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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장충교회 앞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저지 투쟁 보고대회'에서 '한미FTA저지 소원지'를 엮은 밧줄이 펼쳐진 가운데 참석자들이 '한미FTA'를 상징하는 풍선을 터트리려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한미FTA 2차협상에 맞서 열린 5일간의 한미FTA 저지 투쟁은 환호성으로 끝났다. 마지막날 전체 협상일정이 무산, 양국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미FTA 협상이 파행 위기를 맞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미FTA 범국민운동본부'(이하 FTA범국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장충교회 앞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협상 저지 투쟁 보고대회'를 열고 지난 5일간 진행된 투쟁을 마무리했다.

한미 양국의 14일 협상 일정 취소 소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보도됐다. 이날 오전에 열린 '한미FTA 결의대회' 뒤 각자 지하철과 거리 등으로 흩어져 한미FTA 저지 선전전을 펼쳤다가 재집결한 집회 참가자들에게는 새소식이자 기쁜 소식이었다.

환호하는 집회 참가자들 앞에 나선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은 역사적인 승리의 날"이라며 "지난 12일 한국 민중들이 전세계에 한미FTA 반대 의지를 천명한 것을 출발점으로 한미FTA가 완전 저지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말자"고 역설했다.

FTA범국본 공동대표이기도 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지난 5일간의 투쟁에 대해 "노동자, 농민, 사회양심세력 중심으로 광장에 집결, 대오를 형성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며 "폭우 속에서 흔들림 없이 투쟁한 결과로 '여론의 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장동화 전국농민회 총연맹 부의장도 "그동안 농민들이 서울에 올라 와 시위를 할 때 서울 시민들은 농민들이 이기적인 목적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많았다"며 "그러나 노동자·농민·시민이 함께한 이번 한미FTA저지 투쟁에서는 시민들의 많은 공감과 격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역시 FTA는 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확인했지만 낙관해선 안된다"며 "연말에 전격적으로 한미 양국이 FTA체결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참여연대·민변 "정부 상대 FTA추진 위헌 소송하겠다"

김 사무처장은 또 정부를 상대로 한미FTA 추진 과정에 대한 위헌 소송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공동으로 협상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등 한미FTA 추진 과정의 위헌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위헌소송을 낸다는 것. 또 한미FTA에 대한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입장을 확인, FTA에 반대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FTA범국본은 앞으로도 계속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FTA범국본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대국민 선전활동을 광범위하게 벌여낼 것"이라며 "전국 시·군마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한미FTA의 파괴적 영향력을 여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FTA범국본은 또 "오는 9월 한미FTA 3차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이 연동해 진행되는 점을 주목한다"며 "한미FTA 협상의 미타결 쟁점들을 양국 정상이 만나 타결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FTA범국본은 이어 9월 3차협상이 열리기 전까지 전국 동시 다발 촛불 문화제를 열고, 3차 협상 때에는 미국 원정시위를 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잡상인인줄 알았더니 선전전?

14일 오전 장충교회 앞에 모인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엔 5~6명씩 흩어져 지하철·시가지 등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보통 한미FTA를 저지해야하는 이유가 담긴 선전물을 나눠주고 시민들에게 FTA저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통상적인 선전전을 벌이는 이들이 많았지만, 특이한 방법으로 선전전을 펼쳐 주목을 끈 이도 있다.

주인공은 인쇄노동자이면서 서울노동광장 회원인 이길원(32)씨. 이씨는 마치 잡상인인 지하철 승객들의 눈을 끈 뒤 재치있는 입담으로 선전전을 벌여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지하철 상인처럼 손에 큰 가방을 들고 검은 조끼에 나비 넥타이 차림을 한 이씨는 동료 5명과 함께 이날 오후 2~4시 지하철 2·3호선을 돌면서 특이한 목소리로 한미FTA 저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에~ 그럼 이 FTA라는 것이 무엇이냐, IMF 겪어 보셨죠? 그 IMF 10개가 한꺼번에 온다는 게 청와대 전 비서관의 말입니다."

"이 책 한 권만 사봐요, 한미FTA가 뭔지 한번에 알게된다니깐."


이씨는 정말 잡상인이기도 했다. 서울노동광장에서 펴낸 '노동자가 알아야할 한미FTA 10문 10답'이라는 50페이지 분량의 책을 20권이나 판 것이다. 이씨가 권당 1000원에 판 이 책의 판매대금은 서울노동광장을 통해 한미FTA 저지 운동자금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상투적인 선전전 보다 효과적으로 FTA의 해악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하철 상인 생각을 하게 됐다"고 새로운 형태의 선전전을 기획한 동기를 밝혔다.

이씨는 "'시끄럽다', '바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다"며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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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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