 점 등을 집중 부각하면서 삼성 측의 부적합한 예인줄 사용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유조선 측 변호인은 "7-9년 동안 러핑와이어로 사용한 뒤, 3-5년 동안 갑판창고에 보관하다가 예인줄로 재활용하면서 비파괴검사 등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눈으로만 검사한 뒤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증인들은 "예인줄의 사용연한은 법으로 규정한 기한이 없고, 예인줄의 강도가 충분하다면 사용하는 데에 문제는 없다"며 "다만, 예인줄 강도에 대해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진술했다.

 

유조선 측은 또 "사고 당시 사용된 와이어의 지름이 47.7mm에서 49.1mm로 굵기가 일정하지 않았고, 1개의 코어(중심부)와 6개의 스트렌드(strand, 바깥쪽 가닥)로 구성된 와이어의 끊어진 길이가 각기 달라진 점, 마텐자이트 변태(martensite, 금속부분이 열을 받아 생기는 변형)가 나타난 점, 와이어의 소선(와이어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줄)의 미세한 균열 등을 볼 때 와이어의 오랜 반복 사용으로 인한 피로파단 및 마모파단의 원인이 이번 예인줄 파단의 큰 원인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증인들은 "와이어로 생기는 피로와 마모로 인한 부분도 와이어 파단의 원인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복합적인 것"이라면서 "감정결과 예인줄의 가장 큰 파단원인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생긴 상처에 과중한 동적하중이 가해져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즉, 예인선 T-3호의 선미 및 선저에 T-5호의 예인줄이 접촉해 상처가 생겼고, 유조선을 피하기 위해 T-5호가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서 예인줄이 견디지 못하고 상처부위에서 끊어진 것이라는 게 증인들의 진술요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조선 측은 "당시 항적도를 살펴보면 T-3호와 T-5의 최대 근접 거리가 20m이었던 것으로 분석되는데, 어떻게 T-5호에서 60m나 떨어진 예인줄 파단 지점에 T-3의 선미가 접촉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심문과정에서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은 이의를 제기하며 "유조선 측 변호인이 증인들을 유도심문 하고 있다"면서 재판장의 제지를 요구했고, 유조선 측은 "감정결과가 어차피 어떤 정황에 대한 가정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결국 증인들은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의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파단 된 와이어 일부가 휘어있는 점과 파단 부위의 형상, 국과수에서 제공한 T-3호 선저 및 선미 사진 등을 종합해 볼 때, 예인줄이 끊어진 원인이 장력에 의한 것으로만은 볼 수 없다"며 "외부의 충격과 악화된 기상 등 예인선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하중이 더해져서 파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술했다.


#기름유출사고#예인줄#태안#삼성중공업#허베이스트리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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