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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항소심 재판 장면. 재판부는 이날 지역의 관심을 고려해 잠시 동안의 촬영을 허락했다.(자료사진)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항소심 재판 장면. 재판부는 이날 지역의 관심을 고려해 잠시 동안의 촬영을 허락했다.(자료사진) ⓒ 지상현

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항소심 공판이 시작된 가운데, 검찰과 예인선단 변호인, 유조선 변호인들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항소부인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는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 선장 조모씨와 김모씨,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 인도인 C씨와 항해사 C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박엔진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 유조선 측의 과실과 책임여부를 밝히기 위한 심문을 벌였다.

이날 증인으로 불려 나온 선박엔진 전문가는 현재 D엔진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인 권모씨 등 두 명으로 모두 기관사 근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었다.

검찰은 이 들 두 명의 증인들에게 유조선의 엔진을 사용한 일지인 '기관일지(엔진로그)'와 '엔진텔레그래프', '항적도' 등을 제시하면서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밤, 7개의 엔진 밸브 중 3번의 배기밸브(exhaust valve)를 교체했고, 이에 대한 시운전을 한 기록을 보여 줬다.

그러면서, 충돌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유조선 선장이 유조선을 움직여 충돌을 피하려고 했지만, 유조선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증인들은 한 목소리로 "기록을 살펴본 결과, 배기밸브 교체 전 잠갔던 냉각수 밸브를 교체 후 제대로 해제하지 않아 '고온경보(high temperature alarm)'가 울렸고, 이로 인해 엔진은 자동으로 최저출력인 '오토슬로우다운(auto slow down)' 단계에 들어가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또한 "'오토슬로우다운' 상태는 고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경보단계라 할 수 있어 이러한 단계에 처했더라 하더라도 비상조치 방법으로 조타실에 있는 '오버라이드(override)' 버튼을 누르거나, 감통운전, 기관실에서의 비상운전 등 세 가지 비상운전 방법이 있었으나 선장은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충돌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러한 비상조치는 어느 선원이든 알 수 있는 내용이고,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증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유조선 측의 잘못은 ▲첫째, 본선의 움직임과 관련된 엔진과 같은 중요한 부분을 교체·수리하면서 STCW(선원훈련·자격증명및당직근무에관한 국제협약) 등의 규정을 어기고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점 ▲둘째, 배기밸브 교체 후 냉각수 밸브를 해제하지 않은 점 ▲셋째, 밸브 교체 후 시운전을 극미속으로만 3회 실시함으로써 일반적인 시운전을 하지 않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점 ▲넷째, '오토슬로우다운'이 된 상태에서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이다.

이와 함께 증인들은 "예인선단의 예인줄이 끊어진 12월 7일 06시52분과 유조선과의 충돌시간인 07시06분까지는 무려 14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즉시, 또는 단 1분이면 가능한 세 가지 중 단 하나의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아 충돌을 방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증인들은 "유조선 선장인 C씨는 1심 공판 증언에서 '기관장이 엔진밸브 교체를 위해서는 3-4시간의 엔진이 식는 시간이 필요하고, 교체는 1-2분이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며 "밸브교체 시 엔진이 식기를 기다리지도 않을 뿐더러, 밸브교체 시간은 3시간 이상 걸리기에 선장의 증언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증인들의 주장에 대해 유조선 측 변호인은 "모든 엔진밸브 교체 시 항상 항만 당국의 허가를 받는가?", "닻이 내려진 상태에서 '오버라이드'를 통해 '오토슬로우다운'을 해제한다고 해서 유조선의 신속대피가 가능했다고 보는가?", "1심 재판부의 판단대로 선장의 지시에 의해 5-7분 만에 엔진을 사용했다면, 그 이전은 이미 STCW에서 정하는 '준비단계'를 지키고 있었다는 증거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유조선 측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시도했으나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9일 허베이스피리트호 측 증인 등을 불러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름유출사고#허베이스피리트호#서해안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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