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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의 원인을 밝히려는 법정공방이 다시 시작됐다.

 

2일 대전지방법원 항소부인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는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 선장 조모씨와 김모씨,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 인도인 C씨와 항해사 C씨 등을 불러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예인선단과 유조선의 충돌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예인선단 측은 사고 당일 오전 4시께부터 예인선단이 예정항로를 벗어나 유조선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조선에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초동조치만 제대로 취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인선단 변호인은 "충돌위험발생 시점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오전 5시 50분께 20여분간만을 보고 판단했지만, 실제 예인선단은 이미 4시께부터 항로를 이탈, 표류했었기 때문에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VDR(항해정보기록장치)이 밀반출됐는데도, 이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이 이루어진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유조선 측에서 경계의무를 소홀히 해 예인선단의 접근을 허용한 것이 이번 사고의 핵심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항소 이유를 통해 "1심 재판부가 유조선 측의 당직 소홀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하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유조선 측 변호인은 "(당직이었던 1등 항해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충돌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조선의 정박지점도 대산관제센터가 지정한 곳이었고, 단일선체라고 해서 운항이나 정박이 법률로 금지되거나 주의의무가 가중되지도 않는다"며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예인선의 예인 줄이 끊어진 것이지 유조선이 이번 사고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오후에는 항해 전문가인 김모 교수 등을 불러 충돌원인에 있어서 유조선 측 책임여부를 묻는 증인심문을 벌였다.

 

검찰은 증인심문을 통해 유조선 측 1등 항해사가 당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지 않은 점, 1-2노트 정도의 매우 느린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예인선단을 '매우 빠르게 접근하는 선박이 있다'고 판단 한 점, 총길이 700m 가량의 예인선단이 불과 55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한 점 등을 지적하며 유조선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뒤늦게 나타난 유조선 선장이 닻줄을 끊거나 닻줄 일부를 끌어올린 후 전진하는 방법 등을 선택하지 않고, 닻줄을 푼 뒤 후진하는 방법을 선택, 결국 조류와 바람에 떠밀려 예인선단과 충돌하게 되는 결과를 낳은 점도 지적하며 유조선 측의 과실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유조선 측 변호인은 김 교수에게 "6시 6분에 호출을 받고 나타난 선장이 과연 그 상황 속에서 닻줄을 끌어올리면서 전진할 경우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느냐, 또한 닻줄을 끊어내는 판단이 기술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고, 김 교수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답변을 하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판단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월에 열린 이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는 예인선장 조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200만원, 또 다른 예인선장 김모씨에게는 징역 1년을, 삼성중공업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유조선 선장 C씨와 항해사 C씨, 유조선 선박 법인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태그:#기름유출사고, #태안기름유출, #허베이스피리트호,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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