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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2차 본협상이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파행의 이유와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안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더더욱 불안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구성한 '자문단'은 그동안 협상 내용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자문해 왔을까. 정부가 지난 4월 각계 전문가 223명으로 구성한 '한미FTA 협상 전문가 자문단'에게 한미FTA 협상과정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주>
기획·정리 : 김연기 기자
전화설문 : 권예지·유동훈·이영신·장지혜·최상진·허환주 대학생 인턴기자


▲ 지난 2월 2일 한미FTA 개시 선언을 하루 앞두고 외교통상부 주최로 첫 공청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가 자문위원을 대국민 홍보용으로 삼으려 한다."(농업분과 자문위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문위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서 1차 회의에 참석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2차 회의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자동차분과 자문위원)


정부가 효율적인 한미FTA 협상을 위해 구성한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 상당수가 정부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13일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 223명가운데 60명을 상대로 전화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5%인 33명이 "정부의 협상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6명은 정부의 발족 취지와는 달리 자문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전문가 자문단' 운영과 관련 자문위원 내부에서조차 '총체적인 결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후 추가 협상을 앞두고 자문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원조차 "한미FTA 협상 문제 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우선 자문위원들은 정부 협상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응답자 2명 가운데 1명은 정부의 협상태도를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협상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33명 가운데 '성급한 협상진행으로 졸속협상 우려'를 꼽는 사람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제한된 정보공개에 따른 밀실협상 우려'는 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6명은 '의견수렴, 피드백 부족'을 정부의 협상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농업분과에서 정부의 협상태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설문에 응한 농업분과 자문위원 4명 가운데 3명이 '정부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농업분과가 19개 협상분과 가운데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를 띠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선(농업분과 자문위원) 제주대 명예교수는 "농업분야는 사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협상태도를 보면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국제투자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정부가 2~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자문을 받아 FTA 협상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문위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성급하게 협상에 나선 정부 태도를 꼬집었다.

60% "자문단 발족 취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전문가 자문단'이 당초 발족 취지 대로 움직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4월 한미FTA 협상이 상품, 서비스, 금융, 지적재산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되는 만큼 분야별로 전문적인 자문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명(60%)이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자문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자문단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 모르겠다고 답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당초 발족 취지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답변은 '매우 그렇다' 9명, '어느 정도 그렇다' 15명으로 전체의 40%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정부와 자문위원 간에 정보공유나 의견제시 등 쌍방향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자문위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보고서 제출 등 자문위원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며 "회의에 참석해 보면 자문위원이라고 모아 놓고 생색내기 위한 겉치레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58% "자문회의 결과 협상단에 전달 안 된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또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정부의 자문위원 의견 수렴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58.3%(35명)가 자문단 회의 결과가 협상 대표단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제대로 전달된다는 의견은 26.6%(16명)에 불과했다. 부분적으로 전달된다는 의견이 15%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상거래 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우리 의견이 정부에 잘 전달되고 있느냐는 점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의견수렴과 별개로 자문위원과 대표단간에 실시간 피드백이 작동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일부 자문위원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자문회의 참석을 꺼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해서 1차 회의 때 참석을 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2차 회의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분과 또 다른 자문위원도 "협상이 지금 당장 끝나는 게 아닌 만큼 앞으로 협상 과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협상 시작 전에 회의자문 또는 서면자문을 통해 자문단 의견을 협상 대표단에게 제시하고, 필요할 경우 수시로 각 분과별 의견 수렴 절차를 공식, 비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명 중 3명 자문단 회의 참석 안해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이란?

외교통상부는 한미FTA 협상 분야별로 전문적인 자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4월 27일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다.

'한미FTA 전문가 자문단'은 학계, 재계, 연구소 및 관련단체를 망라하는 223명으로 구성, 운영된다.

또 한미FTA 협상 분과구성과 일치하게 19개 분과로 나뉘어져 정부협상단에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자문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는 한미FTA 추진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도 공개모집을 통해 참여를 희망하는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설문에 응한 10명 중 3명은 자문단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자문단 회의 참석여부는 '모두 참석' 30%, '부분 참석' 38.3%, '참석 안함' 31.7%로 나타났다.

자문회의 불참 사유에 대해선 '개인적 사정'때문이라는 응답이 68.4%(19명 중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3명을 차지했다. 금융서비스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자문회의가 끝난 후 학교 우편으로 연락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자문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 참석을 꺼리기도 했다. 농업분과의 한 자문위원은 "자문단이 정부 정책의 합리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굳이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19개 분과 가운데 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분과는 서비스 내 의료분야, 금융서비스, 지적재산권 분과 등 3개로 나타났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75%는 원칙적으로 FTA를 찬성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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