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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1리 고층 아파트 건립 예정부지 전경.
ⓒ 오마이뉴스 심규상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1리 주민들이 15층 고층 아파트 건립 문제를 놓고 찬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기봉 연기군수의 '무소신 행정'이 갈등을 확산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군수는 고층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수 차례 만나 고층 아파트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군수는 지난 5월과 6월, 지역주민과의 간담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15층 아파트는 물론 5층 아파트도 반대한다. 저수지도 있고 경관도 좋으니 공원처럼 가꾸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달에는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서명한 '확인서'를 통해 "신안1리 개발은 아파트 단지보다는 공원화 사업이나 대학문화촌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방향으로 개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군수는 당시 함께 자리한 담당 직원에게 '충남도에 서류를 올릴 때 이같은 내용(아파트보다는 공원화 개발)을 담을 것'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군수는 충남도에 22일 접수된 '지구단위계획 협의' 요청서류에는 '법대로 하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수는 22일 충남도에 제출한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군수 의견서' 내용에 대해 "최종 결정권한은 충남도가 갖고 있는 만큼 '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입장이 모호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아파트 건립을 놓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책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층아파트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생각과 군수라는 직위에서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즉 지역주민들에게 했던 말은 '개인적 생각'이었다는 해명이다.

이기봉 군수 "'군수 개인 생각'과 '군수' 생각은 다르다"?

▲ 지난 달 조치원읍 신안1리 주민들이 군수와의 면담 후 군청현관 앞에서 주민들이 고층아파트 건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 군수가 이날 충남도에 제출한 '의견서'는 지난 달 말 연기군이 충남도에 관련 협의를 요청하면서 아파트건립에 대한 경과와 현황만을 적시하고 군수의 '동의여부'를 밝히지 않아 '의견보완' 지시를 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마을의 '고층아파트 건립저지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은 "'군수의 개인적 생각'과 '군수 생각'이 다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군수가 지역 주민들을 농락해 왔다는 것에 다름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아파트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충남도가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도록 '법대로', 행정적 판단을 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조치원읍에 사는 한 주민은 "결국 연기군수의 '눈치 행정'으로 지역 주민간 갈등의 골만 커지게 됐다"며 "군정의 책임자가 어려운 문제일수록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충남도는 이날 이 군수의 의견서가 접수됨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수립 등 아파트 건립 계획에 대한 세부 검토에 착수했다.

한편 조치원읍 외곽(고려대 서창캠퍼스와 홍익대 캠퍼스 사이)의 신안1리 주민들은 마을 중심에 15층 고층아파트 건립계획(15층·1055세대·대림건설)이 알려지자 대책위를 구성하고 연기군과 충남도를 상대로 허가반대를 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아파트 건립 예정부지가 당초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1종지 였으나 마을 이장이 주민 몰래 허위 청원서류를 제출해 15층까지 지을 수 있는 2종지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건설업체측이 작성한 교통영향평가서가 아파트준공 후 5년동안 모두 8대가 증가하는 것으로 부실하게 작성됐는데도 아무런 지적없이 충남도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충남도와 연기군은 각각 "허위 서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결정된 사항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며 주민들의 변경요구에 난색을 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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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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